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늬우스... 아무래도 늬우스라는 단어 떼야겠어요. 이렇게 늦게 늦게 업데이트를 하니 원...)
12월 19일 저녁, 서울시청역 근처에 번세바 (번역으로 세상바꾸기 카페: cafe.daum.net/worldngo) 회원 세명이 모였습니다. 지난번 늬우스에서 알려드린대로 번세바가 온라인 커뮤니티 비엔날레에 출전해 받은 상품 디지털 카메라를 꼭 필요로 하는 단체를 찾아 기증하기로 했었는데,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이 그 대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시청 근처냐고요? 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은 당연히 부천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하며 여러 곳에서 이주노동자 천막농성장이 꾸려지고 있는데,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식구들은 시청역 근처에 있는 성공회 성당 뜰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거든요.
들어가면서 우리끼리 그랬습니다. 괜히 사진찍고 기념하고 그러는 거 어수선하고 폐가 될 터이니 조용히 전달해드리고 나오자고.
매서운 바람을 뚫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을때 활동가분들과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어려운 상황 중인데도 어찌나 따뜻하게 맞아주고 챙겨주고 (과일이며...^^;;) 그러는지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뜯어보며 좋아라 하시던 얼굴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
그런데, 저희가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다른 무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름아닌 네팔공동체 친구들.


천막농성을 시작하면서 활동가나 이주노동자 친구들이나
모두들 농성비용을 각자 내고 참여를 하였는데,
일을 하느라 농성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농성비용이 없어서 못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해요.
그래서 한동안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벌여
투쟁기금을 마련해 가져온 것이었어요.
모두들 감동에 젖어서 한동안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이 기쁜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며 사진을 찍어달라지 모예요?
그래서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네팔공동체 대표와 여기 천막농성장을 대표하는 분이 기금을 주고 받습니다.
갑작스럽게 몇분 사이에 디지털 카메라에, 투쟁 기금까지 생겼다며
오늘 너무 기쁜 날이라 했습니다.
몇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뒤 우리는 천막을 나섰습니다.
문밖까지 배웅나오는 활동가분을 만류하며...
그저 몸 건강하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번세바 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음... 추운데 잘들 들어가셨나요?
어제 디카를 선물받은 성공회성당 농성장의 이란주 입니다.
늦게 들어온 우리 선전팀 일꾼들이 디카를 보고
무쟈게 좋아들 하더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전팀의 띠하씨가 전해 달래요.
........
고마워요.
열심히 투쟁할께요.
스탑 크랙다운 밴드도 응원해 주세요. 투재애앵~"
ps. 죽음의 행진을 막아라
[속보, 기타] 2003년 12월 17일 (수) 19:45
[한겨레] 오늘은 제4회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이다. 1990년 12월18일 유엔 총회는,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정하고, 이주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가 모두 이주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한 ‘모든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통과시켰다. 이주 노동자에게 무슨 권리가 있느냐고 생뚱맞은 소리를 해 대는 우리와는 달리, 많은 나라가 비준하여 이 협약은 올 7월에 발효되었다. 이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국제기준이 이제서야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은 더욱 경사스러운 날이다.
그리고 또 오늘은 고 자카리아가 죽음의 땅, 코리아를 떠나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국으로 가시는 날이다. 협심증을 앓던 자카리아는 단속 강제추방이 시작되자마자 해고당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느끼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에, 그의 서러운 넋은 떠나간다.
벌써 일곱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전철에 뛰어들어 생을 접은 스리랑카 노동자 다라카, 목매어 숨진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꾸, 고국으로 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러시아 노동자 안드레이, 목매어 숨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부르혼, 또 목매어 숨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카미, 길거리에서 동사한 재중국동포 김원섭, 심장병을 앓던 중 일자리를 잃고 심리적 불안과 압박감 때문에 사망한 자카리아. 모두 단속과 강제추방의 벼랑에서 떠밀려 돌아가신 이들이다. 죄가 있다면 단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소망을 가졌다는 것뿐인데, 우리는 매몰차게 그 소망을 짓밟고 죽음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나는 요즘 헛것이 보인다. 흰 두건을 뒤집어쓰고 횃불을 든 인종주의의 추종자들이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는 광경이. 제발 …. 이것이 헛것이길.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이미 인종차별의 두건을 쓰고 광풍 속으로 한 걸음씩 빠져들고 있다. 그간 미등록노동자들은 우리 한국사회를 향해, 합법적인 자격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해 왔다. 생산의 실제 주역인 이주 노동자들을 미등록이라는 사슬로 묶어두고 그 노동력만 착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폭력이다. 만약 그동안은 합법화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한다면, 제도를 만들면서 일부러 장기체류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또 무슨 짓인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4년 이상 체류 미등록 노동자들을 합법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한국어도 잘하고 숙련된 기술을 자랑하는 노동자들을 굳이 내쫓자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나날이 노동자들이 죽어나도 끝내 외면하는 데는 분명 미욱스런 이유가 있다. 이 나라 위정자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땅에서 정주하게 될 것’이 두려운 것이다. 바로 이주 노동자,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이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체류하고, 정주하고, 그것에 더해 한국인과 섞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종주의, 민족주의 때문에 4년 이상 노동자들을 합법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력은 필요하니 써먹지만 합법화 기회는 주지 않고, 공장에 가둬 일 시키겠다는 그런 무참한 계획을 꾸미는 것이다. 참으로 무섭다.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처럼 동그란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 사이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함을 인정하고 국제협약에 비준하여 국제간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라. 이제 그만, 죽음의 행진을 막아야 한다.
