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생태 보고서 - 너희들은 술 마실 때, 무슨 이야기를 하니? <1>

 

좋은예산센터 활동가 최승우
 
 
안녕하세요, 좋은예산센터 활동가 최승우입니다. 활동가들은 언제나 소통이 부족하다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활동가들과 후원회원분들과의 소통도 정상적이거나 원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활동가 생태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우선 친근해지고, 후원회원분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원회원분들에게 글을 보냅니다.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뜬금없는 글을 받아보시더라도 후원회원분들과 더 친해지고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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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활동가들이 모이는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라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큰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제(2014년 6월 10일) 동국대 경영학과 이영면 교수님 덕분에 사무실 전체 회식을 하게 되었고, 어마무시하게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고맙습니다 ^^). 아쉽지만 이영면 교수님 일정 관계는 2차는 함께 하시지 못 했지만, 한참을 프로야구 이야기를 하였고, 사무실 남자 활동가 중에서 과거 대학 시절에 여자 분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믿기 힘든 사실에 대한 진상 파악과 최근 여자 분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남자 활동가의 일명 ‘요정’설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는 수다를 떨면서 맥주를 열심히 마셨습니다. 보통 여기까지 하고, 90%의 술자리는 끝이 나게 되는데, 간혹 낮은 확률이지만 술자리에서 뜨거운 이야기가 오고 갈 때가 있습니다. 어제가 바로 낮은 확률로 터지는 술자리의 열기가 확 뜨거워 진 경우이고, 그 주제는 ‘노동’이었습니다.
 
 
시작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중소기업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등의 이야기를 하던 중, 노동자 처우 개선과 노동환경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어떤 ‘노동’이 노동자 개인과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는 물음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노동이 한 개인에게 힘들고 떨쳐버리고 싶은 고역인데, 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으로 노동을 참고 인내하게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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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끔 아주 어렵게 터지는 활동가들의 뜨거운 술자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근대적 ‘공산주의’라는 단어의 유래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수도원 운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가장 중요한 사상은 신앙운동으로 ‘가난’으로 성직자들이 토지를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 운동이 성장을 하게 되면서, 수도원이 재산을 정말 소유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재산을 소유하지 않은 것인지 등의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결국 수도원 운동의 대부분은 주류 가톨릭에 편입되지만, 성 프란체스코파 중 아주 급진적인 소수파만이 초기 수도원 운동의 흐름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 소수파들이 자신들을 코뮤니스트라고 불렸는데, 바로 근대적 ‘공산주의’의 형성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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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가 정치적 의미를 강화시킨 계기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식량 값의 상승을 제한하려는 ‘최고가격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발생하게 됩니다. 자코뱅파와 지롱드파 모두 개인의 사유재산을 중요하게 인정했지만, 자코뱅파는 ‘최고가격제’에 대한 옹호로 소유권에 일정 정도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로베스피에르가 죽고 자코뱅파가 해산된 후, 숨어든 잔당들 중에서 자코뱅 좌파의 주동자 프랑수아 바뵈프가 평등권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노선을 공산주의라고 부른 것이 종교적 공산주의가 아닌 정치적 공산주의와 운동으로 공산주의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절주절 공산주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 한 이유는 공산주의에서 공동체의 유지와 지속을 위해서는 모두 함께 공유해야 하는 무엇인가가 중요하게 받아들였다면, 매시기 시대적 상황에 공동체가 공유해야 하는 것은 변화될 수 있겠지만, ‘노동’을 단순하게 개인의 자기계발을 통한 선택의 문제와 기업의 노동환경개선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공공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노동을 공동체의 유지와 지속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여기까지 마무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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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ier & Marx
 
 
하지만, 노동의 가치의 재조명은 필요하지만, 노동이 개인에게 고역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게 됩니다. 한 개인이 노동과 맺는 관계에 대한 고민은 푸리에가 팔랑스테르라는 공동체를 구상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곧 쾌락으로 즐거운 것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시작됩니다. 푸리에는 노동과 쾌락의 일치를 공동체의 핵심적인 원리라고 주장하고, 맑스도 이 사상에 영향을 받아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되면 노동의 성격 자체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푸리에와 맑스의 차이점은 노동의 쾌락화를 푸리에가 정념(과시욕, 이성에 대한 성욕 등)의 강조로 바라보았다면, 맑스는 자아실현의 강조로 바라보았다는 점입니다. 그럼 노동을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시도가 가능할까요?
 
 
노동을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고민은 좌파이론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도 주요한 고민이었습니다. 보상과 동기 부여 등의 문제의식이 바로 이런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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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toteles
 
 
맑스의 자아실현으로 노동이라는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위해서 외부적 선(부, 건강, 외모, 권력, 장수, 자식, 사회적 명예 등)이 행복의 필요조건임을 인정하지만, 행복의 질과 양은 외부적 선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외부적 선 이외에도 우리 내부에 있는 선과 악에 대한 잘못된 판단 그리고 이와 직접적으로 결부된 욕망과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관조적 삶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외부적 선, 관조적 삶과 함께 정치적 삶의 조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그 이유는 정치적 삶이 외부적 선을 충족시키고, 관조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덕이 바로 정치적 삶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최종 목적은 정치적 삶에 있게 되는데, 폴리스(polis)는 불완전한 개인들이 모여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자기 충족성을 제공하는 집합적 선으로, 폴리스가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생활, 그리고 외부적 선을 충족시키느라 분투하면서만 일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직 폴리스 속에서만 인간은 최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따라서 폴리스 안에 있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물질적 조건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폴리스의 문제, 즉 공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참여하여 실천적 지혜를 발휘할 수 있고 정치적 덕을 육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삶을 살도록 권장하면서도 행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관조적 삶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시민이 정치적 삶으로 권력화 되어 관조적 삶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치적 지위와 관직의 정기적 순환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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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도식적으로 이해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의 정치의 위치에 맑스는 노동을 삽입하는 형식으로 자아실현으로 노동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맑스가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과 짧은 노동 시간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도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조적 삶과 정치적 삶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술자리 마지막은 바로 노동이 즐거움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문제인식에 대해서 자본주의도 좌파 이론에서도 고민했다면, “그 만나는 지점에 대한 모색이 현재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정도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주 가끔 활동가들이 이런 이야기를 안주로 술을 마실 때가 있지만, 그럼 술자리가 아주 길어지기 때문에 숙취와 함께 고민들이 다 날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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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후원회원분들께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 활동가들의 삶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활동가들이 후원회원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절대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으니, 활동가와의 술자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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