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인정보보호지침(안)에 대한 시민행동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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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이용자 중심의 개인정보보호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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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정보화 시대에 개인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
출되고 궁극적으로는 권리침해의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지금, 뒤늦게나마
개인정보보호지침의 정부안이 제시된 것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한다. 그
러나 동시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기본안이 될 '정부
안'이 가진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앞으로의 논의의 방향과 내용
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우선 '지침'이란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해야 하는데 제시된 안이 '법
률'이상의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단서·예외조항
이 오히려 법의 기본취지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각 조항의 해석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
하고 싶다.
○ 서비스제공자는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받기 원하고 서비스 이용자는
그 요구가 불합리하더라도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개인정
보를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으므로 서비스 제공자가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지침'은 제공자보다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
고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문제들로 인해 이번 '안'은 서비스 이용자의 입
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 첫째, 제6조(직접 수집)의 경우「정보통신망이용촉진에관한법률」제16
조의 단서조항을 인용하고 있는데 적어도 '지침'이라면 좀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한정시켜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제6조 제2항 제2호의 단서조항
에서 '이용계약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도대체 어떤 경우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둘째, 제7조(간접 수집) 제1호에서는 "제6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미
리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를 획득한 제공자로부터 수집하는 경우"에 서비
스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간접 수집할 수 있게 했는데 이 경우 제
3자에게 제공된 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결정권이 서비스 이용자에게 있다
는 점이 명시되지 않아 개인의 정보에 대한 결정권이 상실될 우려가 있
다.
○ 셋째, 제8조(이용 및 제공의 제한)의 제4호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
이 명백히 서비스 이용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예외조
항을 두어 이용자 동의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고 했는데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이익의 내용이 무엇
인지가 불명확하여 남용될 우려가 있다. 서비스 제공자가 판단하기에는
이용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에게 선택권 내지 동의권이 우
선 부여되는게 원칙이다.
○ 넷째, 제12조(개인정보의 파기)에서도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는데 이것이「정보통신망이용촉진에관한법
률」제17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포괄적 동의절차
로 인해 이용자가 부주의하게 동의할 염려가 있으므로 별도의 동의절차
가 필요하다고 본다.
○ 다섯째, 제14조 (열람 및 정정 요구)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열람 및 정
정요구를 제한할 수 있는 두가지 조항도 역시 문제이다. 개인정보를 열람
하고 정정할 수 있는 권리는 어떠한 경우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그러
나 "제공자의 업무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와 "개인의 이익을 침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구체적이지 못한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개인
의 열람 및 정정요구가 충분한 이유없이 거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개인정보보호지침(안)은
개인정보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
제권 및 결정권이 몇몇 예외조항으로 인해 침해될 우려가 있음이 사실이
다. 또한 '지침'이라면 법률에서 정한 내용 이상의 구체적인 규정이 있어
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해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간에 준칙이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번에 제시된 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므
로 정부가 관계기관과 기업 및 시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서비스 이용
자의 입장에서 개인정보보호지침을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프라이버시 보호 캠페인을 위한 홈페이지
(http://www.ww.or.kr/privacy/ → 2월 27일 www.privacy.or.kr로 주소
변경)를 개설하고 시민들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사례를 제보받음과 동시에
정보화 시대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다.
2000년 2월 22일
함께하는 시민행동
상임대표 이필상 / 정책위원장 김동노 / 사무처장 하승창 / 정책실장 신
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