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런치 네 번째 주인공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님과 김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님을 모시고 최근 출간된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한티재, 2015.>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책은 기본소득의 기본적인 개념과 다양한 해외사례, 기본소득으로 인해 바뀔 수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시민행동 사무처 식구들도 소셜런치를 진행하기 앞서 함께 책을 읽고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장장 2시간 동안 진행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 함께 만나보실까요?

 이 번 소셜런치 후기를 읽고 답변을 달아주신 분들 중 2분에게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님이신 저자의 사인이 들어있는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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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뵙는데요. 두 분의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김현(이하 현) - 작년 말까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었습니다. 올해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일하고 있고요.  2013년 7월 설립한 녹색전환연구소는 녹색당에서 만든 별도의 사단법인입니다.  올 해 상근자로 일하면서 기본소득 포럼, 교육관련 정책 연구, 강연회, 토론 준비 등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내에서는 조직강화 특별위원장으로 1만명 당원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지역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 관건 인 것 같아요.

 

  시민운동과 정당활동을 모두 경험하셨는데, 어떠신가요? 시민운동과 정당활동이 많이 다른가요?

 

현 - 권력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 시민단체와 차이가 있지요. 시민단체가 비판과 대안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면 정당은 다루고 있는 내용(정책)을 대중한테 평가받는 곳이잖아요. 인정을 받기 위해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정당활동인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은 어떠세요? 스스로 정치인이라 생각하시나요?^^

 

하승수(이하 하) - 다른 정당, 정치인과는 다르겠지만 스스로는 한시적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녹색당은 당원이 성장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3년 6개월 정도 녹색당에 전념해서 활동했는데 노동 강도가 세고 바쁩니다. 정당은 종합적인 사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슈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밑그림을 만드는 작업이 만만하지가 않더라고요. 게다가 정당은 사회변화의 비전만이 아니라 조직이 갖춰져야 하는데 녹색당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개인들과 힘들을 모아가야하기 때문에 조직화 과정 또한 만만하지 않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일했을 때보다 몇 배 강도가 센 느낌이에요.

 

현 - 일반 시민들이 정당 가입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시죠. 가치에 공감하더라도 시민단체 가입하는 것보다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정당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화가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하 - 내년 총선 때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 이상의 지지율을 달성해서 내년 비례대표로 최소 한명 당선시키는 것이 목표에요.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 - 선거 시기 때만 활동하는 것보다 올 해부터 내년을 준비하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의석을 얻는 것과 지지율로 의석을 확보하는 방법이 각각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하 - 이전 진보정당의 전략은 지역에 다수가 출마하는 전략이었잖아요. 근데 녹색당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비례대표를 당선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동물보호단체와 스톨(stall)과 케이지(cage) 등의 감금틀을 없애는 문제에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또한 어린이, 청소년 안전 문제를 포함한 안전문제 전반에 대해, 먹거리와 탈핵 문제, 동물복지문제에도 함께 하고 있고요. 그 외에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제에 함께 접근하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교육문제에 대해 세미나와 포럼 등을 진행하는 것도 단일한 의제로는 지지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들을 시민들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 - 아직 의회에 진출한 의원은 없지만, 그 간 관련 의제에 활동해온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 - 지역에서는 예산관련 활동도 많이 하고 있어요. 당원 중심으로 예산 관련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예산은 정치적인 주제기 때문에 접근할수록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경남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를 보면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 따라 또는 사적인 동기에 따라서 사용처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색당에서는 예산 사유화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참여예산도 형식적인 면에만 머물고 있는 것 같아요. 예산이 공유재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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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니 기본소득에 대한 매우 원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서 기본소득에 반대하지 않으면 할 얘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에서 다루지 않은 얘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하 -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과 접근 방법, 거친 수준의 실현 가능성을 담은 것이 이번 책이에요. 작년 연구소에서 진행한 포럼 등에서 다룬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논의해야할 점이 많겠지요. 아주 큰 틀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질문은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이 아니라 왜 기본소득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이 대표적이죠.

 

 왜 녹색당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나요?

 

하 -  불평등, 교육, 생태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사회 운동 영역에서는 따로따로 접근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하나로 해결할 수 없지만, 하나의 실마리 혹은 계기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예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불평등, 일자리, 생태문제를 나름대로 통합적으로 해결하기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기본소득입니다. 즉 기본소득이 파편화되어 있는 논의들을 모아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거죠. 복지국가만 하더라도 생태환경문제에는 취약합니다. 그리고 생태환경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방법이 부족하지요. 이렇게 되어서는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그림이 잘 안 나오는데, 이러한 단점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기본소득인 것 같아요.

