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민선(民選)시대가 열린 이후 지자체의 자율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이 바뀌면 사업이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면서 예산이 낭비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대 광역단체인 서울시를 사례로 문제점을 조명해본다.

‘서울을 숲으로’

서울 성동구 뚝섬 옛 경마장 부지. 공사 내용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 있는 부지 안에선 나무 심는 공사가 한창이다. 굴착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흙을 나르고 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서울 도심에 옮겨놓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야심찬 구상에 따른 것.

“내년 4월이면 사슴, 고라니 등이 뛰노는 생태 숲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부지 위로 성수대교와 강변북로, 용비교 등 고가도로들이 교차, 차량 행렬들로 번잡해 보인다.

이 35만평의 땅은 지난 10여년간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계획이 달라지는 우여곡절이 거듭됐다. 1기 민선 시장이었던 조순 시장이 내세웠던 것은 다목적 슈퍼 돔구장. 조시장은 LG그룹과 건설계약까지 맺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97년 조시장이 정계 진출을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자마자 사업은 공중에 떠버렸다. 결국 다음해 LG측에 계약금 99억5천만원을 반환한 것은 물론, 9억3천만원의 이자까지 물어줘야 했다.

“차이나타운과 100층 이상의 초고층 호텔, 게임 파크를 세우겠습니다.”

조시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고건 시장은 2001년 12월 뚝섬에 대규모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단위 계획수립 등을 위한 세차례의 용역에 7억5천만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채 1년이 안돼 이 계획은 다시 전면 백지화했다. 2002년 7월 이명박 시장이 취임과 함께 ‘시정 4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뚝섬 일대를 생태숲으로 조성하겠다고 제시하고 나선 것. 시 관계자는 “고심 끝에 서울 도심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2003년 예산안에서 생태숲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서울시는 예비비에서 실시설계비 19억1천8백만원을 빼내 사업을 강행했다.

“의회 결의까지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어요. ‘서울시는 왕회장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커다란 회사냐’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미 사업이 착수돼버렸으니 무를 수도 없고….”(김충선 시의원·한나라당)

청계천 복원, 서울광장,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유치…. 이시장 취임후 주요 사업 추진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기록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장님의 바람이 계셨습니다.” 지난해 12월 건설위원회의 예산안 심의에서 양윤재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청계천 문화관 건립비용 55억5천만원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총 1백29억원이 드는 대규모 문화관 건립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40억원이 삭감됐다.

그러나 삭감된 40억원은 지난 9월 추경예산 편성때 전액 되살아났다. “시장 임기와 맞물려서 공로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유선목 의원·열린우리당)는 비판도 “내년 9월 청계천 복원에 맞춰 개관해야 한다”는 시측의 총력전에 밀렸다.

시청앞 광장을 새롭게 꾸미겠다며 발족시켰던 ‘서울광장조성위원회’도 무력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강병기 도시연대 대표는 “위원회 명칭에 ‘자문’이란 용어를 넣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 현상공모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결국엔 ‘하이페스티벌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잔디밭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98년 이후 매각이 추진돼온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부지 역시 지난해 6월 AIG에 장기(99년간) 임대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시 집행부 몇몇을 빼놓고는 알지 못했고,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비 1억5천만원도 다른 사업에서 전용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사업변경’은 모두 99건. 삭제한 사업이 다시 살아나고, 정해진 예산한도액을 초과하고, 당초엔 없던 신규사업이 생기는 식이다.

“시장이 ‘이 사업 어떠냐’고 물으면 승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안된다’고 말할 공무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소속의 김모씨는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정책결정이 내려질 경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이시장은 ‘일단 결정나면 신속하게 일을 진행시켜야 예산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CEO 스타일로 시 행정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반론을 편다. 이어 “서울시 사업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것 저것 따지다보면 아무일도 진척시킬 수 없다”며 “이시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해왔다는 점은 시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권석천·조현철·정유진기자〉

◇공동기획‥함께하는 시민행동 www.action.or.kr
◇제보를 받습니다. (02)3701-1239budget@kyunghyang.com
ġ ϴ ൿ! Բϴ ùൿ ȸ ȳ
List of Articles

[국민운동단체육성법 폐지운동 보고서 1] 과도한 새마을회관 건립지원 성명/논평/보도자료

정부 새마을 운동 회관건립에 582억5천3백억원 지원 작년 ‘함께하는시민행동’으로부터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밑빠진 독'상을 받은바 있는 전국 새마을회관 건립에 대한 정부지원이 현재까지 600억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회단체보조금제도개선 전국네트워크’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과 배치되어 특혜성 지원의 소지가 있는 3개단체(새마을운동본부, 바르...

  • 시민행동
  • 조회 수 1382
  • 2004-11-23

예산대해부 - 시장님 한마디에 춤춘다 성명/논평/보도자료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민선(民選)시대가 열린 이후 지자체의 자율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이 바뀌면 사업이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면서 예산이 낭비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대 광역단체인 서울시를 사례로 문제점을 조명해본다. ‘서울을 숲으로’ 서울 성동구 뚝섬 옛 경마장 부지. 공사 내용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 있는 부지 안에선 나무 심는 공사가 ...

  • 시민행동
  • 조회 수 1022
  • 2004-11-23

11월 마지막주 시민행동 브리핑 주간브리핑

주말 가을엠티를 마치고 돌아와 모인 사무처회의, 주말내내 함께 있다가 바로 출근을 했으니 시민행동 사무처 사람들은 12일 연짱 무휴가 된 셈입니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회의시간에 떠들다 혼난 사람도 있었지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해 명단은 공개하지 않음 ㅋㅋ) 오늘 오후, 시민행동은 광화문 환경비상시국회의 농성장엘 방문해서 지지와 격려를^^;; 보낼 예...

  • CAN
  • 조회 수 816
  • 2004-11-23

신영복 선생님이 들려주는 글씨 이야기 성명/논평/보도자료

"처음에 제가 감옥에서 제가 서도반 하게 된 것도 아주 일상적인 필요 때문에, 예를 들면 재소자 준수사항을 공장에 써 붙이는 일, 또 지금처럼 겨울이 오면 동상 예방 주의사항을 써 붙이는 일,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내가 하게 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붓글씨 쓴다는 게 금방 알려지게도 되고, 그래서 나중에 서도반이 생기면서 제가 오히려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가...

  • 시민행동
  • 조회 수 2606
  • 2004-11-19

[논평]납세자소송법 발의를 환영한다 성명/논평/보도자료

[논평]납세자소송법 발의를 환영한다 국회는 조속히 법제정을 추진하라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22명은 지난 17일 '납세자소송에 관한 특별법'(이하 납세자소송법)을 발의하였고 18일에는 한나라당의 유승민,박재완의원이 납세자소송제도 도입을 포함한 국가건전재정법을 발의하였다. 납세자소송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위법하게 사용된 경 우 국민이 이를 ...

  • 정창수
  • 조회 수 1739
  • 2004-11-19

분류

전체 (2330)

최근 글

최근 덧글

일정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