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문화와 선거법의 충돌,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민예총 문예정보화팀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공동주관한 7차 사이버 문화 포럼에서 황의완 노사모 부회장과 양금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정치교육과장이 각각 토론자로 참석해 서로의 입장차이를 첨예하게 드러냈다.
'민예총 7차 사이버 문화 포럼'
법원이 노사모 폐쇄가 합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지난 4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대강당에서는 노사모와 선관위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이버 문화와 선거법의 충돌,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민예총 문예정보화팀’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공동주관한 7차 사이버 문화 포럼에서 황의완 노사모 부회장과 양금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정치교육과장이 각각 토론자로 참석해 서로의 입장차이를 첨예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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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학계, 노사모, 온라인 매체 관계자들과 선관위 관계자들은 현행 선거법이 인터넷 정치 토론에 일방적으로 적용되기에는 문제가 있으며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합의했으나, 선관위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법적용에 대해서는 ▲온라인 정치 토론 활성화 ▲규제가 아닌 조정 ▲유연한 법집행의 문제를 제기하며 마지막까지 논쟁을 벌였다.
[사진설명]토론 모습(위)/발제를 맡은 이요훈 팀장과 변희재 기획위원(가운데)/토론중인 노사모 황의완 부회장과 선관위 양금석 과장(아래)
박동진(고대 아세아 문제 연구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이요훈(민예총 문예정보화팀장)은 ‘만약 서태지가 대통령으로 출마한다면?’이란 발제를 통해 만약 가수 서태지가 대통령에 출마를 선언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의 팬클럽들이 서태지의 당선을 위해 선거기간 이전부터 뛰어다닌다면, 과연 선관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유권자의 숫자가 전체 유권자 숫자의 48%에 이르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지나치게 인터넷 정치토론을 제한하고 있으며, 경직된 선거법의 적용은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정치토론에 참여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어서 ‘오늘 대구 사이버 수사대에서 인터넷 서버의 사용자 출입기록을 제출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라며 발제를 시작한 변희재(인터넷 신문 대자보 기획위원)씨는 ‘사이버 토론과 선관위’라는 발제를 통해 선관위의 인터넷 토론 게시물에 대한 불공정함을 꼬집었다. 선관위의 삭제 요구에 있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며, 다른 인터넷 신문에서 갈무리해온 글에 대하여 원본이 올라온 쪽에는 그대로 남아있고 자신의 사이트에만 삭제 요구가 날아왔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양금석 과장은 선관위는 법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이며, 개정된 선거법이 아닌 1997년에 만들어진 선거법으로 2002년의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인터넷 매체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들은 그것을 매체로 인정하지만 선관위는 선거법에 규정된 매체만을 언론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노사모의 경우도 다른 사조직과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선거법상 ‘후보를 위해’ 존재하는 모든 조직을 사조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참고: 제89조의2 (사조직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를 위하여 ...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황의완 부회장은 애시당초 노사모가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니며,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위반되는 행위를 알려주었다면 즉시 고칠 수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폐쇄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인 정치 참여는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일이며, 인터넷이 중요한 여론 형성 기능을 하는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고 선관위가 유연하게 대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사이버 시대에 걸맞는 선관위의 활동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 이어졌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박준우 간사는 어차피 인터넷상의 모든 글을 다 읽어볼 수가 없다면 선관위가 모든 글을 모니터링해서 위반사항을 적발할 생각을 포기하고, 신고가 들어온 게시물에 대해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동진 교수 역시 인터넷 정치 토론을 선관위에서 끌어안고 활성화시킬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에서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전문 논객들이 활동할 게시판을 제공하거나 정치인 팬클럽 게시판을 먼저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현실과 사이버 문화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아노미의 시대를 살고 있다.그런 가운데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선거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자유로운 정치 참여와 토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버린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관하여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개정이 불가능한 지금, 선관위의 선거법에 대한 지혜로운 운영의 묘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민예총 문예정보화팀장 이요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