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민행동 공동 심포지엄
87년체제의 극복을 위하여
- 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



“87년체제,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벗어나는 데는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민주화를 발전·심화시키는 데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싯점”

“정치권의 ‘권력구조’ 논의는 남성 국민의 관심사일 뿐,
 시민사회의 참여, 그리고 ‘다른 목소리들’을 반영하는 것이
 헌법 논의의 원칙이 되어야“



‘창비’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엄 <87년체제의 극복을 위하여 - 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이 7월 15일(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가지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들을 ‘87년체제’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다. 특히 87년체제를 핵심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87년 헌법 자체를 본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우선 제1부 ‘헌법 논의의 지평을 확대하자’에서는 세 명의 학자가 우리 헌법의 다양한 문제점을 각각 시민권, 성평등, 정치구조 차원에서 분석한다. 홍윤기(동국대 교수·철학)는 ‘국민헌법에서 시민헌법으로’라는 발표문을 통해 87년 헌법의 두 가지 폐쇄성, 즉 엘리뜨주의적 폐쇄성과 국민국가적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가가 ‘국민’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복리와 자유에 대해 기여할 책무를 가져야 하며, 따라서 국적 개념을 넘어서는 ‘지구시민권’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의 무능과 시장의 실패를 ‘시민심의’(市民審議, civic deliberation)를 통해 극복해야 하며, 이를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시민의 재판참여권, 자치단체들로 구성되는 국가심의기구나 경제주체협의회 같은 준상원 기구의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은 “헌법변경을 가능하게 하였던 시민사회가 헌법개정(제정)과정에서는 항상 배제되어, 구체제 타파에는 기여하였으나 신체제 건설에서는 참여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한국헌정사의 특징으로 들고 있다. 87년 헌법 역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3대 협약세력이 안정적 민주헌법 체제의 구축보다는 당면과제였던 장기집권 방지를 목표로 맺은 그들만의 협약이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불일치하면서 반복적으로 분할정부가 등장하고, 신행정수도 위헌판결에서 보듯이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 중임제 개헌, 그리고 헌재와 인권위 등이 포괄되는 감독부(府) 신설을 통한 4권분립 체제의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반면 정희진(서강대 강사·여성학)은 높은 이혼율과 사상 최저의 출산율, 증가하는 국제결혼과 UN에 의해 이민국가로 지정될 정도의 외국인 취업 등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근본적 변화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족’에 기초한 사회 운영과 혈통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 개념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그 구성에서부터 개별 조항까지 남성 국민의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는 39조에 따르면, 여성과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거나 비장애인 남성에 의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거나 둘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에 대해 이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다양하지만, ‘권력구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의 개헌론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홍윤기와 박명림이 87년 헌법을 비판하는 지점은 바로 ‘국민을 배제한 정치권만의 협약’이었다는 점이며, 정희진은 아예 정치권의 ‘권력구조’ 논의는 남성국민의 관심사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들은 공히 시민사회의 참여, 그리고 ‘다른 목소리들’을 반영하는 것이 헌법 논의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제2부 <87년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는 정치질서, 경제질서, 남북 및 국제질서라는 관점에서 87년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우선 이일영(한신대 교수·경제학)은 87년 경제체제를 글로벌화·지역화 현상에 따라 전통적인 ‘추격·추월 전략’은 해체되었지만 과거체제에서 형성된 폐쇄적·경직적 요소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과도적이고 불안정한 체제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농민 등 민중부문이 모두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보다는 과거의 이익보장 방식에 집착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고숙련 노동에 의한 생산과 개방화·네트워크화된 경제씨스템으로의 진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김종엽(한신대 교수·사회학)은 87년체제를 “자본이 우위에 있는 가운데 노동과 지루한 진지전을 전개하는 체제, 신자유주의로의 경향이 지배적이나 대안적 경제의 가능성이 잠복해 있어 어느 것도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하는 긴 교착의 체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체제는 박정희체제로부터의 과도한 탈피를 시도하다가 민주주의의 심화를 저해하고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결과적으로는 과소 탈피한 체제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안으로 국가의 민족적 성격의 회복, 재벌과 전체 사회의 새로운 협약, 우리 국민의 평등주의적 에토스를 공정과 연대라는 가치에 접목하기 위한 문화적 실천 등을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상철(한신대 교수·정치사회학)은 87년체제의 정치적 측면을 분석하면서, ‘타협에 의한 민주적 이행’이 실현된 결과 구체제의 제도적·인적 유제(遺制)가 강력하게 존속하는 데 반해, 대안적 신체제의 전망이 불투명한 체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정치사회의 성장 없이 시민사회만이 성장하면서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구조적 측면의 원인을 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의 지배연합을 구성하는 민주화세력이 정치체제의 구축에는 유능한 데 반해 경제체제를 조형하는 데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 지배연합은 정보화를 매개로 한 상징적·문화적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유동성이 높으며, 또한 체제를 뒷받침할 재생산구조도 취약한데 특히 20대 중심의 젊은세대에서 지지세력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윤상철은 87년 정치연합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연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부와 2부의 발표자들은 모두 “87년체제가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벗어나는데는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민주화를 발전·심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싯점까지 왔다”는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에는 최장집(고려대 교수·정치학), 심상정(국회의원·민주노동당), 하승창(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김명환(서울대 교수·영문학)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대표적 이론가들과 활동가들이 토론자로 나서 발표자들과 고민을 나누게 된다.


붙임 1. 심포지엄 진행 순서
2. 발제문 내용 요약

※ 붙임의 내용은 첨부파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0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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