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금) 오후, 시민행동 사랑채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주셨습니다. 시민행동 운영위원이신 김영수 변호사님(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누구보다도 시민행동을 사랑해주시는 이현진 회원님, 그리고 시민행동의 재창립 프로세스에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은태 선생님(국제 엠네스티 집행위원, 중부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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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시민행동과 인연이 깊은 분이지만, 막상 세 분이 서로 한 자리에 함께 한 건 처음인데요. 이 분들이 왜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을까요? 바로 규약 TF의 첫 회의에 참여해주신 것이랍니다.

[#M_[자세히 보기] 규약 TF란 어떤 곳일까요?|닫기|오픈캔 프로젝트, 그러니까 시민행동의 재창립을 준비하면서 시민행동이 역점을 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기존 사업단위들(예산팀과 기업팀)의 전문화와 독자성을 강화하는 것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시민행동, 혹은 기존 시민사회운동이 만나지 못하고 있는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시민행동이 담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 새로운 운동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행동을 활짝 여는 것이었습니다. 시민학교의 창립 또한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기 위한 하나의 채널이었고요. 시민행동의 웹사이트도 더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로 변경할 계획인데요.

한 편으로는 전문화, 다른 한 편으로는 활짝 열린 조직. 어쩌면 조금은 모순되는 것처럼도 보이는 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 위해서는, 시민행동이 좀 더 경계없는 조직이 되고, 각 사업팀들이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Citizens' Action Network)의 명칭에서처럼 네트워크는 시민행동이 창립 때부터 추구해온 정신 중 하나였는데요. 좀 더 본격적으로 그 정신을 구현해보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나의 조직이 아닌 네트워크로서의 시민행동. 이상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역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막상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기 시작하니 마치 퍼즐 맞출 때처럼 시행착오들이 반복되는 거예요. 가로를 맞췄더니 세로가 어그러지고, 세로를 맞췄더니 다시 가로가 어그러지는거죠.

예를 들면,
  • 시민행동은 분명 회원총회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하는 단일 조직인데 그 속에 자율성을 갖는 사업팀들이 생겨나면 시민행동과 각 사업팀간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 당장 각 사업팀들이 자립할만큼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데 그걸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지, 또는 그걸 네트워크 차원에서 보장해준다는 명분 하에 각 사업팀들의 자율성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 각 단위들의 자율성을 무한대로 보장했다가 시민행동이 그간 지켜온 정신에 어긋나는 사업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지
  • 나중에 사업팀들의 자립성이 강화되어 독자적인 단체나 법인이 될 때, 네트워크의 인적, 물적 자원을 합법적으로 공유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는지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한편으로는 더 많은 상상력과 다른 한편으로는 더 정확한 실무적 지식을 갖고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는 사무처 실무자들만이 아니라, 시민행동 회원들, 그리고 관심갖고 지켜봐주시는 여러 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출발한 것이 규약 TF입니다. 단체의 모습이라는 것이 결국 규약의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에 규약 TF라고 이름붙이긴 했습니다만, 네트워크 형태의 열린 단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상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입니다. _M#]
이 날 TF에서는 독자성을 갖는 단위들을 규약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는데요. 주요 의견 몇 가지를 소개하면요.

  • 회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새로운 팀이 여럿 생긴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총회에서 새로운 팀의 창설이나 신규 가입을 발의하고 승인하면 되는 것이다.
  • 완전히 새로운 규약을 상상하기보다는, 시민행동의 기존 사업 내용과 차이가 있어서 반드시 표현해야 할 새로운 사업(예를 들어 별도의 수익사업)이 있다면 규약에서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단서만 표현해주자. 예를 들면, 아름다운 가게는 초기에는 아름다운 재단의 수익사업체였는데, 당시 아름다운 재단 정관에는 수익사업체로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한다는 구절만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 말하자면 시민행동의 틀은 유지하되 각 사업팀들이 자회사 같은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각 사업팀의 의사결정 구조에 시민행동 네트워크가 일정 정도 지분을 갖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재창립 과정을 진행하면서 시민행동의 회원과 상근자, 운영위원들이 각각 어떤 위치를 갖는지를 정확하게 직시해봤으면 한다. 상근자는 회원들에게 고용되어 그들의 뜻에 따라 실무를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운동을 하는 존재인지, 운영위원은 실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단체를 책임지는 존재인지 아니면 상근자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존재인지. 상근자의 위치가 결정이 되어야 회원의 위치가 결정된다.

3시간의 긴 회의를 몇 개의 단락으로 요약하니, TF팀의 깊은 고민들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네요. 좀 더 실감나게 TF 팀의 고민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TF에 함께해주시면 어떨까요? TF팀 회의는 늘 열려있거든요.

다음 회의는 1월 초에 진행될 예정이고요. 첫 회의에서 주로 사업팀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의되었다면, 두 번째 회의에서는 오픈캔 프로젝트답게, 시민행동의 사업이나 의사결정에서 새로운 생각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찾아보려 합니다. (예컨대, 회의 말미에 고은태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국제엠네스티의 경우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 회의에 엠네스티 외부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하는 안건이 제안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집행위원이 약 300~400명 정도인데, 그 중 50명을 비회원을 위해 할당하는 것이지요. 반드시 이 방안을 택하자는 건 아니지만, 좋은 힌트가 되는 방안인 것 같더라고요)

좌측 상단으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고은태 님, 이현진 님, 김영수 님.

이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김영수 변호사님과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정관 변경안을 만든 후에, 1월 말 정책협의회 직전에 한 차례 더 TF 회의를 갖고 최종안을 확정해서 정책협의회와 총회에 제안하려 합니다.

어쩌면, 막상 그렇게 해서 나온 안이 아주 새로운 안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안'이란 것은 이상만을 쫓을 수는 없으니까요. 더욱이 2월 초 총회까지 끝내야 한다는 시간 제약도 있으니까요. 만일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민행동 안팎의 더 많은 사람들과 재창립의 꿈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면서, 오픈캔 - 시민행동 오픈 프로젝트의 이상은 점차 여물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규약 TF의 논의에 계속 관심과 격려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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