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선거 제2탄> 정치표현의 자유 vs 불법 행위 단속
개정 선거법 인터넷 입막기…네티즌 반발 거세



대학생 권모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경찰의 수사를 받은 게시물 중 일부. ⓒ라이브이즈닷컴


인터넷 정치 풍자 사진을 올린 네티즌이 입건됐다. 정당 게시판에 특정 정당에 유리한 기사를 올리는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관위가 삭제를 권고한다. 인터넷 언론들은 별도의 심의 규정에 따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라는 곳으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 17대 총선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 사건들만 보자면 인터넷 수난시대가 따로 없다. 선거법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각종 제재들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3일 대학생 권모(21)씨가 정치인을 풍자한 게시물을 인터넷 상에 올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강남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권씨는 인터넷 유머 사이트와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 등에 탄핵안 가결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 조순형 민주당 대표 등이 모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퍼뜨리고, ‘병렬 연결의 특징’, ‘그들만의 화이트데이’ 등의 합성 그림을 통해 두 사람을 희화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권씨의 컴퓨터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권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선거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며 “경찰이 '배후세력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는 황당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정당 관련 기사는 퍼와도 불법?

이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의 게시물을 인터넷 상에 똑같이 올리거나 기소된 아마추어 작가의 무죄를 주장하는 카페(하얀쪽배 무죄운동, cafe.daum.net/hayanzzockbae)를 만들기도 했다. 1900 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 카페 운영자는 “이번 경찰의 비열한 연행과 과잉수사는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정치참여와 전자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라며 “전체 네티즌을 겨냥한 경찰의 본보기식 수사가 계속된다면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측은 성명을 내고 “불법 선거를 단속하려는 선관위와 사법 당국의 의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권리를 훼손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라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납득할 수 있는 단속 방침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친일진상규명법에 서명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명단과 사진을 플래시로 만들어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시사정치놀이터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특별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라이브이즈닷컴 측은 이 사이트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거나 수사를 받은 작품들을 올려놓고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퍼오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생겼다. 대전선관위는 지난달 22일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 자유게시판의 글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삭제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글은 '심야토론 노회찬 어록 화제'라는 제목의 미디어다음 기사를 복사한 것이었다. 선관위 측은 “특정정당에 유리한 내용의 보도기사를 복사해서 퍼 나르는 행위는 선거법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 및 게시 금지)와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 민병기 정책국장은 “우리 당 이야기를 우리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선관위의 지적은 기준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측은 개인 신상에 대한 음해가 아닌 이상 게시물을 절대 삭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17대 총선부터 인터넷언론에 대해 선거보도에 대한 심의제도가 도입된 것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소속 인터넷 언론사들은 지난달 31일 개정 선거법에 따른 실명인증제와 함께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제도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개정 선거법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은 기존 언론에 허용되고 있는 후보자간 대담이나 토론, 의견 광고 게재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인터넷 언론을 언론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반면 각종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은 “인터넷언론사는 선거보도를 함에 있어 그 내용과 구성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인터넷언론사는 선거보도의 편집 및 기사배열 등에 있어 정당·후보자간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항을 두어 언론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 편집권까지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선거기사내용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판명되거나 심의위원회가 정정보도를 명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정정보도 하여야 한다”, “심의위원회가 정당 또는 후보자의 반론보도청구에 대하여 인용결정을 하고 반론보도문의 게재를 통지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심의위원회가 결정·통지한 방법대로 반론보도문을 게재하여야 한다” 등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따르라는 일방적인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 언론, 법적 지위는 없고 책임만

이에 대해 인터넷신문협회는 성명을 통해 “인터넷언론의 존재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규제와 의무의 부과는 부당하다”라며 “관련 규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 선거법과 인터넷의 불협화음은 지난 2월 인터넷 실명제 실시 여부가 불거지며 시작됐다.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인터넷 실명인증제를 도입키로 하자 시민단체, 인터넷 언론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관련부처와 전문가들도 제도 시행에 따른 관련 법령 개정, 개인정보 침해, 보안상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인터넷망과 연결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억원 이상의 예산과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예산도 없고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신문협회와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사생활 보호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실 선거 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선거법은 이전부터 있었다. 일반인들이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대부분 선거운동원이나 정당인에게만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일반인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보통 사람들까지 선거법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비방, 흑색선전을 막으려고 만들어진 제도를 선관위나 경찰이 온라인에 그대로 적용하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진 변호사는 “선거법에 나와 있는 당선, 또는 낙선 시키기 위한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모호하다”며 “여기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법 집행이 결합해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에 기초한 공익 목적인 내용은 처벌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경찰이 풍자 표현까지 일률적으로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로 단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제한 논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적법한 법 집행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인 것은 분명하지만 필요하다면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허위 사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도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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