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나비효과] 영상상영회 불발사태(ㅜㅜ)에 대한 해명, 그리고 감사의 인사말이 담긴 이번주 마이캔 내용입니다. 나비효과 시리즈 VOD도 보실 수 있습니다.
Tweet 지난 밤 홀로 까맣게 어두운 길을 걸어 타박타박 돌아오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밤하늘에 펼쳐진 흰구름이 그렇게 선명하고 상큼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맞아. 종일 비가 왔었지. 언제 다 그친거람? 그제사 내가 왜 필요하지도 않은 우산을 한 손에 접어들고 있는건지 알 수 있었지요. 하루종일...무서울 정도로 비가 많이도 내렸는데 말이죠.
두어달 동안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야심차게 준비했던 창립6주년 기념 후원의 밤이 훌쩍 지나고, 한 며칠 정리작업으로 분주하던 와중에 가진 일명 '쫑파티'. 우르르 빗속을 뚫고 나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웃고, 떠들고, 그렇게 아쉬움을 떨치려했던 준비팀 멤버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감춰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으로 올려다 본 그 예쁜 구름에 아마 다른 친구들도 저처럼 취하고 말았을 듯 합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아트레온에 오셨던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는대로, 2005년 시민행동 창립6주년 기념으로 내걸었던 야심작 [나비효과] 시리즈는 그날 끝내 무대에 오르질 못했습니다. 어제 한 친구가 홈페이지에 [나비효과]가 "다시보기"로 올려진 것을 보고 "개봉도 안했는데, 다시보기라니. 사건을 은폐하려는 기도가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전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그런 음흉한 기도는 없었습니다.(ㅜㅜ) 이 일을 어떻게 잘 정리해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고심하느라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뿐...
[나비효과] 영상은 준비기간 동안 노트북이냐 캠코더냐 VHS냐.. 몇차례 의논 끝에 노트북 상영으로 결정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준비한 멤버들은 마지막밤까지 편집을 마무리한 후 노트북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다시금 최종 영상을 갈무리해 담아갔지요. 그러느라고 현장에 도착해 세팅할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구요.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때까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헌데 현장에서 세팅이 모두 끝난 후, 시험상영을 하는 중에 갑자기 노트북의 음향이 죽어버렸습니다. 행사장 음향시설과 노트북을 연결하는 순간 벌어진 일이었어요. 음향기사님과 준비팀 모두 달라붙어 갖가지 방법을 써 보았지만 음향은 회복되지 않고, 데이터를 다른 컴퓨터로 옮기기는 것도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홀에는 이미 행사장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분들이 도착해계셨고, 도무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준비팀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져 갔습니다.
약속한 시각을 15분 넘긴 상태로 결국 준비팀은 행사의 "앙꼬"요 "노른자"인 영상을 모두 포기한 채 긴급수정된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순발력 좋은 조아신이 영상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 - 환영사, 지현 대표의 시 낭독 '나비의 꿈', 노동자김씨의 노래공연, 인사나누기 등 - 을 급히 재배치해 큐시트를 수정했고, 경험과 언변이 좋은 하승창 처장이 사회자로 전격 투입되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른 멤버들은 무대 한켠에서 별별 장비와 사람을 동원해 방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아니, 프로그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요.
>> [영상보기] 위 네가지 그림을 하나씩 클릭해보세요! (미디어 플레이어가 뜹니다.)
한편 이래저래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참석자 분들은 사회자의 상황설명과 함께 행사가 약식으로 진행되는 동안에도 끝까지 준비팀을 격려하며 자리를 뜨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마친 후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북적북적하던 홀에다가 아쉬운대로 틀어놓은 벙어리 영상에 많은 분들이 눈길을 떼지 않으시며 '재미나네' '아유.. 저걸 아쉬워서 어째.' 하는 등 때때로 위로의 말씀들을 전해주셨지요. 지난 두세달간 준비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온 작품인지를 아는 사무처 멤버들은 그 마음이 안타까워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다구요.
