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도시에 가면 한낮에 커다란 가방 하나 메고 자전거로 도심을 질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일반인들도 많이 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바이시클 메신저' 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지요. 주로 서류나 간단한 짐들을 배달해주는, 한국으로 치면 오토바이 퀵서비스와 같은 서비스인데요. 서구에서는 대부분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가 그 역할을 하지요.
왜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선을 가로질러 미친듯이 달려가는 오토바이보다는 조용히 도심을 미끄러져가는 자전거가 좀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한국은 도심이 좀 더 크고 중간중간에 오르막이 많은데다, 차들이 자전거를 배려하지 않는 교통 문화 때문에 쉽지 않겠다,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최근 서울에서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하신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초'는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로는 '유일'한 자전거 메신저인 것 같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서류 보낼 일 생기자마자, 퀵서비스 대신 이 분을 불렀어요.
부르면서도 몇 가지 걱정되거나 궁금했던 점이 있었어요.
우선 오토바이 퀵에 비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요. 지음 님의 사무실인 남산 부근에서 시민행동이 있는 마포구 성산동까지 오시는 데 30분이 채 안 걸리시더라고요. 엄청 빠른 스피드. 서류가 도착해야 하는 한양여대까지는 얼마나 걸릴 거 같냐고 물었는데요. 약 1시간 걸릴 거라고 하더라고요. 오토바이보다 빠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오토바이 택배 불러도, 퀵서비스 회사에 전화한 후 실제 아저씨가 도착하는 시간까지 대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 생각하면 시간상으로는 별 차이 없겠다 싶었어요.
(지음 님처럼 능숙한 라이더들은 대개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는데요. 서울 시내 차량의 평균 시속은 20km에 불과하지요)
오토바이에 비해 몸이 좀 더 힘드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오토바이 퀵과 비슷하게 받더라고요. 마포구 성산동에서 성동구 행당동까지 1만4천원. 그런데 이걸 또 자전거 출근하는 사람들, 월소득 1백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고요.
혹시 영수증 처리가 안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엄연히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고요. 영수증도 물론 발행해준답니다. 운영 방식도 그렇고, 이거야말로 사회적 기업^^
아무래도 서울 시내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위험한 정도로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가 오히려 한 수 위일 것 같더라고요. 좀 더 자전거를 배려하는 교통 문화가 정착되길 바랄 수 밖에요.
지음 님은 지금은 혼자지만, 뜻을 같이 하는 메신저들이 늘어나면 조합을 결성할 계획 이랍니다. 릴레이 방식으로 짐을 전달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겠지요. 오토바이 퀵 대신 자전거 메신저들이 서울 시내를 누비는 모습. 어떨 거 같으세요? 아직 자전거가 차도에 나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 중에는 불편하거나 불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래도 오토바이들이 가로막는 것보다는 훨씬 멋진 일일 것 같아요.
여러분도 때로는 퀵서비스 대신 자전거 메신저를 불러보세요..^^
그런데도 50분 남짓해서 한양여대까지 가셨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