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사절 ‘환경지킴이’

‘장바구니 아줌마’ 장연희씨



비닐봉지 쓰지 말라며 장바구니 만들어 나눠주고
노끈 잘라 이쑤시개로 써
자판기 이용땐 머그잔으로


<한겨레>의 ‘대안생활백서’가 연재되면서 관심 깊은 여러 독자들이 그를 추천했다. ‘어떻게 하면 덜 버릴 수 있을까’를 늘 연구하고 실천하는 그의 일상 자체가 ‘대안생활백서’라고 했다.

장연희(63·보험설계사)씨. 그는 이웃에게 ‘장바구니 아줌마’로 통한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원단가게에서 주워 온 자투리 천을 ‘1974년식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 장바구니를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이들의 신발주머니로 시작했지만 점점 비닐봉지를 덜 쓰자는 ‘장바구니 보급운동’으로 변화해 갔다. 1978년부터 하루 평균 2개씩 만들었으니 지금까지 2만여개의 ‘장연희표 장바구니’가 생겨난 셈이다.

그의 집에서는 ‘김칫국물’ 한 방울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국산 밀 소비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매일 점심 도시락으로 김치부침개를 만드는데, 여기에 김칫국물을 듬뿍 넣는다. 새로 김치를 담글 때도 묵은 김치의 남은 국물을 붓는다. 국물을 우려내고 난 멸치나 음식점에서 먹고 남은 음식은 모아서 동네 도둑고양이들에게 준다. 과일과 채소 껍질은 말려서 이웃 텃밭에 비료로 묻어준다.

과일상자 등에 딸려오는 플라스틱 노끈을 마름모꼴로 잘라 만든 이쑤시개도 그의 발명품 중 하나.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나무 이쑤시개를 많이 쓸수록 중국의 숲이 줄어들어 황사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 ‘노끈 이쑤시개’를 쓰는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비닐봉지들은 모아뒀다가 노점상들에게 다시 쓰라고 준다. 우편물에 붙은 주소 스티커나 상자에 붙어 있는 테이프 등은 조심스럽게 떼어 냉장고에 붙여놨다가 장바구니를 만들 때 생기는 실밥과 먼지를 제거할 때 쓴다. 해진 속옷이나 양말은 대걸레로 변신시킨다.

장씨의 휴대전화는 1996년 가을에 구입해 만 10살이 넘은 ‘고참’이다. 배터리 수명이 문제였는데, 얼마 전 동대문 풍물시장에서 구형 휴대전화 배터리를 파는 가게를 찾아 걱정을 덜었다. 최근엔 한 공대 교수로부터 배터리를 비닐로 잘 싼 다음 냉동실에 하루 넣어두면 처음 상태에 가깝게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도 배웠다.

시간도 물건처럼 알뜰살뜰 쓰지만, 나눔에는 인색하지 않다. 3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장씨의 사무실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대안생활 정보를 듣고 일어서려는데, 그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했다. “꼭 보여줄 것이 있다”며 커피 자판기 앞으로 간 장씨는 단추를 누르고 종이컵이 떨어지자 ‘매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종이컵을 빼내고 머그잔을 넣는다. 60대의 동작으로 보기엔 너무나 빠르다. “아무리 보여줘도 안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야.” 그의 말은 ‘이것부터 실천해보라’는 점잖은 잔소리로 들렸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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