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규명위'라 함)의 활동이 어이없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이하 '법'이라 함)에 따르면 의문사규명위의 조사기간이 2002년 9월 16일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즉각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의문사규명위는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가 이를 어이없는 사태라고 보는 것은 정치권 양대정당 중 민주당은 의문사규명위 활동연장을 당론으로 정했고 한나라당 역시 공식적으로는 활동연장을 위한 법률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법안 처리가 늦어져 의문사규명위 활동이 중단될 상황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시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측에서 법안을 늦게 상정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제때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다. 행정부의 늑장처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오로지 그것 때문에 법안처리가 늦어진 것처럼 주장하며 법적 시한이 임박한 지금에도 법안처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즉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시의적 급박성 외에도 의문사 사건의 진상규명이 우리나라의 역사 바로 세우기와 진정한 민주사회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민주화운동의 수혜자인 우리 국민 모두의 책무라는 사회적, 역사적 의의를 고려할 때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이 법안처리에 나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행정부가 비록 늑장처리를 했다 하더라도 법 개정의 필요성과 긴박성을 인정한다면, 마땅히 국회는 지금 당장이라도 긴급히 협의하여 법 개정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태도를 보일 때 국민들은 국회에 박수를 보낼 것이며, 행정부의 늑장처리에 대한 국회의 비판에도 적극적으로 동감하고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 비상(非常)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처를 하여야 마땅하다. 비상한 상황에서도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그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 의심받는 것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덧붙여 만에 하나 아무리 방안을 모색해도 시한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국회는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시한내 처리가 도저히 불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속한 시일내에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을 속개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끝>
2002년 9월 13일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이필상, 정상용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