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봄 워크숍] 전주발, 봄 오는 소리~
안녕하세요! 좋은기업만들기팀에서 일하는 유정(핑크)입니다.
사무처 식구들은 지난 4월 16일, 17일 1박2일로 전주 한옥마을로 봄 워크숍을 다녀왔어요.
따가운 봄볕은 여느해 보다 일찍 찾아와 세상은 이미 개화된 봄꽃로 지천이라는데 사무실서 꾸역꾸역 일만하려니 약간 심술이 나려던 차에 어느새 다가온 워크숍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예전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서 일하시다가 고향 전주서 지역운동하고 계시는 김병수 선생님께서 관장님으로 계시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 짐을 풀고, 선생님을 따라 '술 박물관'을 시작으로 한옥마을 곳곳을 소개받았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전주는 처음 방문이었고, 사실 저는 전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터라, 솔직히 별다른 기대도 없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사무처 식구들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전주한옥마을의 구석구석은 참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으로 김병수 선생님께서 안내해 주신 곳은 전주한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문사거리’.
동문사거리는 전통한옥마을과 구 도심을 연결하는 지역으로 김병수 선생님께서 지역운동하시는 지역이면서 몇 년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던 곳인데, 간판들과 건물들, 거리와 계단, 벽면... 심지어 전선에까지 생기를 불어넣으신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한번 감상해 보실까요?
참 아기자기하죠?
정신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들 듣다보니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보슬보슬 비도 내리기 시작할 무렵.
김병수 선생님께서 안내해 주신 한정식집 다문(茶門)이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전주의 유려한 음식들로 모처럼 호강했어요.
무엇보다 상한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유기그릇과 질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밥먹는 동안 수저와 젓가락이 유기그릇에 부딪칠때마다 나는 소리가 마치 풍경소리도 같고, 종소리 같기도 하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들이 정말 재밌더군요.
어때요? 훌륭한 만찬이였죠?
얼핏 보기엔 머슴들 일마치고 와 허겁허겁 먹는 것 같죠? 하지만 음식들과 식기들로 마음만은 조선시대 여느 양반님네 마님이 부럽지 않은 대접이였답니다.
황홀했던 저녁식사를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전동성당으로 밤마실을 갔어요. 한국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지에 지어진 성당으로, 영화 '약속'과 '편지'도 찍었던 곳이였다네요.
내부도 매우 아름답다는데, 밤에 찾아가 건물 외형만 보고 왔어요. 크고 웅장하진 않지만, 얼마나 공들이고 애써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인지 알 수 있었고, 김병수 선생님 말씀으로는 민주화운동이 한참일때는 중요한 시위를 준비하고, 시작되는... 마치 서울의 명동성당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였다는군요.
아름다운 봄밤, 가볍게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잠시 차분해 지기도 했었어요.
후발대 상근자들이 결합하면서 최근 한옥집을 멋드러지게 수리하신 김병수 선생님댁에서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최근까지 전주전통술박물관을 운영하셨던 김병수 선생님댁에는 역시나 손수 담그신 각종 전통주들이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향기좋은 전통주와 함께 시끌시끌 웃고 떠들면서 아쉬운 전주에서의 밤은 그렇게 지났어요.
전통한옥생활체험관에서 자고 일어나 서울을 올라가기 전, 전주한옥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는 조금 긴~ 산책을 나갔어요.
우선, 전날 김병수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오목대' 산책길을 올랐는데, 전주한옥마을이 한눈에 보이더군요. 소풍나온 아이들로 시끌시끌하고, 한옥마을 가운데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 준비로 음악소리와 선생님의 구령소리로 정겹더라구요.
오목대를 내려와 '전주 향교'를 찾았는데, 오랜 시간을 말해주는 손때묻은 건물들과 함께 아름드리 나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침 향교 앞마당에서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한복을 차려입고, 예절을 배우는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향교를 나와 한옥마을 옆으로 흐르는 전주천을 찾았어요.
전주천 수면 위로 아침 햇살은 부서지고, 천변 사이로 불어오는 풀냄새섞인 봄바람에 취해 잠시 누각에서 쉬면서 짧았던 전주한옥마을에서의 기억을 차분히 정리도 해봤어요.
흐느적 흐느적... 설렁 설렁...
정해진 일정없이 그저 발길 닿는대로 전주한옥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따뜻한 봄햇살 샤워도 원없이 하고...
나무와 흙으로 만든 한옥에서 그윽한 향도 맡아보고...
유기그릇에 담긴 정갈한 음식들로 대접도 받아보고...
그렇게 그렇게 더없이 평온해진 마음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워크숍때는 전주한옥마을의 정겹고 소박했던 봄을 만났지만, 나중에 가을이되면 다시 찾아보고 싶네요. 단풍 풍성한 가을의 전주한옥마을이 너무 궁금해졌거든요.
[ 이미지 제공 ] 김영홍(빛으로), 채연아(난나야), 주미진(애쉬)
* 전주한옥생활체험관 http://jjhanok.com/new/main/intro.php
* 전주전통술박물관 http://www.urisul.net
* 공공작업소 심심 http://www.simsi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