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수집·관리하면서 당사자에게 고지조차 없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 만든 100여명에 달하는 연예인들의 각종 신상 및 사생활이 기록된 광고모델DB 내용이 유출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보인권에 무감각한 사회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당국은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하여 개인정보 침해가 일상화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술자리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관한 뜬소문을 옮기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문제의 광고기획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고 관리했으며, 당사자들은 이같은 광고기획사의 행위에 대해 동의는커녕, 그런 사실을 고지 받은 적조차도 없었다. 당사자인 연예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수집된 정보의 내용도 일반적인 신상명세 수준의 정보가 아니다. 해당 연예인의 매력/재능 및 향후 가능성 등 각종 평가정보, 그리고 자기 관리와 소문 같은 매우 민감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공인인 연예인의 특성상 이러한 정보가 수집·관리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온갖 악의적 소문들까지 기록되어 있음에도, 광고주들은 당사자들에게 열람권과 반론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수집한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관리하고 있었다. 이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위이다. 게다가,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유출되어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태까지 일으켰다.
시민행동은 사법 당국이 적용할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관련 법규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번 사건의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소송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모든 개인정보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법 규범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기 위해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