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지난해 낸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1인당 3백83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기금사업 등에 쓰이는 각종 부담금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8조8천억원이나 빠져나갔다. 반면 13조원의 세금과 추징금이 공무원의 의지 부족이나 행정 착오 등으로 누수되고 있다. 손쉽게 나라살림 재원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징수 편의주의가 빚어낸 빛과 그림자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담금을 내는 걸까. 각종 요금이나 제품가격에 감춰져 있어 일반인은 잘 가려내기 어렵다. 여기 서울의 한 회사에서 경리팀장을 맡고 있는 42세의 김부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부담금 일기’는 아침에 일어나 형광등을 켜면서부터 시작된다. 전기요금에 붙는 전력산업기반부담금은 1인당 연간 2만2천원, 4인가구 기준 연간 8만8천원이 나간다. 물론 기업이 부담하는 몫이 크긴 하지만, 결국엔 물건 가격에 전가된다.

김부장이 마시는 생수에는 먹는 샘물 제조·수입업자가 내는 수질개선부담금이 들어 있다. 평균 판매가의 7.5%로 연간 20만원 어치의 생수를 살 경우 1만5천원이 부담금으로 빠진다. 세수할 때 쓰는 수도요금에는 물이용부담금이 붙는다. 4인가구 기준으론 4만9천원이다.

오전 7시30분. 차를 몰고 출근길에 오른 김부장이 주유소에 들른다. 휘발유값에는 석유수입·판매부담금이 ℓ당 50원씩 들어 있다. 하루에 10ℓ 가량을 쓰는 그로서는 매일 500원씩, 연간 18만2천5백원을 내는 셈이다. 그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는 보험료의 4.4%가 손해배상보장사업 분담금으로 나간다. 한해 50만원의 자동차보험료를 내는 김부장에겐 2만2천원의 부담인 셈이다.

오전 9시. 회사에 출근한 김부장이 피워문 담배에는 한갑당 150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4원의 폐기물부담금이 들어 있다.

오전 11시. 기업 운영자금 대출을 상담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다. 김부장 회사가 10억원을 대출받으면 은행에선 대출금의 0.3%, 즉 3백만원을 신용보증기관 출연금으로 낸다. 결국 기업 대출금리가 그만큼 오르게 될 것이다. 김부장 자신이 받아놓은 주택대출금(1억원)의 금리에는 대출금의 0.135%인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 13만5천원이 포함돼 있다. 은행에 맡긴 예금에도 0.1%씩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 특별기여금이 빠져나가면서 대출·예금 금리차가 그만큼 커지게 된다.

낮 12시. 식당에 들러서 비빔밥을 먹는다. 연간 부과되는 농·축산물수입이익금은 6백28억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343원씩을 내는 셈이다. 식사 후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캔커피에는 2.9원꼴로 재활용부담금이 붙어 있다.

자리에 돌아오자 부하직원이 여권을 재발급받으라고 알려준다. 여권 발급시 내는 국제교류기여금은 1만5천원. 인천공항에 가서는 다시 국외여행자납부금, 이른바 ‘출국세’ 1만원을 내야 한다.

오후 8시 귀가. 아내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부담금 납부를 알리는 주택조합 공지문을 보여준다. 30평형대 아파트의 학교용지부담금은 분양가격(3억원)의 0.8%인 2백40만원이고,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이 1백90만원, 상·하수도부담금이 87만원씩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김부장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전기불을 끈다. 이제 모든 게 끝난 것일까. 아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난방이 들어오고 있다. LPG나 LNG에 붙는 안전관리부담금은 1㎥당 3.9원. 가구당 평균 사용량을 감안하면 한해 3,500원이 나간다.



이들 부담금을 모두 합치면 77만8천원이 넘는다. 그나마 다른 가족들이 먹고 쓰는 제품들의 재활용·폐기물부담금 등은 빠진 것이다. 김부장처럼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에는 여기에 5백만원 가량이 더 붙는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는 “부과기준을 각 부처 시행령만으로 정할 수 있고, 재원 조달이 쉽다는 점 때문에 부담금이 남발되고 있다”며 “방만하게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권석천·조현철·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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