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때부터 회원으로, 후원자로 늘 함께 해 주셨던 시민행동 회원 1호, 강대근 님이 오늘 새벽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암진단을 받고 '투병'이 아닌 '내 몸 속 암세포들과의 대화'를 시작하신지 1년 6개월여만의 일입니다.

IMGP9767.jpg강대근 님은 유네스코 학생회 (KUSA) 간사로부터 시작해 지난해 아태국제이해교육원장을 사임하실 때까지 평생을 유네스코에 몸담으며 청년문화와 아시아태평양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오신 분입니다. 바로 그 KUSA에서 만났던 하승창 전 사무처장과의 인연이 시민행동으로까지 이어져왔는데요, 창립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회원 리스트의 1번 자리를 지켜오셨을 뿐 아니라 사무처 활동가들과 해마다 한 두 차례씩 만나 늘 깨어있는 청년 정신으로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일깨워주셨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명실공히 '시민행동 회원 1호'셨습니다. 지난해 새로 시작한 시민학교의 고문을 맡아주시기도 했구요.

1년 전쯤 이맘때 항암치료로 힘드신 와중에도 소장하시던 책들을 나루에 기증하시겠다고 사무실에 오셨던 그날, 사무처 식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신문기사("청년은 있는데 청년을 말하는 담론이 없다" 경향신문 2009년 4월 23일), 그리고 이후에 보내주신 카드가 모두 지금까지 고스란히 벽에 붙어있습니다.

새해들어서는 계속되는 치료로 한번 찾아뵙기가 어렵더니 결국 오늘 부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힘들다고 찾아가 투정부릴수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너털웃음을 다시 볼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평생을 누구보다 더 청년으로 세상을 품고 살아오신 삶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려 합니다. 긴 시간 참 고마웠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삼가 강대근 님의 명복을 빕니다.

조문하실 분은...
장례식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 장례식장
빈소: 31실
상주명: 강일호
발인일시/장지: 2010년 3월 20일 성남영생원
2009년 4월 6일, 시민행동 사무실에서
웹에서 강대근 님의 고운 글과 그림, 사진들을 보시려면 아래 사이트를 찾아주세요.
아래는 1년 전, 수치산방 홈페이지에 올려두신 글입니다.

우정에 대하여 /강대근, 2009-4-2

지난 해 기쁜 일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일로부터 해방입니다. 남들은 '백수'라 하지만
출퇴근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친구들은 그게 얼마나 가는지 보자고 말합니다.
일하는 동안 도와 준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둘째로 몸의 재발견입니다. 마침 몸속에서 오랫동안 자라온 암세포를 발견한 일은
몸과 병(病)에대한 생각을 새로하게 해 주었습니다.지난 겨울은 이 암세포들과의
대화로 추운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대화는 그런대로 잘 진행이 되었는데
아직도 한 가지 전달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암세포들에게 그들의 삶을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암환자의 몸이 죽음에 이르면 그들도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은데 아직 그들이 알아듣게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무튼 몸에 대한 정성스러운
경배(敬拜)를 올리고 있습니다.

셋째로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실입니다.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는 미국이 싫지 않은 것은
다인종사회인 미국이 갖고 있는 마지막 역동 미국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변하기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요즈음은 산방에 들리는 기회가 많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키며 아름다운 기억들을
불러오곤 합니다. 수치방에 사진 몇장을 올렸는데 늘 마음 속에 살아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파리에 출장 갔을 때 거리에서 본것이거나 광고들입니다.

생택쥐페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의 <인간의 대지>에서.

"오랜 벗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통된 그 많은 추억, 함께 당한 그 많은 괴로운 시간,
그 많은 불화, 화해, 마음의 격동, 이러한 보물만큼 값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우정을 다시
만들지 못한다. 참나무를 심었다고 오래지 않아 그 그늘 밑에 쉬기를 바란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일을 하는 동안 친구들과 나누었던 우정의 참나무 밑에서  늘 행복합니다.
엊그제는 일본에서 친구들이 다녀 갔는데 암환자의 병문안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거라고 문병을 하려고 왔다가 여주에 있는 목아박물관도 구경하고
이천의 쌀밥도 먹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습니다.
그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래도 눈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방에 들려 소식 전하였습니다.
꽃구경 함께 갈 친구를 찾아 안부를 물어 보십시오.
산방의 꽃 소식도 곧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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