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4월 20일 오후 2:00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인터넷과 4·15 총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정치학자와 법률가, 인터넷 언론인과 네티즌, 선관위 담당자가 함께 모여, 인터넷이 총선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선거 참여의 확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선관위에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의 고발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이진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를 심의하기 위한 자문위원회 구성'(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 '사법처리 전 자문위원회의 사전 심의 의무화'(김태일 라이브이즈닷컴 대표) 등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개진되고 공감을 이루었습니다.
박동진(한백연구재단 연구실장, 정치학 박사) : 4·15 총선은 정치적으로 대선같은 총선이었다. 이번만큼 거대 담론에 의해 후보자의 개별적 특성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주의의 보수화 현상이 종결될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16대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 후보자들의 웹사이트 개설 비율은 현격하게 증가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급조되기는 했어도 나름의 전략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유권자의 참여를 유발시키기 위한 노력은 매우 빈약했다. 예컨대 토론방의 경우 의제 설정이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후보자들이 의제 설정을 하는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빈도 역시 매우 낮은 편이었다. 접전지역들조차도 기대 이하의 트래픽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후보자의 웹사이트가 트래픽이 높음에도 당선되지 않는 후보들이 많았다. (추미애 후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당 사이트의 경우도 한나라당 사이트가 열린우리당 사이트보다 이용빈도가 높았으며, 정치인의 경우도 유시민 후보를 제외하면, 박근혜 대표의 사이트나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사이트가 정동영 의장 사이트보다 이용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이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반면, 전자적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탄핵심판론, 민주주의 위기론, 투표부대 등의 온라인 담론이 노풍, 거여견제론 등 오프라인 신문 중심의 담론을 압도했다. 조·중·동의 웹사이트는 접속률 면에서는 월등했지만, 영향력은 약했다. 반면, 서프라이즈나 노사모 등 지지자 사이트의 경우, 정당 사이트들에 비해 월등한 트래픽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열린우리당의 인터넷 선거는 서프라이즈, 노사모 등 지지자 사이트에 의존한 대신, 당이나 개별 후보 차원의 준비는 매우 형식적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외곽 지원세력은 미약했으나, 당과 후보 차원에서는 열린우리당을 따라잡은 셈이다. 그러나, 정당 사이트의 경우도 사이트 내 커뮤니티 개설 숫자나 활용 면에서 볼 때는 열린우리당이 앞선 편이다.
한편, 선거법 개정에 의해 이미지 정치의 경향이 더욱 증가했으며, 선거전문가 정당으로의 경향도 강화되었다. 선거법 상의 제약으로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는 것이 축소되었다. 현행 선거법은 대중정당으로의 발전 경로를,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선거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선거에 미칠 수 있는 행위'라는 선거운동 규정 역시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돈선거와 흑색선전을 차단하는 조항들 이외의 규제 조항들은 과감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작동되지 못했거나 현실성이 없는 인터넷실명제 조항이나 인터넷 언론사 규정 조항도 재고되어야 한다. 만일 인터넷 언론사를 규제한다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블로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진우(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 입후보자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주로 불법선전물 배포, 금품제공 등 과열·혼탁선거의 전형적 사례들과 관련된 반면, 일반유권자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는 주로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을 문제삼고 있다. 주로 문제가되는 법조항은 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제250조), 후보자비방죄(제251조), 부정선거운동죄(제255조), 각종제한규정위반죄(제256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비방목적명예훼손죄(제61조) 등이다. 할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아주 세세하게 규제하면서, 불법선거운동 관련 조항은 아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일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 부정선거와 관련하여 선관위가 게시물 삭제요청을 한 것이 6,806건, 고발 8건, 수사의뢰 41건, 경고 81건, 주의 105건, 이첩 5건 등 총 7,046건에 달한다. 경찰 쪽은 더 문제다.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것은 41건에 불과한데, 경찰이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거의 10,000건에 달해서, 신공안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선관위와 경찰 사이, 선관위 내부와 경찰 내부에서도 일관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패러디 사건 관련해서는 라이브이즈닷컴 운영자 외 2명이 기소된 상태이며, 하얀쪽배, 마구너쓰 등 여러 아마츄어 작가들이 입건된 상태이다. 라이브이즈 닷컴과 관련하여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처벌의 대상인지, 작가가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해외에서도 패러디물 문제가 저작권·상표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된 적은 있으나, 선거법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으므로, 법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발표자가 보기에 패러디물은 사실을 풍자한 것이므로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 어려우며, 후보자와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으므로 선거운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후보자(및 가족)에 대한 비방은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경우보다는 경찰이 자체인지수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에게 지지자와 반대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정치인이라는 존재의 성격상 공격적 표현을 감수해야 할 의무가 일반인들보다 더 크다. 비록 표현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해도 선거를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선거법에서는 허위사실유포죄와 후보자비방죄를 모두 삭제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천넷이라는 웹사이트 운영자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이다. 조선닷컴, 인터넷한겨레 등 대형 사이트는 선관위의 주의·경고 조치로 끝났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 선관위 역시 이 조항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현재 기소된 네티즌에 대해서는 법조항이 개정된 이후 면소판결이 선고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창호(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 inews24 대표) : 법적용 방식을 두고 네티즌들이 '온라인 긴급조치법'이라고 부른다. 댓글이든, 인용이든, 패러디든 컨텐츠 형태를 가리지 않고 규제한다. 펀글처럼 보급 방식도 규제한다. 심지어 실명을 밝히고 쓰라면서 인터넷실명제까지 실시한다. 규제의 대상도 광범위하고 적용방식도 엄격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토론에 참여할 때, 알게모르게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사실상 올 총선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원년이었기 때문에, 선관위나 사법당국이 인터넷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이런 무리한 단속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처럼 저비용 선거와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된 것은 없다. 앞으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라는 네거티브한 접근법보다는 이런 긍정적 측면을 얼마나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포지티브한 접근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라이브이즈닷컴 대표) : 10여년 전에 겪은 일과 똑같은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 고발된 후 하루도 발뻗고 잔 적이 없다.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진실만 얘기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이 맹렬히 싸워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이번에 선관위와 검·경은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도둑을 도둑이라고 부르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제약을 받다니. 이번 선거법 개정의 취지도 '입은 풀고 돈은 묶는' 것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실제 적용되면서는 선관위 직원들조차도 입을 묶으려 들었다. 또, 경찰이나 선관위의 직원들도 개인적인 정치적 지향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표현물에 대해서는 과민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일선 선관위와 사법당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관위가 무엇을 했는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생각과 국가에서 녹을 받는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선관위와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과연 이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회의가 들었다. 공직자들이 너무 게으른 것 아닌가? 곧 6월에 지자체 보궐선거가 있다. 이번 총선 당선자중 선거법 위반자들에 대한 보궐선거도 곧 열릴 것이다. 이 상태라면, 올 해 내내 네티즌들은 정치에 관해서는 아무말도 못하게 된다.
