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법, 시행하기도 전에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 지자체들이 행자부 권고안조차 무시한 채 높은 주민투표 청구인수를 요구하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어
- 유권자 700만 이상의 서울·경기에선 무려 40만, 유권자 75만의 울산에서도 5만이상 서명해야 청구 가능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6월 1일 현재 광역자치단체의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을 조사한 결과 행정자치부 표준조례안에서 권고한 대로 청구인 수를 투표권자의 1/20로 정한 곳은 4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1/15부터 1/17까지 가급적 청구인 수를 높게 책정하여 투표청구를 어렵게 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30일부터 발효되는 주민투표법은 청구인 수 규정을 1/20부터 1/5까지 범위 내에서 각 자치단체 조례로 제정토록 하고 있는데, 상한선에 가깝게 조례를 제정할 경우 투표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행자부는 4월 14일 '주민투표조례 표준안'을 제시하면서 1/20 비율을 준수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은 최근 주민투표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극소수 대도시(서울, 경기, 부산 등)를 제외하고는 행자부 권고안을 무시한 채 광역은 1/17부터 1/15까지, 기초는 1/10 내외의 높은 청구인 수를 요구하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 6월 1일 현재 입법예고가 이뤄진 13곳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 부산, 경기, 제주의 4곳만이 1/20이며, 대구시 등 3곳이 1/17, 대전시 등 4곳이 1/16, 울산시와 광주시는 1/15로 입법하려 하고 있다.
이대로 조례가 제정될 경우 행자부 권고안대로 따른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에도 각각 39만, 37만 여 명이 모여야 청구가 가능하고, 1/15 규정을 채택한 울산시와 광주시의 경우 각각 5만, 6만 6,000여 명의 청구인이 필요하게 된다. 울산시와 광주시의 선거권자는 각각 75만과 98만여 명이다. 유권자 100만이 안 되는 도시에서 5만, 7만 정도의 서명자를 확보해야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 급식조례 제정청구 운동의 예를 보면, 청구에 필요한 14만의 서명을 받기 위해 반년여 기간 동안 서명운동이 진행되었으며, 그나마 일부서명자의 신상정보에 오류가 있다는 사유로 반려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청구가 이뤄졌다. 이러한 실례는 서울시에서 유효 서명자 40여만 명 확보는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기초단체의 조례안은 예외없이 1/10 내외의 비율을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 10명 중 1명 이상, 심한 곳은 거의 5명 중 1명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 청구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높은 비율을 채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실례로 선거권자 28,000여 명의 단양군에서는 1/6인 5,000여 명, 선거권자 23,000여 명의 증평군에서는 1/6인 4,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평소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지나치게 무비판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온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일치단결하여 행자부의 권고안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모습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암묵적 양해 내지 담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3대 주민참여제도 중 첫 번째로 도입이 실현된 주민투표제도가 시행해 보기도 전에 사장(死藏)될 우려가 매우 크다.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허울뿐인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와 의회 등의 각성과 자세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
시민행동은 앞으로도 각 지역의 주민투표조례 제정과정을 계속 조사·분석하여 여론의 주의를 환기하는 한편 지역 시민단체와 긴밀히 연계하여 비현실적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초 자치단체까지 포함한 전국 조례안 중 청구인수 규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6∼7월중 2회(6월말, 7월말 예정)에 걸쳐 발표할 계획이다.
<첨 부> 광역자치단체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 중 청구인수 규정 분석표. 끝.
2004년 6월 2일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첨 부> 광역자치단체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 중 청구인수 규정 분석표
지역 / 규정 / 필요청구인수 / 청구인수산정근거(17대총선 선거권자÷비율=청구인수)
---------------------------------------------------------------------
서울 / 20분의1 / 39만 / 7,750,350 ÷ 20 = 387,518
부산 / 20분의1 / 14만 / 2,796,078 ÷ 20 = 139,804
대구 / 17분의1 / 11만 / 1,852,487 ÷ 17 = 108,970
인천 / 17분의1 / 11만 / 1,847,046 ÷ 17 = 108,650
광주 / 15분의1 / 6만6천 / 982,809 ÷ 15 = 65,521
대전 / 16분의1 / 6만5천 / 1,026,281 ÷ 16 = 64,143
울산 / 15분의1 / 5만 / 751,334 ÷ 15 = 50,089
경기 / 20분의1 / 37만 / 7,316,051 ÷ 20 = 365,803
강원 / 미확정 / 1,134,555 ÷ ?
충북 / 16분의1 / 7만 / 1,089,850 ÷ 16 = 68,116
충남 / 16분의1 / 9만 / 1,417,751 ÷ 16 = 88,610
전북 / 16분의1 / 9만 / 1,418,872 ÷ 16 = 88,680
전남 / 17분의1 / 9만 / 1,501,645 ÷ 17 = 88,332
경북 / 미확정 / 2,033,803 ÷ ?
경남 / 미확정 / 2,282,451 ÷ ?
