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X파일과 관련하여, 삼성그룹은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은 돈을 광범위하게 제공한 삼성그룹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고백하지 않은 채,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은 삼성그룹이 그동안 어떤 대가를 바라고 정치권과 검찰에 검은 돈을 제공했는지,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누구인지 등 정계와 재계, 언론과 검찰 등 권력간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 진실로 고백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삼성그룹, 사과에 앞서 진실을 먼저 고백하라.
어제(25일) 삼성그룹은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97년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과 이의 유포로 인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사과문에는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삼성그룹의 불법적 행태는 전혀 고백하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 권력의 핵심인 정계와 재계, 그리고 언론과 검찰이 검은 돈으로 얽혀 있다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도외시 한 채, 불법도청과 이의 유포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허울뿐인 사과가 아니라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검은 돈의 규모와 사용처, 그리고 제공 목적 등이다. 삼성그룹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정치권과 검찰에 검은 돈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누구인지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전혀 고백하지 않은 채, 단순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식의 사과는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으로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특히 검은 돈을 광범위하게 제공한 삼성그룹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만큼, 그 진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본질을 회피하지 말고 그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한편 삼성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한 사건은 비단 이번뿐 아니라 노동문제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노동자를 회유·협박하며 이 과정에서 탈퇴를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권력과 연계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등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삼성그룹은 윤리경영을 앞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이 삼성그룹의 윤리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은 한낱 겉치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책임 있는 기업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검은 돈으로 권력을 매수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는 등 탈법적 로비와 불법정치 자금 제공, 그리고 세급경영과 무노조 경영 등의 잘못된 낡은 관행들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옳지 못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삼성그룹이 과거 정치권과 검찰에 검은 돈을 제공하고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삼성그룹은 더 이상 이번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지 말고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좋은기업만들기 시민행동 위원장 이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