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비정규직 센터 정책위원으로 계시는 남우근 정책위원님을 소셜 런치의 주인공으로 모셨습니다.
지금까지 해오셨던 일들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20살까지는 평이하게 산 것 같아요. 88년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시절 대다수 대학생들이 그러했듯이 열심히 데모하면서 지냈죠.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구속되기도 하면서 졸업이 많이 늦어졌어요. 10년 만에 졸업을 하고 전공인 기계공학을 살려서 대우자동차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대우가 99년도에 워크아웃이 되고 그룹이 완전히 해체 되었습니다. 그 때 몇몇 사무직원들이 사무직 노조를 만들려고 했었어요. 생산직 노조는 이미 있었는데 조직의 범위는 사무직까지 포함하나 실제로 사무직은 노조원으로 받지 않았어요. 또 그 때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있어서 사무직 노조를 따로 만들 수 없었거든요. 구멍이 있었던 거죠. 대신 사무직 협의회를 만들고 법외노조로 활동했어요. 거기서 상근자로 일했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초에 1,750명이라는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겪은 후 회사생활을 더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서 그 해 가을에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잠깐 집에서 애 키우면서 지냈어요. 심심해서 제가 살던 지역인 관악구에 대해 관심도 갖고 관악주민연대에 회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뭐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회사 다니던 2000년에 한 학기 동안 성공회대 노동대학을 다녔었는데 수업에서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접하고 앞으로 새삼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노동문제 관련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노무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비, 청소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는 전국시설관리노조에서 법규부장으로 일했습니다. 2004년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로 와서 5년 정도 상근하다가 지금은 비상근하면서 정책위원으로 있습니다.
시민행동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2000년대에 여러 지역에서 예산분석, 예산학교, 예산감시 네트워크 같은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면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요청해서 교육도 받고 자료도 살펴보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신태중, 정란아와 특수고용 노동자 실태조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죠. 노동문제 또는 지역단체 활동하면서 시민행동과는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주거니 받거니 교류가 있었네요.
시민단체로써 노동이나 지역 등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슈를 다루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각각의 사회 이슈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관념적인 것이지 사실은 별개로 보이는 쟁점들이 사실은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단체들이 활동은 구분되어 있는 각자의 영역에서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다른 조직과의 협력이나 연대를 하면서 사고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노동운동도 하고 지역운동도 하면서 많이 헷갈렸어요.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은 만나는 사람도 대화하는 분위기도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이쪽, 저쪽 회의가 연달아 있을 경우 다중이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두 운동 사이에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노동과 지역이 분리되어 있는 영역은 아니거든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단지 주민인 것만은 아니잖아요. 조합원이자, 학부모, 소비자, 노동자이기도 하죠. 대상을 구분 지어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시민운동에서도 활동 영역을 구분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다른 조직과 연대를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시민행동도 나름의 영역과 전문성이 있잖아요. 그걸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산을 예로 들면 예산에 담겨있는 사람을 고려하고 스토리를 생각하며 접근하면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악주민연대에도 계셨잖아요. 그 때의 활동은 어떠셨나요?
관악주민연대는 2002년에 가입했습니다. 그곳에서 나름 고속승진을 했죠. 3년 만에 공동대표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때는 제가 비정규노동센터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어서 관악주민연대에서 대표로서 크게 활동한 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흔히 알고 있는 시민운동의 개념이 아닌 주민운동의 개념으로서 활동하는 조직이거든요.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던 거죠. 제가 제안했던 것들은 주로 이슈파이팅 위주의 시민운동이었다면 관악주민연대에서는 주민들 중심의 활동들을 하는 거죠. 그래서 초창기 대표 3년은 활동을 잘 못했어요. 하지만 2011년도에 다시 대표를 3년 할 때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있었고 주민연대의 성격도 좀 변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관악주민연대에서는 청년모임 같은 것이 있나요? 일터와 삶터간의 괴리가 너무 큰 청년들은 지역에서 관계 맺기도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지역과 청년간의 관계가 약한 건 사실이에요. 관악주민연대에서도 실제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30-50대의 여성분들이 대다수예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지 않거든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꽤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30-50대들이 조직의 주축이 되는 것이죠. 그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활동이 꽤 많아졌어요. 주로 예술문화 분야가 많죠. 예를 들면 관악구에도 ‘놀자 엔터테인먼트’ 라는 곳이 있고요.
