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압둔 지난 8월 7일 김경진 변호사님과 합정동 카페에서 일곱 번째 소셜런치를 진행했습니다. 김경진 변호사님은 부장검사생활을 마치시고 현재 변호사와 시사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번 소셜런치에서는 현재 사법부와 정치권의 보수화에 대한 진단을 비롯하여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눠봤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부장검사생활부터 광우병 촛불집회 때 인권변호사로 그리고 현재 시사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법조계로 들어서게 된 것은 어렸을 때 꿈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자유로운 영혼이었거든요. 천체 물리학자나 행정관료 등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행정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 진학 후 행정고시를 보려다 전공을 살려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에 검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검사 생활 3~4년 되던 해에 인생의 분기점이 될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청 사무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붙잡은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당시에 검사들의 술자리에 아는 변호사들이 와서 계산을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뇌물수수를 한 시청 사무관과 검사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접적인 금전거래가 있진 않았지만 검사 생활을 하는데 영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일들도 근본적으로 똑같이 부도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검사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고 다른 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촛불 시위를 하다가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시민들을 위한 무료 변론활동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사실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당시 촛불 시민이기도 했던 대학 동문이자 절친한 친구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촛불 시위와 관련해 법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것인데 이 때 그 친구를 통해 들어오는 일은 무조건 수락하다 보니 10건이 넘는 무료변론을 하게 되었어요. 자발적으로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는데 후에 돌이켜보니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를 통해 내가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법조계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법조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 사법부나 정치권의 보수화에 대한 언급들이 많은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법부의 보수화는 심각합니다. 법원은 더욱 심각하고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판결도 일종의 정부 코드를 맞춰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례들이 조금씩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 임명된 대법원장, 대법관들이 자유, 진보, 인권, 소수자 배려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고 이런 논의 자체도 축소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정치도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데요. 예를 들어 NLL과 관련해서 보는 관점에 따라 'NLL포기'가 될 수 있고 '서해안 교류 협력 지대'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잖아요. 보수와 진보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정권을 잡은 보수 쪽에서 소통하는 자세로 나갔어야하는데, 진보와는 전혀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고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보수 내에서도 논조의 일관성이 없어요. 정치적으로 권력 유지를 위해 종북 프레임을 만들고 경제적으로 돌파구가 필요한 때는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는 식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가 보수화 된다는 것 자체보다 보수 진영의 논리가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어르신 세대들의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감을 확대시키면서 지나치게 정치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그러한 논리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는 비단 보수 진영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진보 진영의 태도가 안일한 것이 정치 보수화에 일조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입장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진보와 보수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우선 재계와 보수 집단의 관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재계가 보수 집단의 든든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잖아요. 물론 이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언론,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이런 돈이 계속해서 정부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보니 이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국민들이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노동개혁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자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등 노동시장에만 압박을 가하고 재벌 개혁이나 규제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정책들이 전반적으로 정치의 보수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에서도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에게도 아젠다가 있고 논리가 있지만 언론에서 보도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힘있게 자기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고 조금씩 보수의 의견에 수용하는 태도도 보이는 것 같아요. 일정부분은 합리적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보입니다. 이럴 때 진보쪽에 뚜렷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정치 전반으로 보면 지역 패권주의로 인한 정치의 기능 상실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유권자가 투표할 때 선거공약과 상관없이 지역텃밭정당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특정 지역과 특정 정당사이의 부정부패가 발생하기 쉽게 작용합니다. 또 유권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대한 이해가 힘들어지면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게 되고요. 정치권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데,지역과 정치가 결합된 구도를 어떻게 깰 것인지가 한국정치가 해결해야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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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혁신 정치와 관련해서 386교체론 등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3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고 해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세대와 상관없는 공정한 룰입니다. 이것이 혁신의 포인트겠죠. 그렇다면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요. 보통 모든 룰은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거든요. 전략 공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도 그렇습니다. 얼만큼 덜 기득권에게 유리하냐는 차이만 있는 것이죠. 그래도 이런 움직임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당 내에서만 투표를 했을 때보다 국민들의 참여가 있을 때 선거 후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도입하는 것에 긍정적입니다. 전략 공천의 경우 당 대표에게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게 되니까요. 물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유명한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제도의 순기능이 발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 패권주의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문제나 남북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것이 경제 문제겠죠.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재벌문제, 세법 개정 등이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산업계 전반에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기업은 고용을 늘이기보다는 감축을 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과 해고의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대의 흐름과 정책 방향이 맞지 않아보입니다.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후보가 했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문 후보는 인위적인 고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공휴일 늘리는 등 소비 촉진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간의 노동을 시간 대비 효율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개인의 역량을 길러낼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요. 정부의 혜안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때입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통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로 인해 새로운 계층 구조가 형성되고 사회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회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 이후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국방 예산을 줄이고 복지 예산에 투입할 수도 있고요. 장기적으로 경제활성화와 복지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내용이나 의제 중심으로 다뤄지지 않다보니 이에 대한 피로도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리고 지금 시대에 맞는 시민단체의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치 기능 자체가 마비되고 정체된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접고 있는 상황이고요. 정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는 그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담뱃세 논란이 있을 때도 결국 유권자들은 여당의 손을 들어주었잖아요. 보수 언론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도를 조장하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이 않을 수록 기득권 유지가 수월하기 때문이겠지요.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은데 보수 언론에서는 내용없는 자극적인 것만 보도하고 있고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보수 언론의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결국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지만 이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단체도 확실한 액션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바뀐 언론지형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국정원 해킹사건 때도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액션이 없었던 것은 아쉽습니다. 어찌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부드러워 진 것일 수도 있고, 사회문제의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전 시절과 비교했을 때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의 중요성을 봤을 때 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보다는 우리 사회를 위해 지금 이순간 내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큰 틀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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