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총체’인 문화 분야의 풀뿌리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문화 마인드는 열악하다. 문화 ‘프로젝트’는 돈이 되는가, 안되는가를 따지는 경제적 이유 아니면 표가 모아지는가, 아닌가 살피는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대중 추수주의에 의한 저급한 이벤트 문화만이 확산되고 있다”며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토론은 있지만 문화가 없다 지역비전만들기⑥-문화공동체 만들기 지역사회는 서울 따라하기와 전문성 빈약 2005/7/25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
‘삶의 총체’인 문화 분야의 풀뿌리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문화 마인드는 열악하다. 문화 ‘프로젝트’는 돈이 되는가, 안되는가를 따지는 경제적 이유 아니면 표가 모아지는가, 아닌가 살피는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대중 추수주의에 의한 저급한 이벤트 문화만이 확산되고 있다”며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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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기자 |
지난 13일 배재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시민의신문 후원으로 지역비전만들기 여섯번째 워크숍이 개최됐다. |
풀뿌리 문화운동은 이밖에도 중앙 중심의 문화 베끼기에 급급한 획일적인 지역문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행정력과 지역운동 역량 등 역시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민과 함께 공동체 문화를 일구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도 구성됐다. 지역비전만들기 여섯 번째 주제는 문화분야, 문화공동체 만들기다. /편집자
지역문화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새로운 전망을 주제로 대표 발제한 김병수 공공작업소 ‘심심’ 대표는 자신이 활동하는 전주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문화도시 비전만들기, 문화를 통한 지역 마케팅 등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정작 지역의 현실이나 지역민의 삶, 현장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기만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역문화를 이야기하는 담론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크게 지역의 전승문화를 중심으로 한 조직·활동·정책 등의 분야와 공연문화, 지역 생활양식의 특징으로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문화로 집약됐다면 최근에는 지역정체성, 도시전망을 예측하는 다양한 시도들과 돈 되는 마케팅전략 등이 새로운 문화환경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전주지역 역시 축제 등을 통해 문화도시 비전만들기에 관한 논의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도되고 있지만 논의만 풍성할 뿐 인적·물적 토대가 취약해 ‘실재’를 만드는데 힘이 딸린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의 문화를 다룬 논문은 수백편을 봤지만 지역의 주요 전통·문화를 다룬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토로다.
그는 서울과 대비되는 지역의 상황은 열악하다며 밤낮없는 토론과 논쟁이 이뤄지지만 논의 주제가 극히 제한적일 뿐 아니라 물적 토대 역시 취약한 것이 지역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개발독재를 넘어선 삶의 질에 관한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의제로 등장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들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개발독재를 넘어선 삶의 질에 관한 문제들이 우리사회의 중요의제로 등장하면서 지역의 특성, 정체성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확장에 염증을 느끼기도 하고, 도심의 특성들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통합의 위기가 다가오기도 한다. 한편 새로운 문화욕구들이 시장을 형성하며 도시운영의 중심기조에서 문화의 힘이 새롭게 조명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지역문화는 좀 더 종합적인 성격에서 조망돼야 하며 한 지역의 다양한 활동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지역문화에 관한 담론 중 중요한 축이 관의 정책의지라고 설명했다. 자본력이 취약하고 소비여력이 부족한 지역현실에서 지방정부의 정책의지와 실행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주지역의 경우 예산의 안정적 지원을 받으며 지역문화 관련 민관 추진위가 구성되는 등 지역문화 양성을 위한 협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김 대표는 하지만 지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일의 순서를 밀도 있게 진행해 나갈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주시의 경우 시장의 의지로 시정연구원이 만들어졌지만 행정 각 분야를 조정하고 흐름을 만들어 낼 국장급 회의나 행정 각 부문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도시 관리의 많은 부분이 문화적 테마로 기획되지만 단순히 공사 수급의 절차 찾기만 급급할 뿐 문화적 주장을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전주천변을 생태적으로 조성한다 하면서도 걷고싶은 거리, 영화의 거리, 웨딩거리, 동문거리 등 각각의 테마 기획은 너무 통속적이고 의미없는 낭비”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문화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세심히 살펴보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문화시설, 축제, 예술활동, 교육 등 풀뿌리 지역문화를 일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며 “그러나 사람이 없다고, 행정이 미비하다고 포기할 수 없으며 한계를 줄여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간다면 지역문화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삶에 대한 연민과 투지를 놓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또 “현장을 놓고 실천의 계기를 만드는 일보다 사람관계를 조정하는데 소비하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보면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지치거나 분노하지 않고 함께 나가는 지혜를 냉소적 타협이 아니라 현실제도 개선을 위해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문화환경 시민 접근권 높여야
사례 진단·토론
2005/7/26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비전의 대안을 창출해 대안적인 변화를 일구기 위한 논의는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며 밑그림이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전효관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는 지역 문화교육운동을 통한 지역 비전 상상하기란 화두를 던졌다. 전 대표는 지역 문화운동에서 고려해야 할 원칙으로 생산자 측면에선 일상 창작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전통과 관련된 컨텐츠를 항상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향유자 측면에서는 보다 밀도있는 체험을 가능케하고 문화환경과 문화접근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문화 공공성 측면에선 지역 주민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고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민 스스로 자신의 문화를 즐기면서 참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 공무원직장협의회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공동대표는 “최근까지 지역문화는 지역의 특정 권력집단에 의해 종속돼 지역행사의 시녀 노릇을 하거나 장식품 같은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중앙(서울)문화에 예속돼 지역의 특색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역문화운동이란 바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 삶의 가치를 높이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문화적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문화운동의 구체적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유다희 공공미술 ‘프리즘’ 대표는 "미술을 전공한 입장에서 길가의 쓰레기통이라도 보면 ‘저건 이렇게 하면 더 괜찮은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공공미술은 공간(지역)의 일원이 참여해 그 공간과 삶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삶, 지역과 공동 공간의 이해, 공공환경 디자인의 인식, 미술과 사회의 연결, 지역 형성 네트워크 등 공공미술의 개념을 정리한 유 대표는 “그런데 막상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려 해도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토로했다.
활동의 어려움속에서도 그는 일산의 가구공장 터나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공터 등에서 실시한 ‘마을과 일터에 우리가 만든 족구장’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로 남았다고 소개했다. 대중적인 족구를 매개로 흙바닥 운동장에 공공예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성공의 키워드는 역시 주민참여였다. 유 대표는 “처음엔 흙바닥이 더 좋다는 지역민들이 나중엔 식구, 친구들까지 몰고와 함께 족구장을 꾸미게 됐다”며 “공터 구석에 우범지대처럼 남겨진 공간을 동네 모임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관의 지역문화 인식의 획일성은 구현하는 공공문화·예술 사업도 어느 도시나 유사한 행사나 조형물을 남기게 만들었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문화재단을 만들어 민간에 위탁해 자유롭게 지역민이 의견을 내고 실행할 수 있는 열린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