이란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정책국장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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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우리끼리 그랬습니다. 괜히 사진찍고 기념하고 그러는 거 어수선하고 폐가 될 터이니 조용히 전달해드리고 나오자고.
매서운 바람을 뚫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을때 활동가분들과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어려운 상황 중인데도 어찌나 따뜻하게 맞아주고 챙겨주고 (과일이며...^^;;) 그러는지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뜯어보며 좋아라 하시던 얼굴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
그런데, 저희가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다른 무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름아닌 네팔공동체 친구들.


천막농성을 시작하면서 활동가나 이주노동자 친구들이나
모두들 농성비용을 각자 내고 참여를 하였는데,
일을 하느라 농성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농성비용이 없어서 못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해요.
그래서 한동안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벌여
투쟁기금을 마련해 가져온 것이었어요.
모두들 감동에 젖어서 한동안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이 기쁜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며 사진을 찍어달라지 모예요?
그래서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네팔공동체 대표와 여기 천막농성장을 대표하는 분이 기금을 주고 받습니다.
갑작스럽게 몇분 사이에 디지털 카메라에, 투쟁 기금까지 생겼다며
오늘 너무 기쁜 날이라 했습니다.
몇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뒤 우리는 천막을 나섰습니다.
문밖까지 배웅나오는 활동가분을 만류하며...
그저 몸 건강하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번세바 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음... 추운데 잘들 들어가셨나요?
어제 디카를 선물받은 성공회성당 농성장의 이란주 입니다.
늦게 들어온 우리 선전팀 일꾼들이 디카를 보고
무쟈게 좋아들 하더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전팀의 띠하씨가 전해 달래요.
........
고마워요.
열심히 투쟁할께요.
스탑 크랙다운 밴드도 응원해 주세요. 투재애앵~"
ps. 죽음의 행진을 막아라
[속보, 기타] 2003년 12월 17일 (수) 19:45
[한겨레] 오늘은 제4회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이다. 1990년 12월18일 유엔 총회는,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정하고, 이주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가 모두 이주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한 ‘모든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통과시켰다. 이주 노동자에게 무슨 권리가 있느냐고 생뚱맞은 소리를 해 대는 우리와는 달리, 많은 나라가 비준하여 이 협약은 올 7월에 발효되었다. 이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국제기준이 이제서야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은 더욱 경사스러운 날이다.
그리고 또 오늘은 고 자카리아가 죽음의 땅, 코리아를 떠나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국으로 가시는 날이다. 협심증을 앓던 자카리아는 단속 강제추방이 시작되자마자 해고당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느끼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에, 그의 서러운 넋은 떠나간다.
벌써 일곱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전철에 뛰어들어 생을 접은 스리랑카 노동자 다라카, 목매어 숨진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꾸, 고국으로 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러시아 노동자 안드레이, 목매어 숨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부르혼, 또 목매어 숨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카미, 길거리에서 동사한 재중국동포 김원섭, 심장병을 앓던 중 일자리를 잃고 심리적 불안과 압박감 때문에 사망한 자카리아. 모두 단속과 강제추방의 벼랑에서 떠밀려 돌아가신 이들이다. 죄가 있다면 단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소망을 가졌다는 것뿐인데, 우리는 매몰차게 그 소망을 짓밟고 죽음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나는 요즘 헛것이 보인다. 흰 두건을 뒤집어쓰고 횃불을 든 인종주의의 추종자들이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는 광경이. 제발 …. 이것이 헛것이길.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이미 인종차별의 두건을 쓰고 광풍 속으로 한 걸음씩 빠져들고 있다. 그간 미등록노동자들은 우리 한국사회를 향해, 합법적인 자격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해 왔다. 생산의 실제 주역인 이주 노동자들을 미등록이라는 사슬로 묶어두고 그 노동력만 착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폭력이다. 만약 그동안은 합법화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한다면, 제도를 만들면서 일부러 장기체류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또 무슨 짓인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4년 이상 체류 미등록 노동자들을 합법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한국어도 잘하고 숙련된 기술을 자랑하는 노동자들을 굳이 내쫓자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나날이 노동자들이 죽어나도 끝내 외면하는 데는 분명 미욱스런 이유가 있다. 이 나라 위정자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땅에서 정주하게 될 것’이 두려운 것이다. 바로 이주 노동자,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이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체류하고, 정주하고, 그것에 더해 한국인과 섞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종주의, 민족주의 때문에 4년 이상 노동자들을 합법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력은 필요하니 써먹지만 합법화 기회는 주지 않고, 공장에 가둬 일 시키겠다는 그런 무참한 계획을 꾸미는 것이다. 참으로 무섭다.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처럼 동그란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 사이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함을 인정하고 국제협약에 비준하여 국제간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라. 이제 그만, 죽음의 행진을 막아야 한다.
이란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정책국장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