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도 식당도 하는 투표독려, 트위터에서만 불법?
지난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인터넷을 가장 훈훈하게 달구었던 투표독려 이벤트를 기억하시나요? "내일 6.2 선거에 투표하신 20대 여러분 중 선착순 1000분께 제 판화를 드리겠습니다" 화가 임옥상 씨가 트위터(@oksanglim)로 제안한 이 이벤트에는 배우, 시인, 소설가,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이어 동참하면서 시민들과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었습니다.그런데 최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이 이벤트에 참여한 23명에게 모두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하죠. 이유는 투표를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해선 안된다는 선거법 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 하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누굴 찍으라고 한 적도, 어떤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라고 한 적도 없는 아주 상식적인 투표 참여 호소일 뿐, 법조항이 내세우는 "매수 및 이해유도죄"라는 딱지를 붙일 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간단한 선물을 증정하는 이런 종류의 투표독려는 대학가의 상점들이나 백화점/기업, 그리고 심지어 선관위마저도 자주 활용하던 방법이었으니 황당할 밖에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20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트위터"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 뿐이지요. 특정 세대의 투표율을 높이려하는 행위가 이해유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면, 거꾸로 투표가 세대와 지역에 따라 골고루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히려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닐까요?
- "20대 투표하면 판화 드려요"... 임옥상 사법처리?(강창덕)
- "투표하면 선물 줍니다" 아이파크 백화점 (아시아경제)
- 투표참여 독려가 죄가 된다는 공직선거법 230조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무림고수)
정책토론일랑 말고 이름보고 표만 던지라구?
선거는 단지 어떤 "인물"이나 "정당"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 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시각이 자유롭게 드러나는 축제같은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선거쟁점"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막을 뿐 아니라 검찰고발까지 하면서 시민들에게는 단지 투표에만 참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더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쟁점이라는 "4대강"과 관련해 반대운동을 해오던 시민단체들에게는 제재를 가하고 정부의 4대강 홍보는 용인하는 편향적인 행태를 보여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연이어 이들을 고발/처벌하고 있습니다. 특정 후보가 정책으로 거론했다는 이유로 고유의 활동목적과 계획을 가진 조직들이 선거때마다 개점휴업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지난 4월 30일 선관위가 공개한 선거쟁점 찬반 활동 관련 안내자료를 보면 현행 법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일부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이니 따르는 것이 맞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선거마다 이런 말만 되풀이한다면 결국 문제는 지속될 따름이지요. 2008년에는 대운하로, 2010년에는 무상급식과 4대강으로, 그리고 2012년에는 또 무엇이 "결코 해선 안되는 말"이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 선거쟁점에 대한 찬반활동관련 선거법안내 (2010. 4. 30 중앙선관위)
- 검찰,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선거법 위반 수사 (2010. 8. 25 한겨레신문)
- 4대강 반대단체 선거법위반 첫 고발 (2010 .5 .13 서울신문)
■단체의 선거쟁점 관련 활동 운용기준 | |
선거쟁점에 대한 시설물 등 설치, 게시, 배부 |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선거법 90조 위반 |
선거쟁점에 대해 인쇄물 배부, 게시 |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선거법 93조 위반 |
선거쟁점에 대한 선거구민 대상 서명 |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선거법 107조 위반 |
선거기간 전 선거쟁점 관련 찬반 집회 | 선거운동을 위한 행위로 선거법 254조 위반 |
선거기간 중 선거쟁점 관련 찬반 집회 |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103조 위반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새로운 미디어를 죽이는 낡은 제도
올 초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지방선거에 관한 의견을 묻는 온라인설문을 진행하고 발표했던 블로거 doax가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었고, 현재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것인데요.이 조항은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조항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체가 제한적이었던 과거에는 이 조항이 실효성을 갖고 있었던 반면, 인터넷 시대에는 결과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항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사 결과가 비공식적으로 유포되어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사례가 발생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선관위도 공표 금지 기간을 단축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선거일 180일전부터 정당이나 후보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 등을 모두 선관위에 등록하고 발표 시에도 위 내용을 함께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이나 SNS의 라이브폴 등에는 전혀 적용할 수 없는 개념임에도 이 기준을 잣대로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 돈은 풀고 말은 막는 선관위 (도아)
- [인터넷주인찾기] 선거법과 실명제 - 문서, 슬라이드 (박준우)
- 선거법 93조 1항 합헌결정 유감 (민노씨)
사람잡는 선거법! 이젠 헤어져야 할 때
법이 제정될 때는 그 사회의 시간적 공간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그 맥락이 변화하는 데에 따라 오히려
법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국의 의무일 뿐 아니라 국회와 정치인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든 국회에서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아니, 그다지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듯도 합니다. 그나마 끊임없이 온라인상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 발언하는 시민들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지만 그조차도
거듭된 수사와 처벌로 물리적/심리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머물러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관위와
정부는 더 이상 눈 막고 입 막고, 고발이며 수사며 불법이란 딱지로 시민들을 겁박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으로는 민주적인 선거를 치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국회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며 형평에 어긋나는 법제도를 하루라도 빨리 고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시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인륜지사, 사람들의 관계는
극단적 선택보다 대화와 화해를 권장하겠지만 개인과 사회를 해하는 악법이라면 단호하게 뿌리치고 이별하는 것만이 정답입니다. 오는
2012년까지, 이 '사람잡는 선거법'과 이별하고 새로운 만남을 갖기 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2012 선거법 개정 캠페인,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2012 선거법 개정 캠페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가치를 비웃듯 끊임없이 시민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공론장을 파괴해 온 불합리한 선거법/제도를 바꾸기 위한 집중캠페인입니다. 특히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 및 후보/정당 나아가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발언하지 못하게 하는 제93조 조항을 반드시 개정해야 하며, 그밖에 인터넷언론의 개인정보수집을 강제하는 제82조 6항, 여론조사를 제한하는 108조 등 취지와 현실이 맞지않는 독소조항들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적어도 전국민이 참여하는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2012년에는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2010 선거법 개정 캠페인으로 시민의 권리를 찾아 나갑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멍석을 깔고 밥상을 차리겠습니다. 숟가락 들고와서 함께 즐겨주세요!
*캠페인 페이지: http://actionkr.iwinv.net/voters (준비 중)
- 2010년 하반기 계획: [사람잡는 선거법] 인터넷방송, 정보공개운동, 참여형 대안모색
- 2011년 : 선거법 개정을 위한 대중캠페인 & 개정안 청원
- 2012년 : 변화된 법제도 속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