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로는, 첫 번째로 외국인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선거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비록 지방선거에만 국한된 선거권이지만, 유럽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획기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30일(화) 이주노동자 참정권 토론회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본 2006 지방선거”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200만불 투자하면 3년만에 받는 선거권, 이주노동자는 15년 살아도 하늘에 별따기..
현행 법률에 따르면, 외국인이 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야 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영주권을 따는 것조차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 왜 그럴까? 잠깐 영주권자가 되기 위한 자격을 살펴보자.
28의3. 영주(F-5): 법 제46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규정된 강제퇴거대상이 아닌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가. 미화 200만불 이상을 투자한 외국투자가로서 국민을 5인 이상 고용한 자 나. 미화 50만불 이상을 투자한 외국투자가로서 기업투자(D-8) 자격으로 3년 이상 국내에 계속 체류하면서 국민을 3인 이상 고용한 자 다.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분야의 박사학위증을 소지한 자로서 영주(F-5)자격신청시 국내기업에 고용되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는 자 라.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분야의 학사학위 이상의 학위증 또는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기술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 국내체류기간이 3년 이상이고, 영주(F-5)자격신청시 국내기업에 고용되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는 자 마. 과학·경영·교육·문화예술·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자중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자 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자 사. 해외로부터 연금을 받는 60세 이상인 자로서 연간 연금액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인 자 아. 대한민국 「민법」에 의하여 성년이고, 본인 또는 동반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으며, 품행이 단정하고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추는 등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조건을 갖춘 자로서 예술흥행(E-6)자격을 제외한 주재(D-7) 내지 특정활동(E-7) 자격이나 거주(F-2) 자격으로 5년 이상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 자. 국민 또는 영주(F-5) 자격을 가진 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로서 대한민국에 2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자로서 대한민국에 영주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
돈을 5억 이상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이나,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경우라면 손쉽게 영주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외국인들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는 거주(F-2)의 자격을 갖고 5년 이상 살아야 한다. (이 때 ‘거주(F-2)’는 단순히 ‘산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법무부장관에 의해 부여되는 체류 자격의 명칭이다)
그렇다면, 거주 자격은 어떤 사람에게 주어지는가?
27. 거주(F-2) 가. 국민 또는 영주(F-5)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배우자 나. 난민인정을 받은 자 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로서 투자금액이 미화 50만불 이상인 외국법인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에 파견하는 자 중 기업투자(D-8)자격으로 3년이상 계속 체류하고 있는 자 라. 영주(F-5)자격을 상실한 자중 국내 생활관계의 권익보호 등을 고려하여 법무부장관이 국내에서 계속 체류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자[강제퇴거된 자는 제외] 마. 외교(A-1) 내지 협정(A-3)자격외의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7년 이상 계속 체류하여 생활근거지가 국내에 있는 자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자 |
결국 한국인, 혹은 영주권자와 결혼하거나 난민 판정을 받지 않은 대다수의 이주노동자 합법적으로 12년을 넘게 살아야만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선거권을 얻으려면 다시 3년이 지나야 하니, 15년이 넘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3년 기한의 산업 연수생이거나 아니면 아예 불법 체류 상태이므로, 이 기간을 채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주노조의 마숨씨는 “외환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지고 들어온 돈 50만불, 200만불은 환차익이 생기면 바로 빼내갈 돈입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은 어디 도망가지 않습니다. 과연 누가 진정으로 한국사회에 공헌하고 있나요?‘라고 물으며,현재 영주권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인보다 더 많이 살아도, 이주노동자 위한 공약은 없어..
이 외에도 이 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지방선거 제도가 이주민들을 소외시키는 다양한 양상들이 지적되었다. 4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는 안산(그 중에서도 원곡본동의 경우는 한국인이 1만명인데, 이주노동자가 2만명이다)에 출마한 7명의 시장과 54명의 시의원들 중 어떤 후보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단 한 가지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5천 명이 살고 있는 대구 성서공단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투표는 하되, 선거에 참여하지는 말라?
또한 오동석 교수(아주대학교 법학과)의 발표에 따르면, 극히 운 좋게 선거권을 가진 경우에도, 단순히 당일에 투표할 권리만 있을 뿐 그 외의 다른 활동은 거의 금지되어 있다. 피선거권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투·개표를 참관할 권리가 없다.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고, 정치자금도 제공할 수 없다. 심지어 출입국관리법에서는 아예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정치에 참여할 권리’로서의 ‘참정권’은 불가능한 것이다.
오 교수는 주민투표권이 부여된 외국인에게는, 주민투표청구권과 주민투표운동권, 주민투표소송권도 함께 보장하고 있는 주민투표법을 예로 들면서, 선거법에서도 이같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날 토론은 이주노동자방송국(http://www.migrantsinkorea.net)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첨부파일을 내려받으시면 토론회 자료집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행동은 이후에도 이주민들이 현실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으로서의 다양한 권리들을 보살핌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안산과 대구 성서공단의 사례를 발표해준 이주노조 활동가들
이주노동자방송국과 시민행동이 개최한 이주노동자 참정권 토론회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본 2006 지방선거”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그들이 정치 과정에서 얼마나 배제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짚어주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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