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와 프라이버시권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 감시와 통제의 기제로서 주민등록법을 중심으로 -

윤현식(건국대학교 법학과)
석사학위 논문


정보화사회의 도래는 정보의 공유와 평등이라는 유토피아에 대한 낙관과 함께 언제든지 타인에 의하여 자신의 존재를 감시당해야 하는 통제사회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개인에 의해서, 또는 기업과 국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정보의 수집과 보관 및 관리는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권의 침해는 개별 국가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국제기구와 개별국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의 법제를 정비하였고, 변화하는 환경에 부응하는 새로운 법제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제의 경우 공적분야와 사적분야에 각각의 적용범위 및 적용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논문의 관심은 주로 국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권의 침해에 중점을 둔다.

사회과학적 이론에 의하면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정형화된 인간형을 창출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저항과 전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 관료제 형태의 국가행정구조 속에서 보다 효과적인 행정업무의 합리적 추진을 위한 목적 및 근대민족국가의 형성 자체가 정보수집을 필요로 하여왔고 국가의 존재를 위해서 개인정보는 필연적으로 국가에 의하여 수집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국가의 개인정보수집행위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논리에서든 국가는 개인의 정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현대사회에서 헌법이 추구하는 사회국가 이념 또는 복지국가 이념의 달성을 위하여 일정한 개인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개인정보를 완전히 개인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개인정보를 어떠한 목적에서 국가에 등록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한편, 국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개인정보는 그 자체로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관계와 소통 속에서 특정한 개인정보가 가치를 가지게 되고, 가치를 가지게 되는 개인의 정보는 프라이버시의 내용을 이루게 되며 이렇게 형성된 프라이버시는 헌법이 인정하는 프라이버시권으로 승화된다. 현대 정보화사회에서 프라이버시권은 가장 침해받기 쉬운 기본권이 되었으며, 특히 알권리 등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다른 기본권들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보화사회가 진척이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데, 고전적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관념 및 현대적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관념은 지나치게 사적인 책임범위에서 논의의 수준이 머물러 있어 변화되는 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관계와 소통이라는 측면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체계 내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 없는 개인을 전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라이버시권 개념의 설정이 필요하다.

사회의 분화와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권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하여 국제적 . 개별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OECD의 가이드라인이나 EU의 지침 등은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서 많은 개별 국가들의 개인정보보호법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적인 권고가 개별 국가에게 확실한 강제력을 가지고 잇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성을 갖춘 기준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각국의 법률 또한 이러한 기준과 취지에 따라 제정되고 시행된다. 미국 . 일본 등의 각국은 나름대로의 개인정보보호법제를 정비하면서 여러 가지 법률을 마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같다. 비록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지향을 모두 구체화시키고 있지는 못하지만 각국의 법률은 계속적인 시행착오와 정비를 거치면서 보다 정밀하게 발전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의 법률들이 국제적인 기준에는 상당히 미흡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행정 편의적인 관점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함에 따라 개인정보보호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록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의 법제가 강화되고 정비되어간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권력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가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의 수집을 가능하게 하고 있고,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의 제도가 근본적으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중인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첫째, 법률의 목적범위를 초월하여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있고, 둘째, 개인정보의 수집 및 관리가 특정한 공공기관에 집중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셋째, 수집된 정보를 광범위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프라이버시권의 침해우려가 대단히 심각한 정도이다. 또한 개인정보 자체를 수집하도록 되어 있는 법률에 근거하여 각종의 인허가, 자격취득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들이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률들이 대단히 많고 복잡하다. 이 법률들을 통하여 항상 국가에 등록되고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양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의 법률과 상호 긍정적인 방향에서 효과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간의 충돌 또는 법률효과의 저하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주민등록법과 호적법, 인감증명법이다. 주민등록법의 경우 쿠데타를 통하여 집권한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제정하고, 정권의 위기 때마다 이를 강화해왔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남북한의 화해분위기가 성숙해가고 있는 현재에 이처럼 강력한 국민통제장치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변화되는 사회현상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호주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호적법은 개인의 혈연관계 및 민감한 개인사(個人史)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법과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호적법은 남녀평등이라는 헌법의 정신을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부분에서 프라이버시권의 침해를 조장하고 있는 불합리성을 간직하고 있다. 인감증명법은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 제정되고 시행되는 법률이라기 보다는 그러한 법률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행위를 강제로 이끌어내는 본말이 전도된 법률일 뿐이다.

이러한 불합리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몇 가지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우선 주민등록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문날인제도를 철폐해야한다. 다음으로 주민등록번호의 부여체계와 관리체계를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주민등록법과 호적법을 동시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비해야하는데, 일단 호주제도를 철폐하고 주민등록법과 호적법의 중복되는 수집정보를 과감히 삭제하거나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 네 번째로, 인감증명법은 법률 자체를 폐기할 필요가 있다. 혈연관계에 근거하여 개인의 정적인 정보를 집중시키는 호적법, 거주이전관계를 중심으로 개인의 동적인 정보를 집중시키는 주민등록법, 개인의 중요한 사회생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감증명법은 개인에 대한 국가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삼각구도를 이루면서 국민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이처럼 강화된 구조하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개인의 발전이 전제가 되는 자유로운 개이들이 모여 이루어진 공동체만이 올바른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를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때만이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완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제 1 장 서론
제 1 절 문제의 제기  
Ⅰ. 헌법에서의 자유와 사생활 
     1. 현대 헌법의 원칙으로서 '자유' 
     2. 국가적 또는 제도적 감시와 통제의 문제 
Ⅱ. 한국의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문제점  
     1. 한국에서의 감시와 통제 문제의 역사적 배경  
     2. 한국의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와 문제점 
제 2 절 연구의 목적, 범위 및 방법 
Ⅰ. 연구의 목적 
Ⅱ. 연구의 범위 
Ⅲ. 연구의 방법  
     1. 용어의 정리  
     2. 연구의 방법 

