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하루 속히 사고를 전환하여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비극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지킬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사람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그들을 그처럼 비참한 처지로 내모는 자가 국가여서는 더더욱 안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권, 한전 등이 이 사안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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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때문에 사고가 생겼으니 전등은 켜도록 해주겠다?

- 단전가정 화재참사에 대한 정부와 한전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대책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003년부터 요금연체시 강제 단전·단수 제도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며, 모든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위배되는 기본권 침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동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개진정을 제기하였으며, 2004년 2월 목포 단전 장애인가정의 촛불 화재참사 직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이 제도의 폐지 내지 개선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줄 것을 촉구하는 등 요금징수를 목적으로 한 강제 단전·단수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전력(이하 ‘한전’) 등은 요금연체시 단전조치는 시장원리에 따른 정상적 조치로서 시민행동의 인권침해성 주장을 인정할 수 없고, 단전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 고의로 요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급증함으로써 요금을 내는 이용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요금징수용 강제단전 폐지 등의 근본적 개선을 거부한 채 혹서기와 혹한기의 단전 임시유예, 100kw이하 저사용 가구에 한한 단전 유예 등 임시적 대응조치만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은 정부와 한전 등이 내놓는 대응조치들은 공히 매우 임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에 불과하여 날로 급증하고 있는 단전·단수로 인한 빈곤가정의 심각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며, 목포 장애인 가정의 참사와 같은 비극적 사고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와 수도공급이 중단되면 조명, 냉난방, 취사, 위생관리 등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자체가 어렵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건강 또는 생명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현실의 가장 극단적인 예가 2004년의 목포 장애인가정 참사와 최근의 여중생 화재참사인 것이며, 비록 이와 같이 사건화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기·수도공급이 중단되었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한 수많은 빈곤가정이 언제든 이러한 비극의 당사자가 될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전은 단전가정의 비극적 사고로 인해 비난여론이 거세지면 어쩔 수 없이 매우 임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 몇 가지를 내놓기를 반복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책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매년 반복되는 참사로 인해 극단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실례로 작년 장애인가정 참사의 경우 혹한기 단전유예 기간이 끝난 직후 단전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발생하였으며,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저용량 사용에 의한 단전유예 혜택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여중생 참사가 발생한 가정의 경우에도 겨울철 난방비 문제로 전기장판을 사용했었고, 혹서기 유예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부와 한전의 임시적, 제한적 조치는 현실과 맞지 않는 구멍투성이 대책에 불과한 것입니다.

시민행동은 이번 사고 발생 후 보다 진전된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 입장 표명을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전이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전등과 TV 등을 켤 수 있는 소량의 전기 사용이 가능한 전류제한기 공급이라고 합니다. 화재발생의 원인이 촛불이었으니 촛불은 안 켜도록 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까?

이는 이전에 내놓았던 혹한·혹서기 단전유예, 저용량 사용가구 단전유예 등의 대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발상일 뿐 아니라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만큼 가벼운 조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와 한전의 이번 참사에 대한 대응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나아가 이 일은 주무부처와 한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닙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하루 속히 사고를 전환하여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비극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에너지기본법(안)에 담긴 에너지 기본권 명시 등의 방안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지킬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사람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그들을 그처럼 비참한 처지로 내모는 자가 국가여서는 더더욱 안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권, 한전 등이 이 사안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끝.

2005년 7월 15일

「 시 민 행 동 」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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