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해도 경제적으로 이득이던데요”

함께하는시민행동-한겨레신문 공동기획 : 미래를 여는 실천-대안생활백서 시리즈를 끝내며





‘대안생활백서’ 연재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지난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뒷골목의 한 ‘촛불켜는 가게’(8회)에서 ‘착한커피’(1회)를 앞에 두고 네 사람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겨레>와 함께 대안생활백서를 꾸려온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오관영 사무처장·조양호 기획실장, 촛불켜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환경연대의 이보은 기획홍보실장, ‘남자들이여 앉아서 일봅시다’(15회)의 주인공인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팀장 등이 참석했다.


안진걸=‘남자들이여 앉아서 일봅시다’가 포털 사이트 등에 소개되면서 논란도 많이 일었다. 물론 악플도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논란이 이는게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다른 성’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대안생활백서로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수영장에 생리할인을 도입하자는 기사( 12월12일치 9면)도 마찬가지였다.

‘앉아서 일보는 남자들’
다른 성 이해하는 계기됐을것

오관영=심지어 우리집 아이는 가끔 변기 덮개마저 안들고 ‘일’을 보는 경우가 있다.(웃음) 타협책으로 덮개는 반드시 들도록 했는데 한발 더 나가야겠다.

이보은=어느 방송에서 실험한 걸 봤는데 주위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튀고 위생에도 좋지 않다. 집에서 남편에게 그 문제로 잔소리를 한다.

조양호=지금까지 19개의 대안생활백서가 실렸다. ‘∼을 하지말자’가 아니라 ‘∼을 하자’는 쪽으로 기사의 초점을 둬왔다. 대안생활은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댓글을 보면 ‘시대와 떨어져 있다’거나 ‘자본주의를 부정하자는 취지냐’와 같은 반론도 많았다.

=시민운동을 하는 우리 스스로도 변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실천을 권유하는 것은 어렵다. 또 대안생활백서는 조직화·집단화·동원화 하는 기존 시민운동과는 작동 원리가 반대였다. 집단이 아닌 개인의 실천적 자각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촛불켜기 운동을 시작할 때 단체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여유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품격있는 소비생활’ 정도로 비친 탓이다. 하지만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만드는 사람들이야말로 이념이나 사상, 구호성 캠페인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다. ‘즐겁게 하기’가 새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촛불이 돈도 적게 들고 디자인도 예쁘면, 단순히 ‘환경에 좋다’라는 걸 넘어 ‘운동이 멋도 있구나’라는 느낌을 줄 것이다. 어떤 환경운동가가 자주 간다는 한정식 집은 반찬이 30개가 넘는다. 멋있는 삶일 지 모르지만 많은 음식 쓰레기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색하다. 반면 촛불켜기 운동은 이런 지향과 멋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안생활은 약간 비효율적이라 하더라도 환경과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생활 등이 풍족해질 수 있다면 그걸 추구해보자는 거다. 이런 대안적 가치를 비용으로 계산해 보면 어떨까?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대안생활의 걸림돌이다. 편리함을 포기하는 건 큰 결단이 필요하다. 대학 때 종이컵 없는 캠퍼스를 만들자는 운동을 했는데, 자기 컵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커피값이 떨어진다는 경제적 보상 논리로 설득했다.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웃음), 대안생활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와 사례가 필요하다.

=효율을 추구하는게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운동이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면 안되나? 댐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방송 토론회에서 댐 건설을 반대하는 쪽은 토론 내내 화장실 변기에 벽돌 한장씩만 넣으면 댐을 안지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샤워나 화장실 이용을 편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환경론자들은 왜 불편하게 살아갈 것을 강요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어렵다.

소개 사례 대부분 여성에 집중
30~40대 남성직장인 대안 아쉬워

=느린 먹거리를 만들어 주거나(5회) 거실을 서재로 바꿈으로써(9회) 변화되는 아이들의 정서나 건강 등을 경제적 이득으로 환산해보면 훨씬 클 텐데 계산이 잘 안된다.

=직장인들은 밥 먹으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얘기를 하지만 술 한잔 먹고 나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자조한다. 그럼에도 왜 대안적 삶을 선택하지 못할까? 다들 꿈은 꾸지만 대안생활을 제약하는 사회적 요소들 때문으로 보인다. 대안생활백서에 소개된 사례의 대부분은 여성이나 주부다. 30∼40대 남성 직장인이 할 수 있는 대안생활도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보다 일반인은 대안생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짜여진 틀에서만 움직인다.

=한 조사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환경 의식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일터에서 시달리다보니 이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또 남성 직장인이 생활하는 회사의 대부분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로 짜여 있다보니 그런 문화에 익숙하다. 여성민우회가 하고 있는 ‘회식문화 바꾸기’나 ‘명절문화 바꾸기’ 운동이 안 되는 이유도 그런 문제다.