 

현 - 녹색평론을 통해 많은 당원들과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꺼냈을 때 큰 반발이 없었고요.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70% 찬성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당론이 결정된 것도 이런 토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합의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좀 더 세밀한 접근은 필요하지요.

 

하 - 교육, 복지, 환경, 생협 등 각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책에서 언급한 생태부담금의 예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복지 쪽 분들과는 한국에서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고요. 시혜성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복지가 권리라는 문제를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 선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민배당의 개념에서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문제의 경우 대학 말고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 정상화와 교육의 정상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안가고 청소년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기본소득 즉 청년배당이죠.  특히 교육은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는데 교육 하나만으로 대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사회변혁이나 사회개혁 없이 교육 변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결국 청년들이 기존 시스템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여러 영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로써 기본소득을 좀 더 확대 적용하면서 공론화시켜야 합니다.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로 기본소득이 이해되긴 합니다. 근데 좋긴 한데 시민운동 영역에서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하 - 너무 큰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당장에 뭘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민행동이 하고 있는 예산운동과 기본소득의 결합에 대한 고민,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재정 및 국가 시스템이 적응해갈 과정은 필요합니다. 모두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한 번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문제니까요. 개인적으로 로드맵을 고민해본다면 임금소득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부터 우선 지급되는 방향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농민기본소득, 장애인기본소득, 노인 및 청년기본소득 등이 있겠네요. 

 기본소득이 갖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노동에 대한 임금소득만이 아니라 배당의 개념으로 비노동소득에 대한 개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소득에 접근하기 힘든 계층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어떨까 하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에서도 노인과 청년, 장애인에게 먼저 적용하자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토머스 페인의 경우도 그런 주장을 했었고요. 그렇게 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재정 마련에 대한 고민이 드는데, 소득세에 대한 증세 등이 실효성이 있을까요?

 

하 - 목적세의 개념이나 특별회계 등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세입단계에서 용도를 지정하거나 세출단계에서 지정할 수도 있고 지금 에너지교통환경세 같은 경우 80%정도는 교통시설특별회계로 편성하게 되어있는데 이러한 예가 있기 때문에 여러 단계에서 가능한 부분 같습니다. 로드맵은 좀 더 치밀하게 짜야겠지만, 생태세 같은 것은 금액이 적더라도 보편적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불로소득, 상속세 등은 목적세로 할 수도 있고, 일부를 특별회계로 편성해서 앞서 언급한 특정집단에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이전 정책에서 썼던 돈을 다르게 쓰는 방향으로 주장하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정책화의 단계로 들어가면 오히려 실현가능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 현실에서는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 - 필요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있는데 결국에는 이런 것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부분이겠죠. 정부에 대한 불신에 대한 해결이 우선인 것 같아요. 큰 변화를 꾀한다면 안전장치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할 필요도 있습니다.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기적으로 약간의 칸막이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목적세나 특별회계를 활용할 수도 있고 차츰 신뢰를 쌓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이전 정책에 사용된 예산을 통해 기본소득이나 복지제도의 도입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치적인 입장을 갖고 예를 든 것이지, 실제로 제도를 설계할 때는 그 자체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상당히 빠른 상황이잖아요. 국가 재정이 증세를 하건 새로운 세목을 만들던지 간에 필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국가재정정책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흐름 속에서 해결해야할 당면 문제를 외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재정을 위해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의문입니다.

 

하 - 지금 현재 상태로 가면 대한민국 국가재정은 파산에 이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적극적인 정책을 제안하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잘 쓰길 바라기만 한다면 답이 안 나오겠죠. 오히려 기본소득을 해야만 정부 재정 개혁이 진정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부 예산이 공유재라는 생각이 없는데요. 예를 들어 다시  대한민국 재정위기가 온다면 경제위기, 금융위기가 맞물려 올 가능성이 클 텐데, 또 공적자금을 투여할 것인가,  그렇게 하는 것은 재정이 눈먼 돈이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거잖아요. 기본소득의 장점은 정부 재정이 공유재고 이를 엉뚱한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우리가 받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거죠. 즉 국가재정 문제를 풀려면 재정구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예산이 공유재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정부 예산 낭비를 줄여서 기본소득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메세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예산을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정치, 관료조직에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금처럼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해야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일정정도 막을 수 있겠죠.

 

 교육 , 생태, 재정개혁에 대한 얘기도 하셨는데, 듣다보면 기본소득에 대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 이를 통해 교육, 생태, 재정 등의 혁신을 할 수 있으면 굳이 기본소득을 주지 않더라도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소득 도입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나요?

