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최대 280만명

- [미디어다음 -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기획] 국민 참정권 가로막는 뒤떨어진 투표제도 -

정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는 탄핵사태를 계기로 전 연령과 계층의 투표의향률이 크게 높아졌지만 역대 선거의 추세를 보면 사실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법과 관련 제도 때문에 투표를 못 하거나 투표하기 힘든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외에 거주하는 90만명과 철도 및 항공산업 종사자 등 직업 특성상 투표하기 힘든 130만명, 대학생 부재자 60만명 등 최대 280만명이 그런 경우다. 참여민주주의의 시대,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실태 및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책을 살펴보았다.



각 대학들이 대학생들의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 신고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


투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최대 280만명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부재자는 선거인 명부작성기간 만료일 이전 주민등록지를 떠난 사람으로서 선거인명부에 올라있는 국내거주자중 선거일에 자신의 주민등록지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이다. 올해 부재자 신고 기간은 3월27일부터 31일까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이번 총선의 부재자 수를 약 1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 등 9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외거주자는 부재자 규정에서 아예 빠져 있다. 올초 중앙선관위는 1인 2표제가 실시되는 이번 총선부터 국외 거주자들에게도 정당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가 선거구 획정 문제로 옥신각신하며 선거법 처리를 지연시키다 결국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안을 무산시켰다.

건설일용직, 철도, 항공산업 및 서비스 유통업 종사자 등도 업무 특성상 당일 투표가 불가능해 사실상 부재자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같은 유권자를 130만명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행 법으로는 부재자 신고기간이 지난 후 주소지를 떠나 선거일에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투표일에 주소지를 일시적으로 떠난 경우 부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들도 투표 참여가 쉽지 않은 경우다. 대학부재자투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이 같은 대학생 수만 6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측은 대학생 60만명은 근처 각 구마다 설치되는 부재자 투표소에서 얼마든지 투표할 수 있으며 일용직 노동자들도 각 사업장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선관위의 홍보 부족으로 신고기간은 물론 본인이 부재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선거인명부를 전산으로 작성하면서 부재자신고기간을 그렇게 짧게 할 이유가 없고 국외 거주자, 당일 투표 불가능자를 포함해 부재자 신고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 논란 ? 법 해석, 적용기준 기관마다 달라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문제에 대해 각 선관위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별로 법 해석이나 적용기준이 달라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부재자투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전국대학에서 부재자투표 신청을 받은 결과 29일까지 6만 5000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2000명이 넘은 대학은 모두 12개 대학이다. 이는 39개 대학에서 3만 9000명이 신청했던 지난 2002년 대선 때 숫자를 넘어선 것으로 이번 총선은 역대 공직선거 중 대학생 부재자 투표율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때도 2000명 이상 부재자를 신청한 대학은 6개에 그쳤는데 그나마 실제로 투표소가 설치된 대학은 3개뿐이었다. 투표소 설치 여부는 4월 5일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운동본부측에 따르면 2002년 대선 때는 학교 소재지와 학생이 살고 있는 구(區)가 다르면 부재자로 인정됐지만 이번에는 같은 서울시(市) 안에 있거나 시를 벗어나도 거리가 가까우면 부재자로 인정되지 못해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운동본부 이진오 사무국장은 “이에 따라 부재자 투표 기간이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학교에서 투표를 하려고 했던 학생들이 부재자로 인정 받지 못해 대학내 투표소 설치가 무산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선관위별로 투표소 설치에 관한 기준 적용이 다른 것도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의 부재자 투표소 설치는 비교적 쉬운 반면 대구시 선관위의 관할지역인 경북대의 투표소 설치는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운동본부 이진오 사무국장은 “부재자 투표소 설치 기준 2000명이 너무 높고 각 지역 선관위별 적용기준이 달라 관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AIST도 2002년 대선에서 부재자수가 2000명에 미달해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실패했다. 올해는 KAIST 총선연대가 2026명의 부재자신고 신청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해 투표소 신고를 요청했다. 이에 KAIST 관할인 대전시 유성구 선관위 홍민표 관리이사는 KAIST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홍 이사는 “일단 2000명 이상의 부재자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처리 절차에 따라 9명의 위원이 참여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현재 내근직 두 명이 담당해야 할 부재자 투표소가 네 곳인데 KAIST까지 포함되면 5곳으로 늘어나 부담이 크다”고 걱정했다. 홍 이사는 이어 대학에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힘든 이유로 “정치적인 대자보나 현수막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학 외부에 있는 다른 부재자 투표소가 가깝거나 전국에 흩어진 부재자수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 지역 선관위가 대학내 투표소 설치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재자 투표 절차도 완화돼야

거주지 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종이로만 부재자 신청을 제한하는 등 첨단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선거법도 문제다.

부재자 신고를 하려면 해당 용지를 지역 선관위에서 교부받거나 선관위 홈페이지의 양식을 출력한 뒤 양식을 작성해 주민등록지 단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자정부사업으로 개인 인증을 거쳐 신고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또 “선거 당일 거주지에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거구 또는 투표소간 선거인 명부 공동전산망을 구축해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로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앙 선관위 지도과 담당자는 “기표 용지는 자신이 속한 선거구의 용지를 사용해야 한다”며 “투표소마다 어느 선거구 사람이 얼마나 올지도 모르는데 모든 선거구의 기표 용지를 전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 38조에 따르면 서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거법이 바뀌기 전에는 인터넷 신고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법은 지난 12일에 개정됐으므로 당분간 다시 개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 정선애 사무국장은 “선관위는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고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선거법과 관련 제도를 시대적 변화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며 “선거를 하고 싶어도 못해 참정권을 침해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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