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예산 대해부, 나라살림 이대론 안된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함께하는시민행동 대표 윤영진 계명대 교수와 국회 예결위원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기획예산처 장병완 예산실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예산 감시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성과를 우선시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사회=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예산과 조세 문제는 용어가 생소하고 취재도 쉽지 않아 1회성 보도에 그쳤던 게 사실인데요. 경향신문이 이번에 용기를 갖고 심층적으로 장기 연재를 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론 일반 국민들이 세금 말고도 각종 부담금을 하루에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기획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뼈아픈 반성의 계기가 됐습니다. 국민에게도 얼마나 내느냐를 넘어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낭비의 기준이 좀 다른 사안도 있었지만(웃음) 전체적으로는 중립적 시각에서 따끔한 고언을 해줬다고 봅니다.

▲사회=취재과정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의식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윤대표=예산낭비 원인을 분석해보면 공무원 의식, 시스템 부재, 정치논리 우선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중 공무원에게 귀책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과연 ‘내 돈’이라면 저렇게 썼을까 하는, 상식적인 기준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의원=공무를 자기 일처럼 한다는 게 사실 성직자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지출에 따른 가치(Value For Money)를 따지는데요. 다시 말해서 예산을 사용해서 그만큼의 성과를 얻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장실장=지적에 공감하고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말씀대로 공직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근본적 해결이 안 됩니다. 제도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데요. ‘재정혁신 포럼’이 전 부처로 확산되도록 하고, 실패 사례와 우수 사례를 널리 전파하는 작업도 병행해 나가겠습니다.

▲사회=우리나라는 특히 정치논리가 예산편성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많은데요.

▲박의원=예결위원으로 처음 예산심의를 해봤는데, 왜곡된 정치논리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네 지역구 사업을 봐줄 테니 나도 하나 봐달라’는 식이고요. 어처구니없는 특정 이익집단 사업까지 끼어듭니다. 예산안 심의방식도 먼저 예결위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부처별 예산 총액을 마련하고, 그 다음에 상임위가 구체적 사업을 정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산심의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는 것이죠.

▲윤대표=다양한 이해가 대립하는 사업에 대해선 ‘예산청문회’ 제도를 도입해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차선(次善)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장실장=이건 꼭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의원 입법에 의한 재정누수 문제입니다. 몇천억원, 몇조원씩 소요되는 법안들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정부내 예산추계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법률까지 의원 이름을 빌려 차명 입법을 하기도 합니다.

▲박의원=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이든 재정부담이 생기는 법률안은 예결위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윤대표=타당성 조사 없이 사업을 진행하거나 조사 내용을 왜곡하는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요. 국책사업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삼아 증액을 할 때는 사전승인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장실장=1999년부터 예비 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했는데, 그전에 각 부처에서 실시한 44건의 타당성 조사 가운데 딱 한건만 타당성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울릉도 공항 건설이었는데요. 앞으론 계획단계부터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사업 시작후 재조사도 벌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사회=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낭비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윤대표=상당수 지역은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토착지배세력이 서로 얽혀서 예산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요. 저도 지자체 투·융자 심사위원을 맡아봤지만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를 한 무더기 가져와서 오늘까지 해달라고 재촉합니다. 결국은 지역에 있는 예산감시단체와 주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박의원=지방분권 차원에서 자자체 세입에 좀더 자율을 주고 경쟁을 하게 하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에 대한 감사 기구가 사실상 없는데, 일본처럼 ‘지자체 감사위원회’를 만드는 걸 검토해봐야 합니다.



▲사회=어떤 대안이 가장 시급할까요.

▲윤대표=무엇보다 ‘디지털 예산 회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재정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고 디지털화시켜서 통합관리하는 건데요. 그래야 성과평가와 예산심의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정부의 의사결정 능력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를 도입하게 됐지만, 소송인원도 많고 감사청구를 먼저 해야 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져요. 국방예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선 대상을 중앙정부로 확대하는 납세자 소송제를 도입해야 해요.

▲박의원=예산을 법률안으로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인데요. 예산 지출의 목적, 내용, 권한, 책임을 법률로 명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책임도 묻고 소송도 제기할 수 있어요.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하기관은 물론 캠코(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까지 포괄하는 통합재정을 확립해야 하고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는 국회의 결산심의도 강화해야 합니다.

▲장실장=납세자소송제의 취지는 좋지만 파파라치를 양산하는 등 소송 남발이 우려되고, 외교안보 분야가 소송 대상이 될 경우 곤란한 측면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으로 소극적인 행정을 펼 수도 있고….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재정법은 누구나 정부 예산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일단 주민소송제와 시정요구제도를 시행해본 뒤 판단했으면 합니다.

▲윤대표=납세자소송제는 시민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합니다. 그리고 경향신문이 이번 시리즈에 이어 해외 납세자 운동도 살펴보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사회 권석천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장·정리 조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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