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 법안 의견 표명에 공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 2개 입법안에 대해 노동인권을 보호할 수 없고 비정규직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현재에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 법안으로는 우리사회의 과반수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에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사유제한과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 규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인권위의 의견에 공감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제안된 정부 법안이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차별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크다. 현재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할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심각한 차별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 시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정규직이 합리적인 사유에 의해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며, 차별금지의 대원칙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하여야 한다. 현재 법안처럼 사용사유 제한없이 사용기간 제한만으로는 업종과 직종에 상관없이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며, 사용기간 도래 전에 해고를 할 개연성이 매우 커 비정규직의 남용과 고용 불안만을 확대할 뿐이다. 그리고 차별 시정에 있어서는 이미 남녀고용평등법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에 차별받지 않도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했듯이,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기간의 정함이 있고 없고를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받지 않도록 명문화하여 차별의 뿌리를 원칙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파견법에 있어서도 불법파견 문제 등이 확대․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더욱 남용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차단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며,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나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법 제정도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권위의 이러한 의견 표명에 대해 여당과 재계는 반발하고 급기야 노동부장관은 비전문가의 월권행위라며 원색적으로 비난까지 하였다. 노동부가 인권위보다 노동정책 전반에 있어서 전문적일 수는 있으나, 노동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노동시장 정책적 접근도 중요하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로의 접근 역시 반드시 필요하며 법제정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최근 전경련과 산자부가 나서 민관공동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협의체를 조직한다고 발표하였다. 노동인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을 판단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준이다. 재계와 정부가 비정규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의견을 비난하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그저 선언에만 그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에 정부와 재계는 비난을 중단하고 국가인권위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오랜 갈등 끝에 대화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노사정이 함께 모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합의 없는 입법강행을 버리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시각에 비춰 제시한 인권위의 의견을 토대로 노사정이 성실한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끝.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좋은기업만들기 시민행동 위원장 이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