=앎과 체험은 대안생활의 실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앉아서 일보기’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안생활백서의 내용이 신선했다기보다 독자들이 ‘아,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알리고 생각하게 한 점에서 호응이 있었다. 체험도 마찬가지다. 희망제작소에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배지 달기 캠페인을 하면서 남자들에세 10㎏을 들고 일어나는 임산부 체험을 하게 했더니 임신이 힘들고 긴장된 일이란 걸 비로소 공감했다. 노인 체험(10회)도 그런 의미이다. 이런 체험들이 많아지면 신체적 약자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하게 된다.

=우리 단체에서 캠페인을 하면서 젊은 남자에게 어떻게 하면 장바구니를 들게 할 건가 고민하다 탤런트 지진희씨에게 장바구니에게 들게 했다. <한겨레>만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광고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대안적 실천을 하는 장면이 자주 그려지면 좋을 것이다.

=‘여우야 뭐하니’라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커피를 마시면서 ‘제3세계 착취하는 커피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배우 최민수씨가 화장실에서 앉아서 용변을 본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상업적인 것인지 모르지만 요즘 ‘훈남·훈녀’와 같은 유행어가 나오는데, 나누거나 배려하는 것이 흐름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대안적 가치들이 확신될 여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더 많은 대안생활들이 소개되지 못했다. 대안생활 체험 공간을 둬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풀뿌리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지자체·공공시설에서 체험활동 공간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일본의 기후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촛불켜기 운동을 한다. 전통등 만들기, 고기잡이 배 횃불 재현, 여름 강물에 불꽃을 떠내려 보내는 전래행사, 전통 밀랍초 만들기 등을 통해 촛불켜기 운동을 지역문화 살리기와 연계시켜가고 있다.

=앞으로 여러 대안생활을 소개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대안생활 박람회를 열어 볼 생각이다.

=시민운동의 위기라는 비판도 많아지고 있는데, 시민운동과 대안적 삶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지 고민이다.

경제적으로도 이롭다는 설득논리
풀뿌리 공간에서 체험 확대 필요

=대안생활백서가 시민운동이 고양된 시기에 나왔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대안생활백서는 시민운동이 생활·풀뿌리·개인 영역으로 확장된 것인데,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하니까 마치 기존 시민운동을 부정하는 대안적 운동으로 비춰지는 문제가 있다. 사실은 그동안 시민운동에서 비어있던 부분, 해야할 일을 대안생활 운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권력구조나 사회 변혁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대안적 실천을 통해 개인들의 진정성을 높여감으로써 보완될 수 있다.

=새만금과 천성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겪으면서 시민운동이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문화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성찰이 있었다.

=대안생활백서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민운동에 에너지를 공급하자는 취지인데, 소소한 것에 매달린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사회운동이 개인에게 적절히 동기 부여를 했느냐는 성찰과 함께 개인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안생활 운동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정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당신의 생활에 숨어있는 작은 실천, 아직 많답니다

못다 소개한 대안생활백서



변기통에 벽돌넣기, 아침밥 챙겨먹기…지금 시작해봐요


지난 9월2일 ‘착한 커피’의 향기와 함께 시작된 ‘대안생활백서’ 연재는 넉달여 동안 모두 열아홉건의 대안적 삶을 소개했다. 일상에 파묻혀 미처 몸으로 옮기지 못할 뿐, 작은 의지와 관심만으로도 실천이 가능한 사례들이었다.

반향도 적지 않아, ‘착한 커피’는 소개된 뒤 판매량이 급증했고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구입양 프로젝트’(2회)도 학생들의 수업 내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남자들이여 앉아서 일봅시다’ 등 사이버 공간에서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이 된 대안생활백서도 많았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대안생활백서도 숱하다. 새롭고 의미있는 사례를 먼저 소개하려다 보니 뒤로 미뤄진 탓도 있고, 때론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다 다루지 못한 것도 있다. 물을 아끼기 위해 변기통에 벽돌이나 빈 페트병을 넣어 두자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환경을 생각한 겨울철 내복입기, 대중교통 이용, 손수건 챙기기 등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시기를 계기로 한 작은 실천의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3월3일 납세자의 날, 하루쯤 내가 내는 세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고 혹시 낭비되는 예산은 없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지방의회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보통신의 날인 4월22일을 거꾸로 ‘접속하지 않는 날’로 삼아 휴대전화, 인터넷 등에 종속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체험 행사도 주변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하루쯤 스스로 장애인이라 생각하고 동네를 산책하며 장애인들이 느낄 불편할 사항을 점검해 행정기관에 개선을 건의해 보는 것도 작은 실천이다. 무거운 옷을 껴입고 임산부의 고단함을 직접 느껴봐도 좋을 것이다.

시장 개방과 줄어드는 농산물 소비로 고통받는 농민을 위해 아침밥을 챙겨먹는 습관을 기를 수도 있다. 4500만명이 일년에 쌀 소비 1㎏을 줄이면 1만 가구의 농가가 논농사를 포기하게 된다는 통계가 있다. ‘미래를 위한 실천’은 이처럼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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