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월/화요일,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시민행동에 간다. 시민행동 근처에는 유기농 카페 작은나무가 있고, 그 옆에는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이 있고, 그 옆에는 두레생협 가게가 있다.
'생협'은 생활협동조합, 안전한 '먹거리'를 고민하고, 착한 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출자금을 내어 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아직 조합원은 아니지만 월/화요일이면 종종 두레생협에 가곤한다.
나는 혼자 살림을 한다.(^^)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스스로 한끼 두끼 식사를 하기 위해서 요리를 하고, 밥상을 차린다.
요번주 화요일에는 간소하게 고구마 앙금빵과 치킨안심까스, 두레 구이김을 구입했다.
두레 구이김은 1200원, 고구마앙금빵은 1100원, 치킨안심까스는 4500원정도 였다.
내가 생협 가게에 간날은 설맞이 준비로 조합원이 아닌 소비자도 조합원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시즌이였다! 후후^^
생협에서 물건을 사기 전에 나는 '생협'물건은 '많이'비쌀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유기농 제품을 사려고 할 때, 그 품질과 유통 과정보다 가격을 먼저 고려해 구입하지 않게 되는 경우와 같았다.
하지만, 실제 내가 집앞 마트에서 사는 김보다는 200원 차이날 뿐이었고, 파리바게트에서 사는 빵보다는 되려 100원이 저렴하기도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음식 재료들을 살 때, 지나치게 저렴한 물건을 고르고선 '앗싸!'를 외치면서도
한켠으론 '이 물건은 왜이렇게 싼걸까? (안전한걸까?) 과연 이 것을 생산한 사람들은 제 몫의 생산비를 받는걸까?'
를 생각하고 궁금해 한다면, 난 차라리 유통과정이 안전하게 보장되고 믿을 수 있는 생협 제품을 사는 빈도를 늘리려고 한다.
더욱 놀랐던 지점은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도시락김'에 대한 발견이었다.
매번 따뜻하게 김을 구워 고소한 참기름을 바르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나는 종종 도시락김-1인분 식사 분량에 맞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김- 을 먹어왔는데,
그동안 먹어왔던 도시락김은 하나도 빠짐없이 플라스틱 용기 아래 무서운 '방부제'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김을 맛있게 먹고도 맨 마지막에 남은 방부제엔 무시한 글자로 'Don't to eat!'이라고 굵게도 표기되어 있는데, 그제서야 유통기한을 보면 꽤나 긴 시간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포장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응, 나는 방부제 위에 올려진 김을 매번 맛있게 먹었더랬다.
그런데 이게 왠걸? 생협 구이김에는 방부제가 없었다. 자체 유통기한은 길지 않았지만, 김을 먹고나서도 괜시리 기분이 좋았고. '완도'에서 생산되었다고 하는 그 김의 뚜렷한 실체(^^)가 명확해 뿌듯한 소비자가 된 느낌이었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살때 느끼는건 단순히 그 제품만은 아닐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원두를 갈아 만들어져 입속으로 들어가는 커피 뿐만이 아니라 스타벅스의 역사, 기록, 그날의 기분과 향기, 함께 커피마시는 사람과의 따뜻한 공간을 함께 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단돈 6000원에 김과 빵과 치킨까스를 구입한 것이었지만,
짧은 순간 내가 느낀 것은 김과 빵과 치킨까스가 내 밥상에 -내 살림에- 오르기까지의 정직한 유통과정과 사람들의 신뢰를 구입한 것과도 같았다!
또 한가지는 맛있다는 점, 신선한 재료와 정직하게 생산되었기 때문에 생협 제품은 입맛을 배반할 리가 없다!
나 또한 마트에서 "묶어!떨이!"로 판매하는 저렴(해보이는) 물건에 현혹되기 쉬운 소비자이지만,
한번 두번 세번 생협에서 물건을 사고, 그 가치를 구입하고 구입에 뿌듯함을 느끼는 현명한 소비자이고도 싶다.
월요일 화요일이면, 종종 생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 스스로가 사랑스럽다.
난 쫌 현명한 소비자거든^^
댓글 '6'
'사람냄새가 나는 소비' 좋네요.
생협을 이용하면서 마음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가끔 생기는데, 그게 언제냐면요. 주변에 생협 생활재가 좋고, 안전하고, 땅과 농민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혹은 알게 되었지만) 경제적 이유로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물론 소비의 철학을 바꾸면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당장 그렇게 하기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다는 사실. 그 진입 장벽을 어떻게 내리느냐가 생협운동의 과제일듯.
취향공동체라는 말 재밌어요. 제 친구들과 저는 이름없는 '동네 커피집 취향'인데...
생협을 이용하면서 마음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가끔 생기는데, 그게 언제냐면요. 주변에 생협 생활재가 좋고, 안전하고, 땅과 농민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혹은 알게 되었지만) 경제적 이유로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물론 소비의 철학을 바꾸면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당장 그렇게 하기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다는 사실. 그 진입 장벽을 어떻게 내리느냐가 생협운동의 과제일듯.
취향공동체라는 말 재밌어요. 제 친구들과 저는 이름없는 '동네 커피집 취향'인데...
스타벅스 이야기가 나왔으니...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동들의 노동 착취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는건 너무 자학적일까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고 낸 돈이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을 후원하는데 쓰인다고 생각하는것도? 암튼 그런 생각에 스타벅스는 안가고 있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