 

하 - 기본소득은 목표가 아니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의 곳곳에 있는 변화의 필요를 일깨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논의가 생태세를 부과해서 생태배당을 주자는 주장인데, 온실가스가 지금 10% 수준으로 줄어들면 굳이 생태배당을 안줘도 되겠죠. 기본소득도 논의 자체가 생태적인 측면, 증세를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도록 하는 측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진행되는 것에 따라서는 기본소득의 성격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본소득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수단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북유럽 복지국가를 보더라도 인구구조, 사회구조, 역사적 경험도 우리와 차이가 큰데,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책에서 외국의 여러 사례에 대한 소개도 해주셨는데 그것 역시 우리가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해야하는 사회시스템, 인식이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 같은 느낌이라 우리가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할 때 외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만이 갖고 있는 상황을 분석을 통해 우리가 이런 구조, 사람들의 의식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시작해야한다는 주장도 필요해 보입니다.

 

하 - 기본소득은 오히려 동양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고대 중국의 정전제의 예도 그렇고 동양은 땅을 매개로 평등에 대한 고민을 했고 땅의 분배가 불평등해지면 민란이 일어나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정전제를 주장했고, 해방이후 농지개혁은 대한민국의 기초를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동양사회나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평등주의적인 전통이 있는데, 70년대 이후 산업화로 많이 깨지고 불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면서 사회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공동체가 깨져나가는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리 맥락에서도 기본소득의 이야기가 시작될 시기가 왔습니다.

 북유럽의 경우에도 일찍부터 기본적인 사회적 평등 구조가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었지요. 근데 대한민국이 지금 북유럽 모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요. 이는 북유럽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복지시스템으로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북유럽 국가도 있습니다. 생태환경적인 측면이라는 것이 복지국가 만들 때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고민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되어버렸지요. 상대적으로 보면 덴마크가 복지시스템이 가장 잘돼있어서 기본소득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고, 핀란드는 상대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럼 우리는 덴마크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그건 아닌 것 같고요. 미국의 학자가 미국 사회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민배당의 성격을 갖는 기본소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 것을 보면 사회문화적으로 미국은 절대로 유럽이 될 수 없거든요. 미국도 예전엔 땅을 공평하게 나누는 과정, 서부개척 시대의 기회의 균등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한국처럼 다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특정한 사람들이 사유화하고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되는 것들, 동양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토지, 그 외에 물같은 공유재에 대한 입장인데 현재는 이러한 자원에 오히려 민영화나 사유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유지는 아직도 30% 되는데, 그걸 지금 민간 기업들이 임대해서 필요에 의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에 저항하고 이것들이 공유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현실에 대한 진단은 비슷한데요. 일반 시민들도 그런 걸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할 때인데, 기본소득을 바라봤을 때 실현가능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면적으로 시작하기는 어렵겠지만, 부문별, 세대별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실마리로 얘기될 수는 있을 것 같거든요. 앞서 말씀하시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논의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특히 청년세대들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하 -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청년세대들이 제일 뜨겁긴 해요. 근데 현재 청년세대 자체가 조직화되어있지 않은 상태, 학생운동, 청년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인 것이 아쉽습니다. 올 해 공론화 과정에서 청년들과 뭔가 해보려고 하는 것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라는 단체와 함께 기획을 해서 7월초 정도에 전국 순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전국의 대학생들, 청년들, 대안학교의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아직 이 분들이 조직화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본소득 활동하는 청년들이 전국을 돌고 이분들을 네트워킹 하고자 합니다. 인권, 복지, 교육 부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고요. 7~8월까지는 이런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전문가 그룹도 네트워크화 하려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의 현실화는 매우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로드맵만 준비되면 시작은 몇 년 안에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는 기초적인 로드맵은 기본소득 재원은 기존 재원 활용, 조세개혁, 생태부담금 이렇게 3가지로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태부담금은 보편적 적용, 불로소득, 상속에 대한 과세, 노인, 청년, 장애인, 농민 우선 지급하는 것이 1단계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고 이것이 정착이 되면 좀 더 보편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생태세를 배당으로 국가단위에서 지급한 적은 없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할 수는 있죠. 올 해부터 유연탄에 대한 과세는 시작됐지만 생태세에 대해서는 좀 더 별도의 설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원에 대한 부분이 계속 물음표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조세개혁, 금융과세, 불로소득 과세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정부가 못하고는 있지만 조세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논의, 증세에 대한 논의도 실현과는 별개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조세개혁은 기본소득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떤 정부든 해야만 하는 필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적세나 특별회계 간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 -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재 주민세까지 하면 43%정도인데 60%까지 올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드맵을 가지고 단계별로 한다고 했을 때 상속세는 대폭 올려야한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사망자의 1~2%만 상속세 내고 있는데 최소 20%는 내야하지 않을까. 그 정도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금융소득세도 원천징수세율을 올려야 된다고 봅니다. 부동산임대소득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것이 제가 생각하는 조세개혁이고 이런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임금노동자들은 해당사항이 없을 거고 이를 잘 알려야할 필요가 있지요.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 - 모든 연령대에 다 지급하려면 보편증세를 해야 합니다. 보편증세라는 것은 지금 안내고 있는 임금노동자들도 다 해당되는 것이죠. 덴마크의 경우는 모든 임금노동자에게 무조건 기본 8%는 세금을 부과합니다. 하지만 이건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2단계라고 생각하고 1단계에서는 조세정의에 안 맞는 것을 바꿔야지 그래야 2단계에 대한 얘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은 어느 정도까지의 액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하 - 월 40만원만 되도 1인가구라 하더라도 농촌지역에는 도움이 됩니다. 청년이 귀농을 하면 요즘은 귀농지원책이 있어요. 주택을 알아봐준다던지 구해준다던지, 귀농자들은 무료로 2년을 거주하게 해주는 곳도 많고요. 주거가 해결이 되면 월 40만원의 현금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의료도 의료대로 다른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존 복지 정책은 낭비와 겹치는 부분들은 조정이 될 필요는 있겠지만 유지가 되는 상태에서 기본소득 정책이 고민되어야 합니다. 즉 기본소득은 주거나 의료가 해결된 상태에서 최소한의 현금을 보조해주는 정책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좋은 직장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기본소득이 된다고 하면 중소도시로 가서 살고자 하는 동기부여도 될 수 있겠네요.
 
