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6년 5월 3일, 한글2005를 개발한 한글과컴퓨터사와 나모웹에디터를 개발한 (주)세중나모에 "버마"를 입력할 경우 "미얀마"로 자동 변환되는 현상을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는 "프로그램 개선요구서"를 정식으로 발송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번 호 : 기획 20060503-01
수 신 : 한글과 컴퓨터 백종진 대표이사님
참 조 : 한글2005 개발부서, 대외협력부서
발 신 :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실 (02-921-4709)
제 목 : 한글2005 소프트웨어의 개선 요청 (2006. 5. 3)
1. 국내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함께하는 시민행동(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은 1999년 9월에 창립된 시민단체로서 예산감시운동, 좋은기업만들기운동, 정보인권운동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오고 있습니다.
3. 최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귀사가 개발한 한글2005 프로그램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첨부와 같이 알려드리고 정식으로 개선을 요청드립니다.

- 작은실천 : 버마라는 단어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는 방법 -
1. “버마”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자동으로 “미얀마”로 변화되는 현상에 관하여
귀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한글2005에서 “버마”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미얀마”로 변환되는 현상을 아시는지요? MS워드나 오픈오피스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서는 없는 현상인데 한글2005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와 같은 현상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정식으로 개선을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2. “버마”와 “미얀마”의 관계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요구하는 내용의 이해를 위해 “버마”와 “미얀마”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에 위치한 나라로서 옛 국가명은 버마입니다. 우리에게는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로 더 잘 알려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버마”라는 나라 이름이 “미얀마”로 바뀌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1988년, 버마에서는 62년부터 지배해온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대규모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88년 8월 8일, 10만명 이상의 시민과 학생, 심지어 승려들까지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였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칠 줄 몰랐습니다. 가히 혁명적 상황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이 항쟁이 채 결실을 맺기도 전에, 서마웅 장군을 위시한 신군부가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대대적인 강경 진압을 계속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000명에서 최대 20,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희생자의 수도 밝혀지지 않았고, 진상조사 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신군부는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으로 실추된 대외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1989년 국가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개정하였습니다.
국가의 공식 명칭을 불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군부정권이 국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버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은 국내외적으로 “미얀마”라는 국가명 대신 “버마”라는 국가명을 사용합니다.
4. 버마라는 단어에 자유를!
위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버마”가 “미얀마”로 바뀌게 된 사정에는 한 국가의 시대적인 아픔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글과 컴퓨터사에 정식으로 요청드립니다. 한글2005 프로그램에서 “버마”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자동으로 “미얀마”로 변환되는 현상을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단어들과 달리 “버마”와 “미얀마”는 단지 맞춤법이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버마”라는 단어는 꼭 공식 국가명을 쓸 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도 사용하고, 다민족 국가인 “버마”의 민족구성원을 이야기할 때도 사용합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많은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들과 버마 민주화를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도 “버마”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즉, “버마”라는 단어는 이미 폐기처분된 단어가 아니라 현재에도 쓰이는 있는 단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보기에 한글2005 프로그램에서 “버마”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미얀마”로 자동으로 변환되는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5. 우리의 구체적인 요구사항
1) 버마”가 맞고 “미얀마”가 틀렸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어의 선택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실 것을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즉, 한글 2005 프로그램에서“버마”를 입력했을 때 자동으로 “미얀마”로 변환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2) 한글2005의 [빠른교정사용사사전]에서 “버마”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위와 같은 현상이 해결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이용자가 아닌 이상 이런 기능을 찾아서 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버마”라는 단어가 [빠른교정사용자사전]에 들어있는 다른 맞춤법 교정을 위한 단어들과 같은 수준의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요청드리자면 한글2005의 다음 버전을 출시할 시에는 [빠른교정사용자사전]에서 “버마”라는 단어를 삭제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3) 귀사가 제공하는 위와 같은 단어 교정 기능이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의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의 내용이 특정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위와 같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요구사항에 대한 귀사의 입장을 이른 시일 내에 회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