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울산지검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업체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검찰의 이번 결정이 우리사회 만연한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한 결정이라고 보고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SBS)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준 검찰 결정에 항의한다.
지난 3일 울산지검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업체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밝힌 무혐의 결정 근거는 ‘사내하청 업체가 소속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 및 감독, 작업 배치 결정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어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간에 직접적인 사용종속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합법적 도급에 해당하지, 파견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검찰은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노동부가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판단했던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르네상스 서울호텔 등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검찰의 일련의 이와 같은 결정이 우리사회 만연한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번 결정이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청의 KTX 여승무원에 대한 적법 도급 판정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우리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보다 더 확산시키고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대자동차 사례와 같이 사내하청은 정규직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소속된 회사의 차이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즉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간에 업무수행이 동일함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 차별적 대우, 그리고 노동3권 행사에 있어 제약 등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부당한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실질적으로 노무를 수령하는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우리사회는 계속적으로 후퇴만 할 뿐, 개선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서도 검찰은 지휘․감독권의 행사 주체를 사내하청 업체로 판단하여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외형적이고 형식적 측면에서의 판단일 뿐, 내부적이고 실질적 측면은 간과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일련의 작업공정이 표준화되어 진행되기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지시 보다는 표준화된 작업 지시서를 바탕으로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혼재하여 수행하고 있다. 즉 업무수행과 관련한 일련의 작업은 현대자동차가 작성한 작업 지시서와 사내협력업체 관리 지침 등에 의해 표준화되어 수행․관리되고 있어 현대자동차가 포괄적 의미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사내하청 업체가 경영상의 독립성이 있다고 하나, 과연 소규모의 사내하청 업체들이 독자적인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사업상의 기술과 노하우 등을 축적하여,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하에 얼마나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파견법 제정 이후, 우리사회 간접고용이 만연하고 있다. 현행 노동법체계가 전제하는 직접고용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지시 및 감독이 아닌 업무수행시 표준화된 지침에 의해 포괄적인 지휘․감독권이 행사되고 있고, 그 주체는 사용사업주인 원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조가 항고를 결정한 만큼, 상급 검찰청은 형식적 계약관계가 아닌 내부적이고 실질적인 근로실태를 중심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또한 현대자동차도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만큼, 계속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는 책임 있는 고용주로서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끝.
함께하는시민행동
좋은기업만들기위원장 이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