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FID의 무분별 확산으로 인한 감시의 내면화 우려, 국회는 조속히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제정해야-
최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사물에 전자 추적표(RF태그)를 부착하려는 계획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것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신속한 전달은 행정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매력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행정당국은 행정수요자인 시민들 입장에서 그것이 쉽게 받아드릴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입장에서 ‘안전’과 ‘금전적인 이득’이 제공되는 어떤 제안이 있다면 이것은 큰 유혹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KT와 손을 잡고 ‘키즈 캐어’라는 서비스를 한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자녀의 등교와 하교에 관한 정보를 RFID 학생증으로 인식하여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입니다. ‘귀하의 자녀가 등교 했습니다’ 라고 말이지요. 학교로부터 그 정보를 매일 받아야 안심이 된다면 학생과 학부모, 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사회현상일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 추적 장치를 부착해야 하고 나의 안전을 위해 관련 정보를 부모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사회는 보호의 손길을 보내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등교와 하교 정보를 매일 문자메시지로 받아보는 것은 과잉보호 아닐까요? 보호의 효과가 있기는 한 것일까요? 아이들의 휴대폰에 위성 추적 장치(GPS)를 부착하여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알게 한다면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업과 행정당국은 언제인가는 이 계획을 강하게 주장하려고 할 듯합니다.
과잉보호로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학습한, 모호한 안전의 댓가로 프라이버시의 일부를 침해 받았던 사람들은 미래에 어른이 되었을 경우 기계의 힘을 빌은 추적 감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게 될까요? 감시의 내면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운 먹구름에 갇히게 될지 모릅니다.
서울시는 최근 승용차 요일제의 확산을 위하여 참여자들에게 RFID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교통량을 줄여 교통상황을 호전시키려는 계획입니다. 이 사업의 효과를 위하여 RFID 스티커를 발급 받은 참여자들에 대하여 자동차세 5%, 자동차보험료 2.7%의 감면 등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부여 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혜택일 것입니다. 그러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승용차가 지정한 요일에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당해야 합니다. 즉, 시내 주요 지점에 설치된 RFID 리더기가 승용차의 움직임을 감시하여 요일제를 준수하는지 기술적으로 추적할 것입니다. 약 7미터 거리 밖에서 참여자들의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 RFID시스템의 응용 범위는 사실 매우 다양합니다.
금전적인 이득의 댓가로 프라이버시의 일부를 내놓는 사례가 이미 사회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편리함의 유혹, 금전적인 이득과 프라이버시가 거래 되면 될수록 개인은 거대한 감시 구조에 갇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물을 추적하는 RFID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프라이버시 위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국회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제정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서히 확산되어가는 RFID는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조속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RFID 지침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