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소방방재청은 재해예방대책으로 지급된 '국민방독면' 중 표본추출된 35.5%가 불량품이라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체감사를 거쳐 관련자를 문책한다고 합니다. 이에대해 시민행동은 국민방독면에는 화재용 정화통 문제 외에도 아직 규명할 문제점들이 남아있고 여전히 지하철에 비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등 추가조사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발표합니다.
- 담당기관의 축소은폐, 업체와의 유착의혹 및 여타 결함문제 등 진상규명과
낭비예산 환수 등 시정조치를 철저히 하기 위해
국민방독면 사업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내지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
어제(5월 8일) 국민방독면 화재용 정화통 불량 문제에 관한 소방방재청의 발표를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상시 생명을 지키는 데 쓰여야 할 방독면의 1/3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량품이라니……. 이런 일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암담하기까지 하다.
일단 방재청은 지금까지의 생산품 전체에 대해 표본조사를 실시하여 불량품을 모두 가려냈고, 이들 제품은 화재용 정화통을 폐기하고 전시대비용으로만 사용토록 할 것이며, 낭비예산 환수는 조달청에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사안은 이 정도 조사와 대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년간 갖가지 거짓말까지 무릅쓰며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했던 담당기관만의 조사와 대책을 신뢰할 수가 없다. 이미 2004년 경찰 수사로 일부 진상이 드러난 업체와 공무원의 유착은 물론 담당기관의 조직적 은폐 여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조사 내지 수사가 필요하다.
낭비예산 환수 문제에 관해서도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기존 담당기관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되며, 업체측의 불법행위 여부 규명을 통해 철저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국민방독면 생산업체는 이미 경찰 수사에서 검사장비를 조작하고, 담당공무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금품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있는 회사이다. 그런데도 이 업체는 그 후에도 계속 국민방독면을 생산해왔고, 지금도 군용방독면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과 불이익을 받은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철저히 책임을 질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국민방독면에 관해서는 화재용 정화통 불량 외에도 여러 가지 반드시 규명해야 할 만한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두건 재질이 화재시 도리어 중화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 이음새로 유독가스가 새들어온다는 문제 등 하나하나가 유사시 소중한 인명을 좌우할 너무나 중대한 문제들이다.
그런데 화재용 정화통 불량 의혹에 대해 그간 담당기관이 보여온 태도를 돌아보면 이들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도 그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들 문제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대책 없이 지금도 지하철역사 등에는 화재 등 유사시 사용하라며 버젓이 방독면이 비치되어 있다.
이처럼 국민방독면에 관해서는 추가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으며, 이 일을 기존 담당기관의 손에 맡겨둘 수 없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민방독면 사업 전반에 걸쳐 감사원 또는 검찰 등 보다 객관적이고 조사능력이 있는 기관의 엄정한 조사 내지 수사를 실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만 한다.
이러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불량품 생산업체, 비리공무원 등 국민의 생명에 관한 일에서 ‘장난을 친’ 책임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고, 치명적 결함을 가진 제품이 국민들 손에 쥐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화재용 정화통 불량 문제를 겪고도 철저한 대처를 하지 않을 경우, 후일 또 다른 결함이 사실로 드러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