하 - 농촌지역같은 경우에는 귀농지원책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충남 홍성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귀농자들에게 물어보면 월 40이면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장애인 같은 경우도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장애인 운동 단체들과 얘기해보면 마지막에 주장하고 싶은 것은 소득보장정책이거든요. 이동권 문제 활동보조 서비스 문제, 자립생활 문제로 확장되면서, 현금 수입이 있어야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 연금이나 장애인 소득보장정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금이나 소득보장이라는 것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실은 다른 정책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임대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서울에서 그 정도의 공간을 임대를 했을 때 기본적인 보증금과 월세라는 것이 크지 않지만, 관리비가 붙으면 한 달에 20~30정도 부담해야하거든요. 이 정도만 해도 대도시에서는 굉장한 혜택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거노인의 경우 그 정도도 부담되는 거죠, 그렇다고 그 지역을 떠나기는 어렵고요.
 
 
하 - 기초수급제도는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맞죠.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제도가 개악되었는데 기본소득이 들어가면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개별급여, 주거, 교육, 생계급여 따로 주는 걸로 바뀌었는데 이 상태로 가면 더 열악해지는 것이거든요. 기초생활수급제도 안에서도 교육, 주거는 현실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밖에 공공서비스 중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다만 바우쳐나 크레디트 보다는 현금지급이 나은 것 같습니다. 관리비용도 적게 들고, 무상보육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 - 기본소득은 계속 금액으로 얘기하다보면 제대로 논의가 진행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기본소득은 새로운 사회, 공동체에 대한 다른 생각. 기존의 복지제도와는 다른 시스템과 제안이니까요. 숫자로 얘기하면 핵심에서 비껴나갈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운동의 입장에서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외국 사례의 경우 대부분이 리더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 말고는 다른 예를 보기 힘든 것 같아요.
 
하 - 유럽에서는 서명 및 캠페인이 진행되고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저임금, 고실업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생활임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기본소득도 몇 년 전부터 대중적인 캠페인으로 가고 있는 상태인데, 한국 같은 경우 노동 쪽에서는 생활임금, 최저임금 인상, 비노동쪽에서는 존재자체를 인정해서 지급하는 기본소득으로 같이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의 반빈곤 운동, 물론 최종적으로는 정치로 수렴이 되지만 수렴되기 전까지는 전통적인 집회, 시위 캠페인, 서명운동 등의 방식이 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빈곤문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스의 경우 우리보다 인구도 적지만 서명으로 10만 명 이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지자체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곳도 등장할 것 같고요. 물론 지금은 복지부 재정심사에서 지자체에서 하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또한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모든 연령에 다하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노인이나 청년배당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사람들이 청년세대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청년세대들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네요. 시장임금이 아니라 사회임금으로써의 기본소득이 현재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가진 것없는 청년들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본소득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주 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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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정남진곰탕

2015.05.20 17:57:31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주거나 노동 등 사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 요즘 한참 이슈는 소득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공부가 일천해서 어느 방향으로 이 논의가 진전되고 있고, 여러 주장들이 사회적으로 여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잘 감이 안왔는데 오늘 후기를 보고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이해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더불어 함께하는 시민행동 소셜런치 잘 보고 있습니다!

CAN

2015.06.10 14:25:56

소셜런치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고민의 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소셜런치를 통해 기본소득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소셜런치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답변을 주신 회원님께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님의 사인이 담긴<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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