나름대로 바쁘고 피곤하고 다른 후원할 곳도 많은 분들을 붙들어놓고서는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프로그램을 나누지 못헀다는 것, 더구나 행사의 핵심이었던 영상상영이 어이없게도 음향 문제로 불발하고 말았다는 것. 그로 인해 지현스님이 직접 준비한 시낭송과 노동자김씨의 노래공연이 미처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무대에 올려지고, 그밖에 구석구석 마련되어있던 재미난 장치들이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무언가 독특하고 신선한' 시민행동식 창립기념행사를 기대하고 오신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드렸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를 총괄했던 저로서는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사무처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뿐더러, 정성껏 만든 영상을 포기해야 했던 준비팀 친구들은 그 충격 더욱 컸을 테지요.
우리들의 9월 9일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이후로는 지금까지 평가회의와 뒤풀이, 그리고 무수히 반복되는 수다를 통해 문제점도 짚어내고 다짐도 하는 와중이구요. 그런 다짐 중 한가지는 바로 '절대로 , 절대로 기계를 믿지 말자' 랍니다. 이런 종류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정확히 파악, 대처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머리로 말고 실제로.
이 엄청난 사건을 제외하자면 이번 후원의 밤에서도 놓칠수 없는 중요한 결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간의 행사들 중 가장 많은 방명록이 남겨졌고, (방명록 보기) 지난해 행사와 못지않게 많은 분들이 (약 200여명) 참석하셨으며,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셨다는 겁니다. (여덟시에 시작된 식사와 뒤풀이가 대략 마무리되던 밤 10시경까지도 행사장에는 오십여분이 남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지요.) 영상제작 또한 몇사람이 뚝딱 한 게 아니라, 전 과정을 통털어 연인원^^ 30-40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이 되었더랬습니다. 또한 아직 집계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약 200여분이 후원에 참여해 5,000여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현황 보기)
죄송하고, 한편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는게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여러분의 마음인 듯 합니다. "그럴수 있어", "다음에 더 잘하려는게지", "무얼 말하려고 한 건지, 안봐도 알것 같아", "더 많이 못도와줘서 미안해", "힘내". "힘내", "힘내"... 그런 마음들을 만날수 있어서 풍성하고 감동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자, 이제 행사는 행사고, 잘하겠다는 말 하는 시간도 다 끝났으니 구체적으로 실천할 일만 남은 거죠.
"스쳐가는 작은 날갯짓, 세상을 바꾸는 큰 바람으로..." 시민행동과 함께 만들어가는 "나비효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두어달 동안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야심차게 준비했던 창립6주년 기념 후원의 밤이 훌쩍 지나고, 한 며칠 정리작업으로 분주하던 와중에 가진 일명 '쫑파티'. 우르르 빗속을 뚫고 나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웃고, 떠들고, 그렇게 아쉬움을 떨치려했던 준비팀 멤버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감춰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으로 올려다 본 그 예쁜 구름에 아마 다른 친구들도 저처럼 취하고 말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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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영상은 준비기간 동안 노트북이냐 캠코더냐 VHS냐.. 몇차례 의논 끝에 노트북 상영으로 결정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준비한 멤버들은 마지막밤까지 편집을 마무리한 후 노트북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다시금 최종 영상을 갈무리해 담아갔지요. 그러느라고 현장에 도착해 세팅할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구요.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때까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헌데 현장에서 세팅이 모두 끝난 후, 시험상영을 하는 중에 갑자기 노트북의 음향이 죽어버렸습니다. 행사장 음향시설과 노트북을 연결하는 순간 벌어진 일이었어요. 음향기사님과 준비팀 모두 달라붙어 갖가지 방법을 써 보았지만 음향은 회복되지 않고, 데이터를 다른 컴퓨터로 옮기기는 것도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홀에는 이미 행사장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분들이 도착해계셨고, 도무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준비팀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져 갔습니다.