앞으로도 청년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지속적이려면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게 어려워요. 조직에서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하려고 해도 지역주민으로서의 청년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해서 시작하기가 어렵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단순히 공통된 취미를 갖고 자기들끼만 모이는 것보다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과 청년들간의 연결고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청년 조직들이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지역에서 또 하나의 영역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몇 달 전에 불평등과 관련한 책으로 토론을 했습니다. 결국 중심이 되는 내용은 노동인 것 같아요. 노동 개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지금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은 과잉 유연화가 되어있고 이미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한 쪽으로 구부러진 막대를 제대로 놓기 위해서는 오히려 반대쪽으로 당겨야 합니다. 더 두터운 고용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유연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는 아니지요. 개별 사업장에 따라 정규직 이기주의가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노동시장을 주도하는 변수는 아니예요. 보수 언론이 그것을 너무 부각시켰죠. 그런 점에서 현재 법안은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일반해고 요건을 더 완화시키는 것들은 제가 보기에 97년도 정리해고가 도입되었던 것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불평등과 관련해서 이제는 성장을 기반으로 한 나눔이 아닌 저성장을 기본 전제로 두고 부의 재분배나 복지 정책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노동시간 단축이나 일자리 나누기, 기본 소득 정책 등은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제안인거죠.
최근에 관심 있는 이슈는 여전히 비 정규직 문제인가요?
녹색당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비정규직 문제를 넘어서 탈노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건 차별을 없애고 최소한의 상식과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는 필요한데, 이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노동의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죠. 정규직이 된다는 건 자본에 더 속박된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임금노동관계와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안사회에 대한 고민 없이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공허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한계가 보이는 거죠. 그래서 대안사회로 생각한 것이 탈노동 사회이고 이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탈노동 사회라는 개념이 이해하기 어려워요. 쉽게 말하면 노동이라는 것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다양한 가치가 있습니다. 탈노동은 그걸 인정해주자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보통 임금을 받고 하는 노동, 임금노동에만 개념이 묶여 있습니다. 탈노동은 그러지 말자라는 제안입니다. 정해진 임금노동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는 이미 다수의 패배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소수의 승리자도 기쁘지 많은 않고요. 탈노동은 그 구조 자체를 해체해보자는 시도 구요. 그게 단순히 사회구조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식에도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노동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서로를 상호보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겠냐는 거죠. 탈노동은 시민사회 각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면 좋겠어요.
각 영역에서 각자가 고민하면 해답 없이 자기의 길만 갈 것 같아요. 여러 시민사회에서 자기 얘기만 정부에 대고 소리치면 정부 입장에서는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시민사회 내에서도 때로는 각 영역간의 융합과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러기엔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제도 버거워서 옆을 돌아보기도 어렵죠. 그런데 운동을 1-2년만 할 것이 아니라면 각자의 시야를 자꾸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희망연대노조는 지역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을 주요의제로 두고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각 영역간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성찰을 기반으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만들어진 곳이거든요. 매우 참신한 시도이고 좋은 사례입니다.
운동간의 융합이라는 게 사실 되게 어렵거든요. 서울대 청소 노동자들 중에 해고노동자들이 있었는데요. 그 때 지역 공대위를 구성에서 같이 투쟁도 했었죠. 그 노동자들 대부분이 관악구에 사세요.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이시지만 자기 집으로 돌아오면 지역 주민이시거든요. 그래서 지역 운동에도 참여하시면 참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노조가 고용안정 시켜주고 임금인상 시켜주는 기능적 조직으로만 전락이 되었거든요. ‘자판기 노조’라는 말이 있듯이 요새는 조합비 내면 조합원은 고용안정, 임금인상 받는 그런 구조예요. 매우 형식화 되어있거든요. 현안이 있을 때 사람들이 동지애로 반짝 투쟁하고 그게 끝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버려서 남은 노조는 매우 기능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거든요. 잦은 해고 투쟁들이 자꾸 벌어지면 노조 간부들이 노동 운동 외에 다른 상상력을 가질 여유가 없고요. 노조의 한계죠.
현재 상황을 볼 때 노조가 투쟁시기가 끝난 후에 일상적으로 조합원들을 책임지기는 어려워요. 이 빈 공간을 지역운동이 채워줄 수 있다고 봅니다. 마포 민중의 집 같은 경우가 일부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이런 시도가 있었을 때 한 사람이 노조에 있을 때만 진보적인 가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도 일관된 흐름 속에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실은 그게 매우 분리되어있죠. 지역운동,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회운동들이 각자의 고유한 의제와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열어놓고 사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생활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생활임금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저임금제에도 나와있지만 생활임금이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자본주의체제가 유지되려면 단기간의 일방적인 착취가 아니라 지속적인 착취가 필요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노동력의 일정한 재생산이 있어야 합니다. 즉 체제 유지를 위해서 생활임금이 필요한 거죠. 한편 생활임금이 체제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 상상력도 가지고 있죠. 열심히 일을 하는데 생계가 어려운 불평등 구조 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생활임금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절대 소득 자체를 키워주는 것이죠. 최저임금제가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제도 중 하나구요. 최저임금제는 강제적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제도적인 효과는 있지만 최저임금액이나 그것이 결정되는 과정에 한계가 많아요. 최저임금을 높이려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해결해내지 못하는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풀어내고자 만든 것이 생활임금인거죠. 최저임금액 인상의 견인차 역할도 가능하구요. 그래서 생활임금의 취지는 굉장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2000년대 중반쯤에 시민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어요. 그 때는 이게 한국사회에 적용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많이 가졌죠. 