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의 월권적 지위 및 각종 인권 침해 소지를 갖고 있어 지난 3년간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해온 테러방지법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여야 3당이 합의한 수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19일에 법사위의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민행동은 명분도 합리성도 상실한 이번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여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는 인권활동가들의 모습입니다. 참세상뉴스 제공)
국가정보원 확대 음모 - 테러방지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안을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정보위원회는 이번 법안이 인권 침해의 소지를 제거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나, 100여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 엠네스티가 공식적으로 이번 수정안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심지어 이 법이 협력 대상으로 삼고 있는 법무부나 국방부마저도 공청회를 통해 법안에 대해 반대, 혹은 우려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국가정보원 이외에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법안이 이처럼 비민주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기에,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모든 양심적 국회의원들이 나서줄 것을 당부합니다.
1. 이 법의 목적은 테러의 방지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권한 확대입니다.
시민행동은 이 법이 사실상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조직법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안에 규정되어 있던 구체적 반테러 규정들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법률에 이미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수정안에서는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조항이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설치될 대테러센터에 관한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반테러 조치는 사라지고 조직 설치 규정만이 남은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 법안이 오직 국가정보원의 권한 확대를 위해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공약으로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할 것을 주장했듯이, 국가정보원의 개혁은 이미 사회적 합의입니다. 개혁은커녕,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가정보원의 존속과 권한 확대를 시도하는 이번 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합니다.
2. 여전히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수정안이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앴다고 주장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들은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나 허위신고에 대한 수사권 등 수정안에서도 존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 조항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일부 규정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 법 부칙 제2조 1항은 대테러센터의 장이 금융분석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 제7조 4항을 개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7조 4항은 수사기관이 형사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분석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본 원칙입니다. 수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대테러센터의 장이 금융분석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또한 부칙 제2조 3항에서는 테러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들에 대해서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 자체도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그 혐의만으로 개인에 대한 감청까지 허용한 것은 감청권의 남용입니다. 이처럼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가 있는 조항들을 부칙을 통해 개정하도록 하는 것은, 그것도 해당 법률들의 소관 상임위의 검토조차 없이 개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3. 테러방지법은 테러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랍계 인종에 대한 불법 수색과 구금, 입국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생체정보 수집, 테러에 대한 국제적 감시 체계 추진 등 각종 대테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테러의 위험이 감소했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는 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만이 들려올 따름입니다.
시민행동은 프라이버시 보호 활동을 해오면서, 감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미봉책에 불과함을 지적해왔습니다. 테러 방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으로 테러를 방지하는 길은, 한국이 지구 공동체의 평화와 제3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성심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파병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 시 민 행 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