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지율 스님의 단식이 오늘로 94일째입니다. 그간 정부가 보여온 관료적 독선과 무원칙한 사업 추진 과정이 스님을 사지로 몰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행동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율 스님의 단식은 상식을 되찾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의 무원칙한 고속철 사업 추진 과정이 지율 스님을 사지로 몰고 있습니다.


시속 300Km의 고속철을 맨 몸으로 막아서고 있는 한 스님의 단식이 오늘로서 94일째입니다. 아니, 총 네 차례에 걸쳐 벌써 230일이 훌쩍 넘어섰습니다. 정부는 스님의 단식을 일방적 고집으로 폄하하면서 단식을 풀 것만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고속철 사업의 중단으로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거나 천성산만을 생각하는 신종 님비 현상이라며 스님의 단식을 매도하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무원칙한 고속철 사업 추진 과정과 빈번한 약속 파기 상황에 있습니다. 스님의 단식은 상식 이상의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상식을 되찾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0년 전인 1994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들고 터널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반발에 부딪혀 2002년 재평가를 실시했습니다만, 지하수와 지질에 대한 영향은 아예 평가조차 하지 않은 부실 평가였습니다. 2003년 노선변경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으나 지율스님과 환경단체들의 참여를 봉쇄한 채 기존 노선을 고수하기로 결정해버렸습니다. 또 2004년에는 환경단체들과 공동으로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했으나 이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천성산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당초 대구에서 부산까지 일직선이었던 노선이, 선거를 앞두고 득표전략 차원에서 경주 방면으로 우회하면서 천성산을 통과하게 된 것입니다. 관광 수익을 위해서 노선 변경이 가능하다면, 자연 보존을 위해서도 노선 변경이 가능해야 마땅합니다. 천성산 일대는 10여종의 천연기념물과 30여종의 보호 동·식물이 서식하는데다, 생태계 보존지역, 습지 보호구역, 자연환경 보존지역 등 모두 10종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귀중한 산입니다. 동네 야산에 터널을 뚫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지율 스님이 지금 당장 노선을 변경하라는 것도,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한 번만 하자는 것이며, 토목공사는 계속하더라도 발파공사만이라도 중단해달라는 것입니다. 그 작은 바람 때문에 230일이 넘는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참회 단식에 들어간 여러 종단의 원로들을 보면, 매일 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촛불 집회를 보면, 40만명에 달하는 도롱뇽의 친구들을 바라보면,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이제 더 이상 개발 이익과 관료주의적 독단을 지율 스님을 비롯한 여러 성직자들의 목숨과 저울질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지율 스님과 도롱뇽의 친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발파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즉각 수용해야 합니다.



2005. 1. 28.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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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남은빛

2009.05.19 22:51:22

빨리 이문제가 해결되야할텐데//이러다 스님 돌아가시겠습니다!
지율스님의 행동을 님비현상이라고 보는 분도 계시다니 퐝당하군요.
단지 옳은것만을 주장하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김동훈

2009.05.19 22:51:22

정말 답답하던 참에 잘되었습니다. 혼자로선 뭘 해볼수도 없어 가끔 저녁마다 광화문 가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이렇게 성명이라도 발표해주니 마치 내가 하는 일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럴땐 시민행동의 회원아라는게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회원

2009.05.19 22:51:22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소남

2009.05.19 22:51:22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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