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나라살림, 이대론 안된다’ 공동기획을 시작하면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예산감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산업대 김재훈 교수, 국회 예산정책처 박정수 예산분석심의관, 서울시 결산감사위원인 이상근 회계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제는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때”라며 “이번 공동기획이 예산 감시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회=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1백조원을 넘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예산도 일반회계 기준으로 해마다 5~6% 이상씩 불어나고 있고요. 그런데 이따금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서 문제제기가 이뤄질 뿐 본격적인 해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위원장=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이 곧 4백만원이 됩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에서 쓸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고 있고요. 정부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경우 그만큼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경쟁력도 약해집니다. 시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박심의관=그동안 예산에 대해 단발적인 문제 지적은 있었지만 총체적인 해부는 없었습니다. 그 결과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 되풀이돼온 게 사실이죠. 이제 국회에서도 제대로 된 견제를 해보자는 분위기가 성숙돼가고 있습니다.

▲이위원=지금까지는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에 관심과 불만이 많았지만, 신용카드 사용으로 세금관리가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론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느냐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납세 측면에서 지출 측면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정부 개혁과도 맞물리는 문제지요.

▲사회=국회의 예·결산 심의 등 현재의 예산 견제·감시 시스템은 너무 낡았고, 형식적이며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박심의관=과거에는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가지는 행정부 위주의 통치구조였습니다. 즉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산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지요. 미국은 1년에 10개월 가량 예산 심의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10월부터 12월까지 90일 안팎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나라 살림에 대한 심사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위원=중앙정부의 경우 그나마 감사원이 결산·감시 기능을 하지만 지자체는 독립된 감사기관이 없습니다. 서울시는 10명, 다른 지자체는 3~5명 정도의 결산감사위원이 보름 정도 검사를 해서 결산을 끝내버립니다. 통과의례지요.

▲사회=이번 기획이 앞으로 어떤 부분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위원장=예산편성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집행이 국회에서 심의한대로 되고 있는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내려보낸 돈이 목적에 따라 쓰여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예산 규모와 사업 중요도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매겨야 합니다. 대형 국책사업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 등의 정치논리에 따른 낭비에 대해서도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박심의관=투입에 따른 성과물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현재 정부 예산은 국(局)이나 과(課) 등 조직별로 짜여지지 않고 있지요. 그 조직이 얼마를 받아서, 어떻게 쓰고, 무엇을 했는지가 잘 나타나지 않는데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예산이 행정자치부에 들어가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위원=낭비 사례를 폭로하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낭비 원인을 밝혀내서 제도와 조직 체계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담당자의 업무 미숙이었다면 교육을 어떻게 강화할지도 제시하고요. 지자체 예산이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도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박심의관=중기 재정계획이나 탑다운(총액배분) 방식 등 정부가 추진중인 예산개혁 과제들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떤지에 대한 파악도 중요합니다. 뉴질랜드나 영국 등 성공사례뿐 아니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일본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김위원장=대상을 어떤 공무원 개인으로 잡게 되면 한계가 있습니다. 효율성과 함께 형평성, 합법성, 절차 등도 예산 집행의 중요한 기준인데요. 그런 점을 고려해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위원=해당 공무원들로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고, 나름대로 ‘내부 논리’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납세자의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산이 올바로 쓰였는지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철저히 성과라는 잣대를 대야 합니다.

▲사회=돈을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식의 과거식 접근은 지양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심의관=물론입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비·출장비 등 민간과 비교가 안되는 예산단가들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공사도 단가가 낮은 쪽으로 하다보니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요.

▲김위원장=예산 1,000원에서 50원, 100원 줄이는 게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많은 낭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낭비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낭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시민행동이 이번 기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김위원장=시민단체가 기획단계부터 참여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5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예산 감시분야에서 풍부한 인적 자원과 자료를 축적해온 만큼 생동감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발로 뛰는 현장조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입니다.

▲이위원=이번 기획을 계기로 국민 전체가 ‘예산 감시 파파라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됩니다.


〈사회=권석천 특별취재팀장|정리=조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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