생활임금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운영이 되는 건데 지방 분권이 잘 되어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임금 제공이 가능하냐는 거죠. 일본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지방정부의 독자성이 크고 지역마다 생활영역이 다른데 한국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중앙정부가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지방정부가 생활임금을 운영하는 구조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지금은 예전보다 생활임금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논의 내용이 굉장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내년 초부터 8-90개 지차체에서 생활임금을 시행하겠다고 하고 이미 4-50개 지자체에서 하고 있기도 한데, 시행하지는 3년이 되었어요. 근데 약간은 단체장의 치적처럼, 유행처럼 흘러가고 있는 게 아쉽죠. 그냥 장식이 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지금 성남시에서는 생활임금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주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요. 이건 임금이라는 성격에는 잘 맞지는 않죠. 이처럼 취지가 많이 변질 되어가고 있어요. 경계해야 되는 부분이죠. 아래로부터의 운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봐요. 단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많이 받죠. 또 지시되어 시행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공적인 영역에서 자기의 지위를 활용해 생활임금에 대한 개념을 잡아나가는 시도들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봐요. 지금은 생활임금이 단체장의 시혜적 접근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크게 보면 노동이 시민권을 획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생활임금이 확산되는 것보다 제대로 자리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생활임금에 관한 연구에서도 정당의 의견으로 내기 위해서라기보다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논의 구조를 갖기 위해 세심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복지 쪽에서는 각종 수당을 확대해서 생활임금이라는 것을 고민하기도 하는데요. 지출이 많은 주택, 교육, 의료 등에서 보조가 된다면 다른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거든요.
그건 다른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수당이 생활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생활임금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자는 접근에서 나온 것이고 그걸 복지 정책과 연관시키는 것은 처음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봐요. 아까 말씀 드렸던 성남시의 전통시장 상품권 사례가 그렇고요. 생활임금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죠.
이전에 간접고용이 비정규직 문제 중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쓰신 글을 봤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고용 관계를 계속 원격화시키고 단절시키면서 노무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용자가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요. 예를 들면 아파트 관리소에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 위탁 관리를 받아서 하는 건데 이게 의미가 없어요. 위탁 관리 회사의 명의만 빌려주는 것이고 실제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가 실질적인 사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파트 관리하시는 분들은 8-90% 위탁 회사 소속이거나 아니면 그 아래 또 하청을 받아서 일하시거든요. 그러면서 사실 주민들이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권리만 행사할 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거든요. 간접고용에 노동법이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노동법 학자들이 ‘이제 밥 먹고 살기 힘들겠다.’라고 해요. 간접고용은 늘어나는데 거기에 노동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거죠. 노동법은 직접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건데 그 관계가 다단계로 변해버리니 그 힘이 약해져 버리죠. 법원에서는 보수적으로 판단하구요. 그러면 그럴수록 노동기본권이 희석되고요. 물론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여러 가지 형태의 노동이 생겨날 수 있지만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은 제도적, 관습적으로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간접고용으로 가는 흐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다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외국에도 간접고용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나라만큼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처럼 비정규직이라고 차별을 받는 건 아니예요. 그냥 다른 형태의 고용일 뿐이지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 거죠. 착취형태의 비자발적인 비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 형태의 자발적인 비정규직인거죠. 그것이 가능한 건 그 국가의 시민성이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무한한 초과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착취하는 기업에게 시민들의 정서적인 거부와 제재가 작용하고 있어요. 법, 제도를 바꾸는 시도들도 필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재벌 기업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서도 재벌 기업의 CEO들에게는 선망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요. 시민성이 낮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런 것들을 환기시킬 수 있는 제안들이나 기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자체에서는 ISO14000에 기반해서 지역 고용지수나 일자리 지수 등에 대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있잖아요. 그런 활동들을 모든 지자체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단체장들은 4년에 한 번씩 표를 얻어야 하니까 자기만의 상품들이 필요하거든요? 그 상품 안에 그런 보고서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지 않을까해요. 단체장한테는 치적이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노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역 노사민정 사회적 대화에도 관심이 많으셨잖아요. 그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그건 각 주체들이 잘 서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계속 협력하려는 시도들은 좋은 것 같아요. 각자의 지혜들을 모아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작업들은 필요하거든요. 노사민정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주로 한국노총 간부들이 적당히 이름 끼워놓고 거기 따라 노조에 예산을 조금 배정해주고 모양새 갖추고 사진 찍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제대로 된 노사민정이 되려면 각 주체들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들이 정리되어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나서 모인다면 노사민정이 굉장히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죠.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방 분권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예산이니 인사권이니 하는 것들이 중앙정부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 하기가 매우 제한적이죠. 그래도 요즘엔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아요. 일자리 같은 문제도 예전에는 무조건 중앙 정부의 일로만 여겼었는데 요새는 지역 단위로도 일자리 관련한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들과 회의하면서 예전에 그랬다고 해요. “예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라”. 저도 그 말에 공감해요. 물론 지자체가 예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고 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