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상황 외환위기 때 만큼 심각
미디어다음 김진화 기자
media_evo@hanmail.net
함께하는시민행동(상임대표 이필상 고려대 교수), 시민방송RTV(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그리고 미디어다음이 공동으로 마련한 ‘지속가능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좌담회 첫번째 순서인 ‘한국경제 동력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시민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성균관대학교 안종범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전주성 교수,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 등 3명의 경제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 경제위기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 상황이 97년의 외환위기 당시 상황보다 나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할 중대국면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이렇듯 심대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참여정부의 현 경제정책이 매우 미흡하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위기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위기의 성격이 복합적인 데 반해 정부 내부의 정책 조율 역량 또한 현저하게 미흡하다는 게 이날 좌담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었다.
경제위기,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단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한국경제가 총제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현 상황을 단호하게 규정했다. 또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일본경제가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우리 또한 되풀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현재 위기가 현상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 수요나 투자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고, 수출 또한 세계경제 전반의 침체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기의 원인 어디서 찾아야 하나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참석자들은 단연 ‘투자 위축’을 꼽았다. 투자는 수요 창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좀처럼 투자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개인신용불량 사태와 부동산시장 불안 등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에는 기업의 투자 위축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온 차입경영을 죄악시 하는 시각과 정책 등이 교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입경영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개혁이 지난 몇 년간 이루어져 왔지만 투자지표가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위축돼 왔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주주자본주의 원리의 확산과 자본시장의 과도한 자유화와 규제철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주자본주의 원리가 절대화되면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 보다는 단기적인 배당과 차익이 우선시돼 설비와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다. 또 자본시장의 자유화로 인해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경영권 방어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무엇이 잘못됐나
이처럼 소비와 투자의 위축, 비관적 수출 전망, 정부재정 악화 등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위기의 심각성에 걸맞지 않게 안일하다는 게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참가자들은 경제정책의 비전과 전략이 부실하고, 일관성과 정책조율 능력 등이 부재하다는 점을 들었다.
전주성 교수는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개혁의 방법론에는 문제가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책이념을 정립하는 것과 이것을 기초로 경제 주체들을 설득하며 실제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이념에 대한 과잉 논쟁에 휩싸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실행 상의 문제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하준 교수는 “현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DJ정부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방향이 같다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제는 10년 후를 바라보고 우리 상황에 맞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말했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비전 외에 고령화 사회 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이에 기초한 비전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안종범 교수는 무엇보다 경제문제에 있어 정치논리를 배제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안 교수는 “인기에 영합해 정책이 자꾸 바뀌고 하다 보면 경제주체들에게 신뢰를 주기 힘들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미 있는 법과 제도를 그 취지에 맞게 충실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 논리에 따라 정책혼선을 초래하지 말고 경제논리에 입각해 일관되고 꾸준한 처방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은 무엇인가
장하준 교수는 무엇보다 “각 경제주체가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각 경제주체가 한 걸음씩 양보하며 만들어가는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 기업이 기존의 방식과 잘못을 반성하는 가운데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이는 한편, 정부와 국민은 기업의 투자지평이 확대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게 장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전주성 교수는 “경제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기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한편, “현재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가 핵심”인 만큼 정부가 일관된 정책추진과 정책조율능력으로 각 경제주체와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위기의 원인 중 첫번째를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로 꼽을 정도로 참여정부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안종범 교수는, 경제문제에 있어 탈정치화를 핵심적 과제로 주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경제위기가 정치적으로 다루어 질 경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 또한 덧붙였다. 아울러 모든 경제정책이 실효성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되면서 지속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잊지 않았다.
이날 경제분야 죄담회를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 시리즈는 오는 18일 사회분야(사회통합을 위한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20일의 종합토론(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에는 무엇이 중요한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Tweet 미디어다음 김진화 기자
media_evo@hanmail.net
함께하는시민행동(상임대표 이필상 고려대 교수), 시민방송RTV(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그리고 미디어다음이 공동으로 마련한 ‘지속가능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좌담회 첫번째 순서인 ‘한국경제 동력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시민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성균관대학교 안종범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전주성 교수,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 등 3명의 경제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 경제위기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 상황이 97년의 외환위기 당시 상황보다 나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할 중대국면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이렇듯 심대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참여정부의 현 경제정책이 매우 미흡하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위기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위기의 성격이 복합적인 데 반해 정부 내부의 정책 조율 역량 또한 현저하게 미흡하다는 게 이날 좌담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었다.
경제위기,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단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한국경제가 총제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현 상황을 단호하게 규정했다. 또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일본경제가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우리 또한 되풀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현재 위기가 현상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 수요나 투자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고, 수출 또한 세계경제 전반의 침체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기의 원인 어디서 찾아야 하나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참석자들은 단연 ‘투자 위축’을 꼽았다. 투자는 수요 창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좀처럼 투자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개인신용불량 사태와 부동산시장 불안 등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에는 기업의 투자 위축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온 차입경영을 죄악시 하는 시각과 정책 등이 교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입경영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개혁이 지난 몇 년간 이루어져 왔지만 투자지표가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위축돼 왔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주주자본주의 원리의 확산과 자본시장의 과도한 자유화와 규제철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주자본주의 원리가 절대화되면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 보다는 단기적인 배당과 차익이 우선시돼 설비와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다. 또 자본시장의 자유화로 인해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경영권 방어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무엇이 잘못됐나
이처럼 소비와 투자의 위축, 비관적 수출 전망, 정부재정 악화 등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위기의 심각성에 걸맞지 않게 안일하다는 게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참가자들은 경제정책의 비전과 전략이 부실하고, 일관성과 정책조율 능력 등이 부재하다는 점을 들었다.
전주성 교수는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개혁의 방법론에는 문제가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책이념을 정립하는 것과 이것을 기초로 경제 주체들을 설득하며 실제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이념에 대한 과잉 논쟁에 휩싸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실행 상의 문제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하준 교수는 “현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DJ정부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방향이 같다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제는 10년 후를 바라보고 우리 상황에 맞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말했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비전 외에 고령화 사회 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이에 기초한 비전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안종범 교수는 무엇보다 경제문제에 있어 정치논리를 배제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안 교수는 “인기에 영합해 정책이 자꾸 바뀌고 하다 보면 경제주체들에게 신뢰를 주기 힘들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미 있는 법과 제도를 그 취지에 맞게 충실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 논리에 따라 정책혼선을 초래하지 말고 경제논리에 입각해 일관되고 꾸준한 처방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은 무엇인가
장하준 교수는 무엇보다 “각 경제주체가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각 경제주체가 한 걸음씩 양보하며 만들어가는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 기업이 기존의 방식과 잘못을 반성하는 가운데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이는 한편, 정부와 국민은 기업의 투자지평이 확대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게 장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전주성 교수는 “경제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기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한편, “현재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가 핵심”인 만큼 정부가 일관된 정책추진과 정책조율능력으로 각 경제주체와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위기의 원인 중 첫번째를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로 꼽을 정도로 참여정부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안종범 교수는, 경제문제에 있어 탈정치화를 핵심적 과제로 주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경제위기가 정치적으로 다루어 질 경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 또한 덧붙였다. 아울러 모든 경제정책이 실효성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되면서 지속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잊지 않았다.
이날 경제분야 죄담회를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 시리즈는 오는 18일 사회분야(사회통합을 위한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20일의 종합토론(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에는 무엇이 중요한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