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은 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도로명주소법 입법공청회에 참석하여 현시점에서의 도로명주소법 입법은 시기상조이며, 입법은 기존 사업의 효율성과 성과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계획수정이 이뤄진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입법 반대의견을 밝혔습니다. 시민행동은 ‘기존 도로명사업의 성과가 매우 미흡하여 사업계속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와 사업계획 타당성 검토가 엄정하게 이뤄지기 이전에 입법을 서두른다면, 자칫 국회가 예산낭비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물론 사업을 확대시켜 주기까지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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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사업, 안 되면 되게 하라?
- 시민행동, 국회에 ‘도로명주소법’ 반대의견 제출 -


■ ‘새주소사업’(도로명주소사업)이란 무엇인가?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사무실 앞길에는 ‘지혜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시민행동 사무실 건물에는 ‘지혜길 39’라는 팻말도 붙어있습니다. 현재 반수 이상의 지역에는 길과 건물마다 이런 팻말이 붙어있고, 지금은 붙어 있지 않은 지역도 조만간 모두 붙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팻말이 붙게 된 것은 행정자치부가 주무부처인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사업’(일명 ‘새주소사업’) 때문입니다. 일반시민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 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되어 10년간 계속해 왔습니다. 이 사업은 현재의 '몇 번지 몇 호' 식의 지번주소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일제 잔재이며, 길찾기에도 불편하고 선진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비효율적, 후진적 주소체계이기 때문에 선진국형인 도로명 주소체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금까지 2,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써가며 전국적으로 길마다 이름을 붙이고, 길 이름에 따라 건물마다 번호를 붙이는 작업을 해왔으며, 이 새로운 주소체계를 홍보하기 위해 갖가지 홍보사업을 벌이고, 새로운 지도와 인터넷 서비스도 개발하여 보급해 왔습니다.

■ ‘새주소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나 공무원들의 생각과 달리 새로운 주소체계는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주소를 쓰면 길찾기가 무지하게 쉬워져서 일상생활 면에서 시간과 노력이 절약될 뿐더러 물류산업의 효율성이 증대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데, 시민들은 시큰둥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관심입니다. 일반시민들은 그렇다 치고 우체국, 경찰서, 소방서 등 새로운 주소체계를 앞장서서 활용하도록 독려받고 있는 관련 행정기관들의 반응도 영 썰렁합니다.
2004년 10월 이재창 국회의원이 우체국 집배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존주소와 새주소(도로명주소)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가 하는 질문에 95%가 기존주소가 낫다고 답변했고, 기존주소와 새주소가 같이 써있는 우편물 배달시에 어떤 주소로 찾는가 하는 질문에 99%가 기존주소로 찾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우체국 통계에 따르면 하루 우편물량 1,800만여 통 중 새주소를 쓴 우편물은 0.04%인 7천여 통에 불과하고, 그나마 7천 통 중 과반수인 4천여 통은 현행주소와 새주소를 같이 쓴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전혀 안 쓰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입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이 사업에 대한 비판여론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를 때는 별말이 안 나왔지만, 사업이 꽤 궤도에 올라 투입예산이 많아지면서 외부에 노출이 되자 언론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극히 비효율적인 예산낭비사업 아니냐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시민행동 역시 경향신문, KBS 등과의 기획보도에서 이 사업을 자세히 비판했으며, 이후에도 관련 토론회 등에서 계속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대폭적인 사업계획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 ‘새주소’를 법적주소로 하는 입법안(‘도로명주소법’) 발의

이처럼 외부의 비판이 거세고 정부내에서도 협조가 안 되는 상황에서 행자부 역시 지금 상태로 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합니다. 그런데 행자부는 이 사업이 엉망이 된 이유, 즉 관련기관과 시민들이 새주소를 외면하는 이유를 새주소가 법정주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강제로 쓰게 하지 않으니까 안 쓰는 것이다, 이렇게 결론을 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자부는 작년 내내 새주소의 법제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고, 그 결과 작년말 강창일 의원 등이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안’(이하 ‘도로명주소법’)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도로명주소를 법적 주소로 하고, 행자부가 도로명주소 통합센터를 만들어 이 사업을 관장하도록 하며, 각 지자체는 행자부 계획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새주소 도입사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이 입법되면 정부측 연구결과로도 주민등록, 등기부 등 300여 종류의 공적장부를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정통부는 새주소에 맞춰 우편번호 체계를 개편할 경우 양 주소 병기 단계에서 우편번호부가 191배 증가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시의 경우 현재 우편번호 개수가 183개인데, 새주소에 맞춘 우편번호를 추가할 경우 34,988개가 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주소체계 정착 때까지 필요한 비용과 노고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안 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국민편의와 국가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비용과 수고가 아무리 크더라도 단계별 추진계획을 세우든지 뭔가 보완대책을 만들어서라도 해나가야만 되겠지요. 그런데 이 사업은 지난 10년간 2,000억의 예산을 쓰고도 별달리 실효성과 성과를 인정할 만한 모습을 보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오로지 법만 있다면 그간의 사업실패를 다 만회하고도 남는 성과를 보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뜻 믿기는 힘든 일입니다.

■ 시민행동, ‘도로명주소법’ 입법에 반대의견 밝혀

그래서 시민행동은 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도로명주소법 입법공청회에 참석하여 현시점에서의 도로명주소법 입법은 시기상조이며, 입법은 기존 사업의 효율성과 성과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계획수정이 이뤄진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입법 반대의견을 밝혔습니다.
시민행동은 ‘기존 도로명사업의 성과가 매우 미흡하여 사업계속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와 사업계획 타당성 검토가 엄정하게 이뤄지기 이전에 입법을 서두른다면, 자칫 국회가 예산낭비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물론 사업을 확대시켜 주기까지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보다 자세한 시민행동의 의견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시민행동은 기존 주소체계의 비효율성이 새로운 주소체계나 새주소사업의 타당성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존 주소체계가 아무리 낡은 것이라도 우리 국민들은 한 세기를 이 주소에 기반해서 생활해 왔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변화를 끼치는 사업이라면 마땅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사업진행 중에도 엄밀한 평가를 거듭해가며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사업실패의 주책임자인 행자부가 다시 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도록 하는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엄정한 재검토 후 반드시 사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더라도, 행정부내 여러 기관과 사법부 등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고, 민간사업자와 일반시민들의 이해와 호응이 절실히 필요한 전국가적 사업인 만큼 그에 걸맞는 위상을 가진 추진주체와 치밀한 사업계획이 필요합니다.
시민행동은 앞으로도 이 사업과 관련 입법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지켜볼 생각이며, 지금과 같이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경우에는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구하여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나갈 것입니다. 언론과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별 첨> 도로명주소법 입법에 대한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입장. 끝.

2006년 2월 20일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예산감시위원장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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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산그늘

2009.05.19 22:51:28

쉽게 쓰셔서 이해하기 편하네요
'도로명주소법' 이거 관습법을 위반하고 있어서 헌재에서 위헌판결날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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