
1. 정보화 사회의 발전 및 개인정보 보호에 애쓰시는 귀 부에 감사드립니다.
2.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가 발송한 문자메시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면서, 부정행위와 무관한 수많은 일반 시민들의 통신비밀이 침해되었습니다. 이에 귀 부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제도의 개선을 청원합니다.
3. 문자메시지는 중요한 통신비밀입니다.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하여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정보입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충분한 혐의 사실이 인정되는 사람을 특정하여 통신제한조치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 수사과정에서 검·경은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으로 당일 발송된 30만건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제공받아 검색했으며, 법원 역시 이를 허가했습니다.
이같은 수사 방식이 허용되고 확대되는 것은 통신비밀에 중대한 위협요인이 됩니다. 이런 식의 수사가 허용된다면 향후 어떤 사건에 관한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늘 관련 키워드로 모든 문자메시지를 검색하게 되고, 나아가 이메일까지 검색 대상이 확대된다면 통신비밀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의 근본 원인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우편물과 전기통신이라는 기존의 통신수단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한 반면, 문자메시지나 전자우편 등 통신의 내용이 통신회사의 서버에 저장되는 특성을 가진 디지털 통신에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문자메시지 검색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혹은 최소한 그 요건을 엄격히 하여 범죄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의 통신비밀이 보호될 수 있도록,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여 줄 것을 청원합니다.
4. 아울러 검·경이 문자메시지에 이같은 수사방식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문자메시지가 이동통신사의 서버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편지처럼 생각하므로,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 수준 역시 편지와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모든 편지를 우체국에서 개봉해서 내용을 복사해둔 후 배달한다면 사람들은 우체국을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동통신사에서는 요금 산정을 위해서 누가 언제 누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만 기록해두면 되지, 그 내용까지 저장해둘 필요는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관하지 않으면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만, 그런 이유로 모든 통신을 보관하게 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나 통신비밀 보호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지금까지 다른 통신 영역에서도 수신 대상과 일시 등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만으로 충분히 수사를 진행해왔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본인으로부터도 아니고 이동통신사로부터 문자메시지를 압수하는 방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서버에까지 문자메시지가 보관된다면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최소한의 자기정보 통제권도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한 이동통신사들이 문자메시지의 내역을 보관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마련하여줄 것을 청원합니다.
5. 현재 진행중인 문자메시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미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입니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향후 이런 식의 수사가 재발하고 확대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이에 국민의 통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귀 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