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연구 목적으로 생체정보 DB를 구매했다 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미성년자들의 정보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합니다. 정보통신부는 당사자 혹은 부모들의 동의를 받고, 성명 등 본인식별정보를 삭제하고, 보안조치도 충분히 취했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불법적이고 위험하기 그지 없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시민행동을 비롯한 16개 인권·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정보통신부는 생체정보 DB를 즉각 폐기하라!

정보통신부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기업과 연구소 등의 연구개발을 위한 생체정보 DB를 구축하기 위해 국민들의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3천6백명의 지문정보, 2천20명의 얼굴 형상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통부는 생체정보 수집 당시에 당사자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동의의 내용과 절차이다. 정보주체에게 생체정보 제공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알렸는가? 생체정보의 이용범위와 이용기간, 정보보호의 책임자에 대해서 명확히 알렸는가? 제공한 정보를 열람, 삭제, 폐기할 수 있는 정보주체의 권리 및 그 행사방법을 알렸는가? 그러한 권리가 과연 보장되어 있기는 한 것인가?

정통부는 보안 장치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의미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있었던 무수히 많은 정보 유출 사건들 중에서 보안장치를 갖추지 않아서 생겼던 사례는 거의 없다. 또한, 이미 지난 NEIS 논쟁 때부터, 개인정보의 침해는 단지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당한 원칙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 자체가 이미 인권 침해라는 것이 누누히 강조되어왔다. 따라서, 정통부의 변명은 정보인권에 대한 정통부의 무감각을 다시한번 입증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통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기관 및 업체에 이 정보를 제공했는지, 제공한 기관 및 업체에서 어떻게 이 정보들을 관리, 이용해왔는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통부는 본인식별이 가능한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의 어떠한 정보도 수집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문과 얼굴 형상은 그 자체로 개인식별이 가능할 뿐더러(우리나라는 주민등록데이터베이스에 만 18세 이상 전국민의 지문과 얼굴 형상이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나라가 아니던가.), 혹은 설사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유출될 경우 정보주체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무런 개인식별정보 없이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동의의 절차가 지극히 간소했고, 사후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동의 내용이 변동되거나 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해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생체정보 수집의 위험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설사 정보주체가 동의한다고 해도 임의로 수집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자신의 장기를 판매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개인의 생체정보를 보호하거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주체에 대해 규제하거나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정통부의 이번 사업 역시 법적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통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52조'를 근거로 두고 있으나, 이 조항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근거 규정이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반 활동을 열거하고 있다. 반면, 정통부의 이번 사업은 오히려 개인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반대의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보주체가 동의했고 돈을 줬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은 이윤추구에 눈이 먼 기업가라면 몰라도 한 국가의 부처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더구나 정통부는 지금까지 민간영역의 개인정보보호를 관리, 감독할 의무를 가진 주무부처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생체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생체정보의 이용을 촉진하는데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통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주무부처로 적절하지 않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다시한번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정통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전말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집, 활용되어왔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하루빨리 생체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인권을 담보로한 채 누구의 배를 불릴지도 모르는 산업 육성에만 몰두하는 정통부의 오랜 행태는 이제 중지되어야 한다.

- 정통부는 생체정보 수집 당시의 동의양식과 절차를 공개하라.
- 정통부는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 업체 및 연구기관 목록을 공개하라.
- 정통부는 현재까지 구축한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즉각 폐기하라.
- 정부는 생체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2005.04.21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새사회연대, 시민과학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 평화인권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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