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과 집행도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100% 계획과 맞아 떨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 예산이 쓰인 곳이 당초의 계획과는 딴판인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이에 따라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 권한이 무력화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경희궁 앞에 있는 ‘백강빌딩’. 지하 2층, 지상 13층의 이 건물은 1년 이상 비워져 있다. 지난해 12월에 들어서야 공사중임을 알리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공사 관계자에게 건물 용도를 물었다.

“이거요? 경찰 교통순찰대가 쓸 건데요.”

“그럼, 주차장이 커야겠네요?”

“글쎄요. 주차장은 이 안에 없고, 저 뒤에….”

하지만 건물 뒤에는 음식점 몇 개와 일반 가정집밖에 없다. 뒤쪽으로 죽 들어가서야 천막으로 둘러친 주차장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원인은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시키지 못한 데 있었다. 현재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는 종로구 적선동 서울시 주차장 부지를 무상 임대받아 패널식 가건물에 입주해 있다. 그러다 2002년 서울시에 대체 부지를 주고, 현재 부지를 넘겨받아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경찰은 대체부지 매입비 1백94억원을 2003년도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자특) 예산안에 반영, 국회를 통과했으나 서울시가 ‘교환 불가’ 결론을 내리자 부랴부랴 건물 매입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빌딩을 사들인 시점은 예산 집행시한을 눈앞에 둔 2003년 11월. 하지만 옆 건물 뒤편의 100평 남짓한 공동주차장 말고는 지하 주차장 등이 없는 등 사이카와 순찰차가 많은 순찰대 청사로는 부적합한 건물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불용처리를 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순찰대 관계자는 “후보지 30여곳을 놓고 고민한 끝에 이곳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순찰대측은 건물 내부를 나선형 주차시설로 리모델링하려고 했지만 구조상 위험이 크다는 진단에 따라 포기했다. 주차장 부지 매입 역시 일부 주민들과의 가격차로 경희궁과 맞닿은 200평선에 그쳤다. 그 결과 부지가 초승달 모양이 된데다 문화재 조사절차까지 밟느라 공사가 지연됐다.

또 다른 문제는 건물 매입에 들어간 돈의 성격이다. 교통범칙금과 과태료 등으로 조성되는 자특은 교통경찰 장비 구입·도로 개선 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특정사업에 쓰도록 설치된 것. 국회와 감사원 등은 “국유재산관리특별회계나 일반회계로 편성해야 할 청사 증·개축, 교통경찰수당·급식비 등을 자특에서 빼내 쓰는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주독 대사관저 구입 예산을 총 7백40만달러(77억여원)로 편성했으나, 지난해 2월 옛 베를린시 영빈관을 5백70만달러(59억여원)에 사들인 데 이어 내부 수리비용으로 4백34만달러(45억여원)를 책정했다.

대사관저 마련에 드는 총액이 1천4만달러로 예산한도를 2백64만달러(27억여원) 넘기게 되자 추가분만큼 예산 증액을 신청했다. 대사관측은 “문화재급 건물이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와 급하게 사긴 했지만 외교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예산한도를 초과할 줄 알면서도 사들인 뒤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반대, 국회 예결위에서 증액이 좌절됐다. 외교부측은 기존 대사관저 매각대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이·전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방부가 인건비 부족액을 메우기 위해 전력투자비 등 다른 사업 예산에서 가져오는 이·전용액은 2001년 1천2백억원, 2002년 1천7백17억원, 2003년 1천8백91억원에 이른다.

군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연차적으로 5,230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계획에 따라 매년 인건비를 절감 편성해왔으나 실제로는 인력감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방부의 경우 “98년 그같은 계획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단계에서 유보됐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예산처는 “당초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맞서 정부내 조율이 수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인천공항 철도건설사업비 중에서 2002년 9백억원, 2003년 5백98억원이 태풍에 따른 철도시설물 피해 복구 쪽으로 이용(移用)됐다.

일부 부처의 경우 전용 당시 공사기간이 부족해 그 해에 지출하지 못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일단 전용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 뒤 집행 잔액을 다음해로 이월시키는 경우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승기 경제예산분석팀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예산이 집행되다보면 예산도 부실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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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약층 지원금 ‘술술’ 샌다 ]

정부가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중 상당 부분이 당초 취지와 달리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자금 융자 이차보전 사업을 시행중이다.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 은행이 학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하게 하고, 이자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자녀와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 등과 같이 다른 융자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에게는 중복지원을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2003년과 지난해에 걸쳐 2,124명이 중복 융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의 경우 200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실업 상태에 있다 직장을 얻은 192명이 구직급여를 신청하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총 8천5백8만원을 지급했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무분별한 지원은 국립대학 재정실태 감사에서도 적발됐다. 한 국립대학은 제출 기한내에 연구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교수 242명에게 1인당 1백만원씩 연구 보조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지원기준 자체가 제도 도입 취지에 걸맞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이 저소득 근로자 계층에게 교육비를 무상 지원한다는 취지로 펴고 있는 근로자 장학 사업. 대상자는 ‘월 평균 임금이 1백70만원 이하인 근로자 및 그 자녀’다.

그러나 200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지급 대상자로 선발된 6,013명 가운데 514명은 근로자 가구 소득이 1백70만원을 넘고, 131명은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근로자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근로자 가구소득과 보유재산 등을 고려해 지급대상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경향신문 2005년 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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