제주 / 20분의1 / 2만 / 395,134 ÷ 20 = 19,757
Tweet - 지자체들이 행자부 권고안조차 무시한 채 높은 주민투표 청구인수를 요구하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어
- 유권자 700만 이상의 서울·경기에선 무려 40만, 유권자 75만의 울산에서도 5만이상 서명해야 청구 가능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6월 1일 현재 광역자치단체의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을 조사한 결과 행정자치부 표준조례안에서 권고한 대로 청구인 수를 투표권자의 1/20로 정한 곳은 4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1/15부터 1/17까지 가급적 청구인 수를 높게 책정하여 투표청구를 어렵게 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30일부터 발효되는 주민투표법은 청구인 수 규정을 1/20부터 1/5까지 범위 내에서 각 자치단체 조례로 제정토록 하고 있는데, 상한선에 가깝게 조례를 제정할 경우 투표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행자부는 4월 14일 '주민투표조례 표준안'을 제시하면서 1/20 비율을 준수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은 최근 주민투표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극소수 대도시(서울, 경기, 부산 등)를 제외하고는 행자부 권고안을 무시한 채 광역은 1/17부터 1/15까지, 기초는 1/10 내외의 높은 청구인 수를 요구하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 6월 1일 현재 입법예고가 이뤄진 13곳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 부산, 경기, 제주의 4곳만이 1/20이며, 대구시 등 3곳이 1/17, 대전시 등 4곳이 1/16, 울산시와 광주시는 1/15로 입법하려 하고 있다.
이대로 조례가 제정될 경우 행자부 권고안대로 따른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에도 각각 39만, 37만 여 명이 모여야 청구가 가능하고, 1/15 규정을 채택한 울산시와 광주시의 경우 각각 5만, 6만 6,000여 명의 청구인이 필요하게 된다. 울산시와 광주시의 선거권자는 각각 75만과 98만여 명이다. 유권자 100만이 안 되는 도시에서 5만, 7만 정도의 서명자를 확보해야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 급식조례 제정청구 운동의 예를 보면, 청구에 필요한 14만의 서명을 받기 위해 반년여 기간 동안 서명운동이 진행되었으며, 그나마 일부서명자의 신상정보에 오류가 있다는 사유로 반려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청구가 이뤄졌다. 이러한 실례는 서울시에서 유효 서명자 40여만 명 확보는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기초단체의 조례안은 예외없이 1/10 내외의 비율을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 10명 중 1명 이상, 심한 곳은 거의 5명 중 1명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 청구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높은 비율을 채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실례로 선거권자 28,000여 명의 단양군에서는 1/6인 5,000여 명, 선거권자 23,000여 명의 증평군에서는 1/6인 4,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평소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지나치게 무비판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온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일치단결하여 행자부의 권고안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모습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암묵적 양해 내지 담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3대 주민참여제도 중 첫 번째로 도입이 실현된 주민투표제도가 시행해 보기도 전에 사장(死藏)될 우려가 매우 크다.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허울뿐인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와 의회 등의 각성과 자세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
시민행동은 앞으로도 각 지역의 주민투표조례 제정과정을 계속 조사·분석하여 여론의 주의를 환기하는 한편 지역 시민단체와 긴밀히 연계하여 비현실적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초 자치단체까지 포함한 전국 조례안 중 청구인수 규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6∼7월중 2회(6월말, 7월말 예정)에 걸쳐 발표할 계획이다.
<첨 부> 광역자치단체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 중 청구인수 규정 분석표. 끝.
2004년 6월 2일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지현 윤영진
<첨 부> 광역자치단체 주민투표조례 입법예고안 중 청구인수 규정 분석표
지역 / 규정 / 필요청구인수 / 청구인수산정근거(17대총선 선거권자÷비율=청구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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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20분의1 / 39만 / 7,750,350 ÷ 20 = 387,518
부산 / 20분의1 / 14만 / 2,796,078 ÷ 20 = 139,804
대구 / 17분의1 / 11만 / 1,852,487 ÷ 17 = 108,970
인천 / 17분의1 / 11만 / 1,847,046 ÷ 17 = 108,650
광주 / 15분의1 / 6만6천 / 982,809 ÷ 15 = 65,521
대전 / 16분의1 / 6만5천 / 1,026,281 ÷ 16 = 64,143
울산 / 15분의1 / 5만 / 751,334 ÷ 15 = 50,089
경기 / 20분의1 / 37만 / 7,316,051 ÷ 20 = 365,803
강원 / 미확정 / 1,134,555 ÷ ?
충북 / 16분의1 / 7만 / 1,089,850 ÷ 16 = 68,116
충남 / 16분의1 / 9만 / 1,417,751 ÷ 16 = 88,610
전북 / 16분의1 / 9만 / 1,418,872 ÷ 16 = 88,680
전남 / 17분의1 / 9만 / 1,501,645 ÷ 17 = 88,332
경북 / 미확정 / 2,033,803 ÷ ?
경남 / 미확정 / 2,282,451 ÷ ?
제주 / 20분의1 / 2만 / 395,134 ÷ 20 = 19,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