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하고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후원하는 연속기획 <헌법 다시보기>가 여섯 번째 순서로 "경제헌법 119조,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영면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기업만들기 운영위원장(동국대 교수, 경영학)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우리 헌법 경제조항의 핵심 조항인 23조와 119조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론적, 현실적 측면에서 여러 논의가 진행되었다.

<헌법 다시보기> 연속 기획은 지구화·정보화 등의 거대한 변화와 성·생태·평화·문화 등 시민사회의 새로운 가치들이 부상하는 가운데, '헌법'을 매개로 하여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유재산권과 시장 중심의 현행 경제조항, 다양성/다중성/관계를 담는 방향으로 개정 필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헌법 개정, 화두는 다원화>라는 발표에서, '경제의 포스트모던화' 현상을 중심으로 헌법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교수는 현재 경제적 가치의 중심이 자본/노동/토지의 3대 기본 생산요소에서부터 지식정보 중심의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경제적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무형자산 중심의 경제체제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바람직한 전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실 진단에 입각하여 최 교수는 사유재산권 중심의 우리 헌법 상의 재산권 체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유재산권은 경쟁 시장에 결부된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근대 서구의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 것일 뿐 절대적 기본권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협력이 되는 무형자산의 경우에는 오히려 네트워크를 통한 공유가 더 적합한 소유 형태라는 지적이다. 그 근거로 최 교수는 ▲ 중국 향진기업의 높은 성장률과 생산성 ▲ 블루오션 시장 전략 ▲ 리스크 분산설 등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주장이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유재산권 이외의 집체소유, 국가소유 등 다양한 소유권 형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현행 재산권 개념의 유연화,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재산권을 기본권에서 경제조항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송호창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는 최근 삼성이 공정거래법을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을 분석하면서 현행 경제조항들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우리 헌법의 경제제도를 파악할 때는 전문과 제10조(인간의 존엄성), 제23조(재산권의 보장과 제한), 제34조(사회보장), 제119조(경제질서의 기본 및 규제·조정)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되는 경제제도를 송 변호사는 사회적 시장경제주의라고 표현했다.

특히 재산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률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23조 1항과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것 없이는 구체적 재산권의 이용, 수익, 처분이 유명무실해지고 사유재산제도가 형해화되어 재산권 보장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식의 취득과 보유, 처분을 허용하되 의결권 행사만 일부 제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결론이다.


토론에 나선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배근 교수의 주장에 다소 비약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유와 협력 전략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최 교수가 든 예들이 실제로는 사유재산권의 보장이라는 기반 위에서 작동하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의 경쟁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재산권이 어떻게 다원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재산권의 다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의욕과 시민들의 자유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종훈 회계사는 최배근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재산권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삼는 것이 소모적 이념 논쟁으로 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 회계사는 대신 재정과 예산, 경제 정책의 측면에서 몇 가지 구체적인 개정 방안을 제안했다. 윤 회계사는 우리 경제의 목표를 경제 민주화, 소득 균형, 균형 예산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평생교육의 권리 보장, 노동할 권리의 보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의 의무 규정, 동일 노동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 등이 헌법적 수준으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 균형을 위해서는 조세 체계가 중요한데, 현행 헌법에는 조세 법률주의 외에는 어떤 규정도 없고, 조세 법률주의를 열거주의(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과세할 수 없음)로 이해하는 편향까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실상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기보다는 부자들의 탈세를 보호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조세와 관련해 필요한 원칙으로 능력에 따른 납세, 차별 금지, 투명성, 민주성(납세정보 공개와 예산감시 운동의 보장) 등을 들었다. 이어 예산 배분과 관련해서는 현재 자본/건설 중심의 예산 배분을 인적 자원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최배근 교수의 발표에서 각각 어떤 영역에 사유와 공유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하면서, 공유가 적용될 영역의 하나로 토지를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불로소득 중에서도 경제적 순기능이 전혀 없는 유일한 소득이 토지불로소득이며, 접근 기회의 불평등 또한 가장 높으며 토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비지주계층이 피해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 등을 들면서 토지불로소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토지의 보유나 이용에 대해서는 제한을 가하지 않고 토지불로소득만을 환수하는 토지공개념의 경우 오히려 토지이용의 효율성, 새로운 경제주체의 시장진입장벽 완화 등의 효과를 통해 시장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중석에서 토론을 지켜본 열린언론광장 장행훈 국장은 "모든 논의들이 부분적으로는 옳은 지적"이라며 "우리 헌법의 제1원리인 민주주의에 입각하여 각 주장을 다시 평가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날 공개토론회의 자료집은 첨부파일을 내려받으면 볼 수 있다. 한편, 10월 25일(화)에는 제7회 <시민의 눈으로 본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한국프레스센터 7층)에서, 11월 4일(금)에는 <인권의 눈으로 헌법 다시보기>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각각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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