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범죄신고, 환영할만한 일인가? 염려될 일인가?

정보인권위원 강장묵


이동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112'와 같은 특정번호로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누구나 범죄 현장을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활용하여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환영할만한 일인가? 염려될 일인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이혼 법정에서


사고가 난 차량 주위로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사고현장을 찍고 있는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이 되었다. 증거를 수집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 첨단 기기는 흔히 사용된다.

이혼 법정에서는 출장을 떠나는 남편이 아내가 의심스러워 36시간을 녹음한 MP3에 담긴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증거로 제시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첨단 기기로 서로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원형 감옥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경찰이 도입하고자 하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범죄 신고제가 시민의 신고의식을 높이는지 개인에 의한 원형 감옥을 만드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수집된 증거가 과연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졌는가?

1975년 사회학자인 티보(Thibault)와 워커(Walker)는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라는 용어를 통해 공정한 절차를 소개하였다. 절차적 정의란 결과에 이른 절차에서의 정의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법률적으로는 적법절차(due process)라고도 부른다. 즉 법에 합당한 절차에 의하여 증거가 수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요나 위협에 의한 증거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증거로서 채택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함정 수사라는 것에 포착되어 교통 범칙금을 내야할 경우 억울해하는 경우가 있다. 잘못은 하였지만, 잘못을 찾아내는 방법과 과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무를 집행하는 분들도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신고의식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보상금까지 준다면 전문적인 UCC 카파라치가 나오지는 않을까? 숨어서 촬영하지 말아야 할 개인적인 공간까지 촬영한다면, 신고의식은 높아질지 몰라도 서로 믿지 못하는 감시 사회로 가는 것은 아닐까?


공권력의 행사는 누가 하는가?

과거에는 시민의 신고 정신으로 간첩도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의 공권력은 경찰, 검찰 등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신중하게 집행되었다.

오늘날 가상공간은 공권력에 의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공공의 적으로 드러나면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당사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부모, 형제 등의 신상정보, 그리고 이동전화번호까지 공개된다. 싸이월드는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댓글은 공공의 적이라는 이유로 입에 담기 힘든 욕들이 이어진다.

누리꾼은 신고정신으로 제보한 시민, 공권력으로 수사한 경찰, 기소한 검사, 그리고 '사이버 사형선고'까지 가차없이 내리는 판사의 역할까지 모두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똥녀가 그랬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개똥녀가 탄생할지 모른다. 모두가 억울하다는 사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격분하지 잘못과 죄를 합리적인 절차와 원칙에 의해 단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흥분한 대중들의 인민재판이 벌어지고 그 기록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전자정보로 남겨 지는 시대이다. UCC를 이용하여 범죄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는 행정상의 편리함은 누리꾼들의 마녀 사냥에 실탄을 장전해주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의 종말은 다가오고 있는가?

과거에는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여왔었다. 이것을 빅브라더스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기업이 국민을 감시하고 있다. 이것을 리틀브라더스라고 부른다. 다가오는 UCC 환경에서는 국민이 국민을 이웃이 이웃을 아내가 남편을 부모가 자식을 감시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미 골목마다 정조준하여 수백 미터를 줌으로 당기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코엑스몰에는 그 많은 상점의 수보다 CCTV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동전화로 사진, 동영상을 찍어 두고 있다. 심지어는 의심 가는 아내나 동료 몰래 도청을 하여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 부정하다 싶으면 얼마든지 인터넷에 올려서 직장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고 높은 분들의 자리도 박탈할 수 있다. 굳이 범죄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는 좋은 의도라지만 증거의 수집과 과정에서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 같지는 않은가?

이미 RFID 기술로 프라이버시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시대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행정당국도 사법당국도 편리함을 이유로 프라이버시를 위협하고 있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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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세계일보과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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