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 사무처장 오관영입니다. 올 가을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모금을 시작하면서 회원, 후원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을 올립니다.

지난 가을 사무실 이전을 결정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들은 말이 “시민행동 돈 없잖아. 이전 비용 어떻게 하려고 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근활동가들의 입도 많이 나왔습니다. ‘이사도 운동’이라고 하니 말은 안하지만 “월급도 밀려있으면서 무슨 이사냐?”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20여 년 동안 상근활동을 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급여가 나오지 않으면 생활이 어떻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 마련 걱정을 하시는 모든 분들은 그간 시민행동이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고 회원의 회비로 운영하는 어려움을 알고 적지 않은 후원을 해주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어느 분의 표현처럼 시민행동이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때 되면 후원을 요청했던 분들입니다. 시민행동에 대해 아는 만큼 걱정도 큰 것 같습니다.

시민행동의 살림의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럽다”고 하거나 “다른 시민단체들이 자기 건물 지었다고 시민행동도 그렇게 해야 되냐?”라고  하십니다. 시민단체들이 자기의 재산을 늘려가는 것에 대한 시민운동 안팎의 비판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우려가 있음에도 시민행동이 사무실 ‘이전과 신축’을 결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첫째, 시민운동이 어려울수록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시민운동은 2000년 총선연대 활동 등 시민운동이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99년 말에 창립한 시민행동도 시민운동이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때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시민행동은 2009년 10주년을 앞두고 재 창립의 마음으로 도시 공동체 운동의 모범지역이 성미산자락으로 우리와 다른 운동을 해온 ‘녹색교통’,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정의’ 등과 함께 이전을 결정했습니다. 지역과 소통하면서 교통, 환경, 여성 운동의 경계를 넘어 함께 새로운 시민운동의 기운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의입니다.

둘째, 사무실 이전은 시민운동의 공동의 자산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상근활동가들이 상근하는 사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굳이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신축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과정이 더  어렵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건물 ‘신축’을 택한 것은 시민들과 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하의 ‘소극장’과 ‘교육장’, 건물전체가 도서관으로 기능하고 시민운동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착한 커피 등을 판매하는 1층의 ‘평화카페’, 그리고 각층 마다 있는 단체의 회의실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은 각 단체의 공간이면서 시민운동 공동의 자산입니다.

각 단체의 사무 공간은 좁아지지만 시민행동을 비롯한 각 단체는 소극장과 교육장, 도서관, 카페, 그리고 4개의 회의실을 가지게 됩니다. 시민행동은 이런 공간을 이용하여 문화가 있는 시민운동,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민운동,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민운동에 도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활동가들의 운동이 지속가능했으면 하는 바랍니다. 얼마 전 시민행동의 상근활동을 그만두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로 자리를 옮긴 하승창 전 사무처장의 조촐한 환송행사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하승창 처장이 시민운동의 장을 안 떠나서 참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제가 사무처장이 되었을 때 “점점 운동하는 선배들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민운동을 그만두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시민운동을 상근활동가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운동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기 때문에 운동을 떠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운동을 계속할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운동을 그만두는 것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시민행동도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후배들이 상근활동을 그만두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민행동을 그만두는 상근활동가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이전은 시민행동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상근활동가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후배들이 시민행동의 앞으로 10년을 잘 가꾸어 나갈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을 상대하고 할 때는 당당하면서도 이렇게 후원행사를 할 때만 되면 작아지는 것이 상근활동가의 모습입니다. “마음으로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를 좋게 만드는 일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거절하는 사람이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후원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은 시민행동의 회원이거나 그 동안 시민행동을 후원해 오신 고마운 분이시거나, 시민행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번은 보신 분들일 것입니다. 시민행동의 누군가가 “시민공간 나루에 당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다.”고 후원을 요청할 때 외면하지 말고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상근활동가들이 전화를 하거나 찾아갔을 때 후원이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후원과 격려로 시민행동은 ‘나와 세상이 함께 행복해지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처음 마음 잃지 않고 활동하겠습니다.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오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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