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도 성실히 협의하라. -
지난 25일 국민은행 노사는 3,8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1월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정규직 1,800명과 올해 안에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2,000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퇴직자들에게는 24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국민은행 주식 200주, 퇴직후 자녀 학자금 제공, 재취업 알선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특히 퇴직자 재취업을 위해 자회사 설립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인력 구조조정은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조직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간주되기는 하나 노동자에게는 실직의 고통을 던져주고 사회적으로는 대량 실업을 불러오기에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부득이하게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성실한 노사협의 후 실행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 이번 국민은행의 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큰 노사갈등 없이 합의를 이뤄냈고, 또한 퇴직자에게 최대한의 보상을 실시하며, 연령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모범적 사례로까지 언급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에 대한 노사간의 합의일 뿐, 또 다른 구조조정 대상인 비정규직에 대한 합의는 아니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계약해지로 2,000여명을 정리할 생각인 것이다. 정규직은 1만 9천명중 1,800명 감원에 3,0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1계급 승진하여 명예롭게 퇴직하도록 배려하면서, 어떻게 비정규직은 8,600명중 2,000명 구조조정에 아무런 보상과 지원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달랑 계약해지란 말인가?
단지 근로계약의 형태가 다를 뿐, 국민은행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던 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계약해지로 쉽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결코 칭찬받을 일도 아니며 바람직한 모습도 아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집중되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협의나 지원책 없이 단행되는 이번 국민은행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이를 계획하는 다른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더욱 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이 과정에서 노사간의 성실한 협의는 필수적이다. 성실한 협의의 대상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고용불안 속에서 일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더 큰 아픔을 겪을지도 모른다. 국민은행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하여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끝.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좋은기업만들기 시민행동 위원장 이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