제 2 장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 관한 일반이론과 역사적 전개
제 1 절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 관한 일반론 
Ⅰ. 감시와 통제의 사회 
Ⅱ. 국가감시와 통제의 이론적 근거 

제 2 절.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 관한 사회과학적 일반이론
Ⅰ. 정형적 인간형 형성의 기제로서 판옵티콘  
     1. 격리체계로서의 감금  
     2. '일망(一望) 감시시설(panopticon)'과 인간형 획일화 
Ⅱ. 계급적 통치의 기제로서 감시와 통제  
     1. 부르주아 국가의 체계  
     2. 부르주아 감시구조의 특징과 변화 
Ⅲ. 관료적 합리성에 기초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  
     1. 합리성에 근거를 둔 관료제의 일반이론  
     2. 합리적 목적의 규율로서 감시와 통제 
Ⅳ. 국가의 정체성과 폭력성의 당위로서 감시와 통제  
     1. 민족국가의 형성과 감시 
     2. 감시행위의 당위성
Ⅴ. 소결 

제 3 장 프라이버시에 관한 일반이론과 보호장치에 대한 분석
제 1 절 프라이버시에 관한 일반이론

Ⅰ. 서
Ⅱ. 프라이버시(PRIVACY)의 의의 
     1. 사적 생활영역의 현상태로서의 프라이버시 
     2. 내심의 자유를 포함하는 광의의 프라이버시 개념
Ⅲ.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의 개념 
     1. 고전적 의미의 PRIVACY권 
     2. 현대적 의미의 PRIVACY권
     3. 프라이버시권과 국가감시 및 통제의 관계
제 2 절 헌법 제17조의 해석
Ⅰ. 서
Ⅱ. 헌법 제17조의 적용 범위
     1. 헌법 제17조의 내용 
     2. 헌법 제17조와 다른 기본권조항들과의 관계
Ⅲ. 알권리와 프라이버시의 충돌 
     1. 알권리의 의의 
     2. 알권리와 프라이버시권과의 관계
제 3 절 개인정보의 보호장치에 대한 국제적 동향
Ⅰ. 서
Ⅱ. 미국의 개인정보보호장치 

     1. 미국의 개인정보보호정책 
     2. 1974년 프라이버시법의 내용
Ⅲ. 일본의 개인정보보호장치 
     1. 일본의 개인정보보호정책 
     2. 개인정보보호법제의 중요내용
Ⅳ. EU의 개인정보보호정책 
     1.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정책 
     2. 1995년 EU 개인정보보호지침의 분석
Ⅴ. OECD의 개인정보보호정책 
     1. OECD의 각 가이드라인과 각료선언 
     2. 1980 OECD 가이드라인의 분석
Ⅴ. 소결
제 4 절 우리 법제에 있어서의 개인정보 보호장치에 대한 분석
Ⅰ. 서
Ⅱ. 개인정보보호관련 법제 현황 

     1. 공적부문의 개인정보보호장치
     2. 사적부문의 개인정보보호장치
Ⅲ. 주요 개인정보보호법제의 내용 
     1.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의 분석 
     2.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분석
Ⅳ. 소결

제 4 장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문제
제 1 절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의의와 내용
Ⅰ. 서
     1.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의의 
     2.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와 프라이버시권의 관계
Ⅱ. 현행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와 일반적 문제점 
     1.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구분 
     2. 일반적 문제제기
Ⅲ. 개인정보에 관한 인식 미성숙의 문제 
     1. 개인정보 유출 사례 
     2.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의 부재현상과 원인
제 2 절 주민등록법의 세부적 문제
Ⅰ. 서
Ⅱ. 기본적 문제점 

     1. 제정 및 안착화 과정에서의 문제점 
     2. 개인정보 수집범위의 불명확성 
     3. 개인정보 이용한계의 불명확성
Ⅲ. 개별적 문제점 
     1. 지문날인제도의 기본권 침해 
     2. 주민등록번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3. 주민등록증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Ⅳ. 전자정부추진에 따른 문제점 
     1. 전자정부법의 주요내용 
     2. 주민등록법과의 관계
Ⅴ. 주민등록법과 헌법 제17조와의 관계 
     1. 기본적 문제제기 
     2.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과 주민등록법 
     3. 사생활의 자유 및 비밀과 주민등록법
제 3 절 주민등록법과 다른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와의 관계
Ⅰ. 서
Ⅱ. 주민등록법과 호적법과의 관계 

     1. 호적법의 연혁 
     2. 현행 호적법의 체계 
     3. 호적법과 주민등록법과의 제도적 관계
Ⅲ. 주민등록법과 인감증명법과의 관계 
     1. 인감증명법의 구성 
     2. 인감증명법과 주민등록법과의 관계 
     3. 인감증명법의 문제점

제 5 장 결 론
Ⅰ. 입법사실의 변화 
     1. 제정 당시의 입법사실 
     2. 현재의 입법사실 변화 
Ⅱ.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합리적 변경방안 
     1. 불필요한 정보수집의 제거 
     2.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의 철폐 내지는 통폐합 
     3. 기타 개별법률의 문제
Ⅲ. 프라이버시권과 민주주의의 구현 
     1. 프라이버시권 보호의 전제로서 개인정보의 국가등록제도 
     2. 개인의 보장과 민주주의의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