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저녁, 시민공간 나루 지하 성미산 마을극장에서는 참 낯선 사람들이 모인 낯선 모임 하나가 열렸습니다. 바로 씽크까페@강요된 침묵을 깨는 방법.
씽크까페라니.. 사실 내부에서도 책을 통해 겨우 접한 적이 있을 뿐 거의 접해본 적도 없는 낯선 프로그램인지라, 막연함과 불안함이 없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별다른 홍보도 초청도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과 함께 소박하게 해보겠다는.. 건강하지만 다소 무모한 준비였던지라, 막상 모임 날을 앞두고서는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추석연휴도 있었고 모두가 바쁘던 시기여서 처음에는 신청하시는 분이 너무 없을까 걱정했는데, 당일이 되니 이게 또 생각이 바뀌더군요. 차라리 아무도 신청해주시지 않았으면 모를까, 사전 신청주신 분들의 리스트를 보니 더욱 걱정이 커져갑니다. 모 진보정당에서 당직자로들 일하신데다 선거법과 인터넷에 빠삭한 두 분, 선거법은 잘 모르겠고 씽크까페에 대한 관심만으로 멀리 인천에서 오신 두 분, 행사 진행을 위해 제주도에서부터 끌려올려진 한 분... 발표를 앞둔 곰탱은 '도대체 어떻게 발표해야 하나' 패닉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일곱시가 조금 더 지난 시각,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카페의 문이 열렸습니다.
씽크카페@강요된침묵을깨는방법View more presentations from actioncan.

추석연휴도 있었고 모두가 바쁘던 시기여서 처음에는 신청하시는 분이 너무 없을까 걱정했는데, 당일이 되니 이게 또 생각이 바뀌더군요. 차라리 아무도 신청해주시지 않았으면 모를까, 사전 신청주신 분들의 리스트를 보니 더욱 걱정이 커져갑니다. 모 진보정당에서 당직자로들 일하신데다 선거법과 인터넷에 빠삭한 두 분, 선거법은 잘 모르겠고 씽크까페에 대한 관심만으로 멀리 인천에서 오신 두 분, 행사 진행을 위해 제주도에서부터 끌려올려진 한 분... 발표를 앞둔 곰탱은 '도대체 어떻게 발표해야 하나' 패닉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일곱시가 조금 더 지난 시각,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카페의 문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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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이야기는 시작되고 한 장의 전지가 가득 매워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선거법'이라고 하면 낯설고 어려울 것만 같지만, 막상 선거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따지고보면 선거운동을 했든 안했든 투표소에 갔든 안갔든 1~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전국적인 선거를 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다양한 경험들이 오가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집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 하나. 연구소에서 오신 분이 이야기하기를, 공무원들이 꼭 필요한 사업들을 시작하려고 해도 선거기간에는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새 정책·사업 시작 못하는 공무원과 특정 정책·사업에 대해 지지/반대 운동 못하는 시민단체. 처지는 달라도 선거법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예정된 대화 시간을 마치고 (원래 20분 후에 테이블의 멤버 일부를 서로 바꾼 후 20분 더 얘기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 날 대화의 흐름상 교대 없이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양 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표합니다.
어쩌다보니 베테랑 시민운동가들이 주로 모여있던 테이블에서는 선거법 캠페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선거법 개정을 직접 내세우지 말고 표현의 자유, 이주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의 참정권 등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이해를 넓히고 내년 정기국회 때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선거법의 문제점을 주로 발표하고 해결 방법으로 교육과 캠페인 홍보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는데, 선거법 위반자들이 내야 할 벌금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캠페인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노조의 파업기금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보험드는 것 같기도 하고...
휴식 시간에 두 테이블의 대화들이 담긴 전지가 나란히 붙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발표한 내용만 들으면 다른 이야기들을 한 것 같지만, 오간 대화들을 자세히 보면 양 쪽 다 유사한 이야기들이 오갔더라는 것입니다. 여럿이 모여 이야기하면 생각은 모이기 마련인가봐요.
휴식시간 끝나고 논의 정리를 자청한 핫챵의 마무리 이야기도 끝났지만 대화는 멈추질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계속 앞으로 나와 선거법에 대해, 오늘 대화에 대해 의견들을 주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은 더 흘러갔습니다.
곽노현 선본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해준 THE나은 님, 인천에서 시민들과 함께 월드까페를 준비하면서 씽크까페를 견학오신 박선영, 김보경 님. 역시 씽크까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오랜만에 시민행동을 찾아주신 김미란 님. 최근 시민행동의 여러 일들에 꼬박꼬박 함께해주고 계신 주현규 님. 행사 전에는 할 얘기 없다더니 막상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열심히 해준 윤현식 님과 김지성 님. 두 분은 특히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선거법이 왜 문제인지 저절로 알게 되고 고칠 수 밖에 없게 된다. 사람들이 선거운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간 몇몇 활동가나 전문가들이 책상에서 회의를 통해 하던) 캠페인 기획이 이처럼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와 협력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오갔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예정된 트윗 생방송이 극장 사정으로 무산되면서, 더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쉽지만, 앞으로 조금 더 준비를 해서 2~3차례 더 기회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때는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실 수 있을 거예요.^^
씽크까페는 "참가자들을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다들 인천에서, 양주에서, 건대에서, 제주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주신 참가자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