약속한 시각을 15분 넘긴 상태로 결국 준비팀은 행사의 "앙꼬"요 "노른자"인 영상을 모두 포기한 채 긴급수정된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순발력 좋은 조아신이 영상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 - 환영사, 지현 대표의 시 낭독 '나비의 꿈', 노동자김씨의 노래공연, 인사나누기 등 - 을 급히 재배치해 큐시트를 수정했고, 경험과 언변이 좋은 하승창 처장이 사회자로 전격 투입되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른 멤버들은 무대 한켠에서 별별 장비와 사람을 동원해 방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아니, 프로그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요.
>> [영상보기] 위 네가지 그림을 하나씩 클릭해보세요! (미디어 플레이어가 뜹니다.)
한편 이래저래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참석자 분들은 사회자의 상황설명과 함께 행사가 약식으로 진행되는 동안에도 끝까지 준비팀을 격려하며 자리를 뜨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마친 후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북적북적하던 홀에다가 아쉬운대로 틀어놓은 벙어리 영상에 많은 분들이 눈길을 떼지 않으시며 '재미나네' '아유.. 저걸 아쉬워서 어째.' 하는 등 때때로 위로의 말씀들을 전해주셨지요. 지난 두세달간 준비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온 작품인지를 아는 사무처 멤버들은 그 마음이 안타까워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다구요.
나름대로 바쁘고 피곤하고 다른 후원할 곳도 많은 분들을 붙들어놓고서는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프로그램을 나누지 못헀다는 것, 더구나 행사의 핵심이었던 영상상영이 어이없게도 음향 문제로 불발하고 말았다는 것. 그로 인해 지현스님이 직접 준비한 시낭송과 노동자김씨의 노래공연이 미처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무대에 올려지고, 그밖에 구석구석 마련되어있던 재미난 장치들이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무언가 독특하고 신선한' 시민행동식 창립기념행사를 기대하고 오신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드렸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를 총괄했던 저로서는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사무처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뿐더러, 정성껏 만든 영상을 포기해야 했던 준비팀 친구들은 그 충격 더욱 컸을 테지요.

이 엄청난 사건을 제외하자면 이번 후원의 밤에서도 놓칠수 없는 중요한 결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간의 행사들 중 가장 많은 방명록이 남겨졌고, (방명록 보기) 지난해 행사와 못지않게 많은 분들이 (약 200여명) 참석하셨으며,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셨다는 겁니다. (여덟시에 시작된 식사와 뒤풀이가 대략 마무리되던 밤 10시경까지도 행사장에는 오십여분이 남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지요.) 영상제작 또한 몇사람이 뚝딱 한 게 아니라, 전 과정을 통털어 연인원^^ 30-40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이 되었더랬습니다. 또한 아직 집계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약 200여분이 후원에 참여해 5,000여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현황 보기)
죄송하고, 한편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는게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여러분의 마음인 듯 합니다. "그럴수 있어", "다음에 더 잘하려는게지", "무얼 말하려고 한 건지, 안봐도 알것 같아", "더 많이 못도와줘서 미안해", "힘내". "힘내", "힘내"... 그런 마음들을 만날수 있어서 풍성하고 감동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자, 이제 행사는 행사고, 잘하겠다는 말 하는 시간도 다 끝났으니 구체적으로 실천할 일만 남은 거죠.
"스쳐가는 작은 날갯짓, 세상을 바꾸는 큰 바람으로..." 시민행동과 함께 만들어가는 "나비효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2005. 09. 14. 시민행동 창립6주년 기념 후원의밤 준비팀 장상미 드림
그동안 준비하느라 여러모로 고생들하신 시민행동준비위원님들 정말 고생들 많으셨어요.
특히 산그늘님..... 인터뷰하느라 여러모로 고생 많았는데....
안쓰러운 마음 가득하옵니다.
다행스럽게도 정신없는 지저분한 부분을 잘 편집해주신 것 너무 감사하오며,
나중에 날 잡아서 아주 맛있는 고기 한번 살께요.
추석들 잘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