한 번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정치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시사프로가 인기 있다고 한다. 투표율이 증가했다. 선관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네티즌들이 스스로 참여한 결과이다. 네티즌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이다. 4·15총선특집 사이트에서 보여지듯이 선관위도 노력했던 것 같다.
선관위 내에 인터넷 문제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선관위 사이트를 가장 재미있는 선거포탈사이트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주기 바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혹자는 선거"간섭"위원회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주기 바란다. 네티즌들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 내용 없고 근거없는 글은 당사자가 아무리 열심히 올려도 저절로 사라진다. 재미있고 내용있는 글은 단 한차례만 올려도 저절로 퍼져나간다. 굳이 선관위의 역할이 있다면, 선거운동 방법을 안내해주는 일이 아닐까?
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선거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큰 것 같지 않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의도된 선거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고령자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좌절이 인터넷에 대한 신화를 낳은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자 사이트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은 이미 정치적 성향이 명확한 사람들이었다. 지지후보 사이트나 반대후보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기존 신념을 재강화하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인터넷은 이성적 공간이라기보다는 감성적 공간이며, 논리적 토론이 잘 이루어진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네티즌들의 정치적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단속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도록 내버려두어도 별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에서의 투표율은 아젠다 설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지난 16대 총선때 핵심 의제는 낙천·낙선운동이었다. 이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이번 총선은 탄핵에 대한 찬반이라는 감성적 이슈가 핵심 의제였다. 지난 대선 때도 효순이 미선이 사망 사건이라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주된 이슈 중 하나였다.
선거운동 차원에서 보면, 인터넷 사이트가 선거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보통 수요자와 공급자가 중간 매개나 해석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양상을 보면 오히려 해석·연계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 유저가 스스로 누군가에 대해 알려하기보다는 흥미를 가지게 될 때 찾아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홈페이지가 얼마나 의미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이번 선거법에서 지구당이 없어졌는데, 사실 지구당이 있든 없든 유의미한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오프라인 정치의 하부구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기술적인 것만으로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노사모는 오프라인 정당과 유사한 조직 형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인터넷과 관련하여 정보획득보다도 중요한 특징은 놀이공간이라는 특징이다. 재미없는 곳은 안 가게 된다. 정동영 의장보다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 접속률이 높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모가 성공한 것 역시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 흥미를 주지 못한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패러디 규제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김용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 미국 같은 선진국들도 끊임없이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더욱 격렬한 변화를 겪는 것 같다. 좋은 의견들에 감사하면서 몇 가지 변명과 상호 이해를 위한 이야기를 하겠다.
라이브이즈닷컴의 경우, 주로 특정정당을 대상으로 비방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자주 게시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다. 또, 고발된 시점이 지난 해 12월이었다는점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가 적용된 것 같다. 친일청산법 반대 의원 명단 유포 혐의도 추가되었는데, 만일 명백한 사실이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명단 유포 당시에는 표결을 한 것이 아니라 입법 발의 상태였다. 구체적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을 뿐인데도 반대 의원으로 분류된 경우가 있어서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되었다.
후보자 홈페이지들의 접속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법제 차원에서 보면, 선거운동 목적의 인터넷 광고가 허용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포탈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 의견을 낼 생각이다.
인터넷이 전자적 공론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인터넷 상에서는 사전선거운동 개념을 없애야 할 것 같다. 선관위가 냈던 개정안도 그랬다. 선거운동 기간을 정하는 것은 과열/고비용선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선거 운동은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소위 '알바'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정 효과에 맡기거나 별도의 규제 조항을 둠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터넷이라고 해서 후보자비방죄나 허위사실공표죄를 면제하기는 곤란하다. 구체적 적용 기준을 보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선관위가 직접 패러디를 고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도저히 정상적 비판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악의적 비방 게시물을 몇 건 고발한 적은 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삭제요청이 된 경우도 있고 안 된 경우도 있는데, 역시 '악의'의 정도 차이에 따라 결정되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모든 법률에 이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법원 판례가 인터넷 게시물을 '인쇄물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답답해보이더라도 법 집행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15일까지 12,000여건을 삭제요청했다. 피해 당사자들의 불만이 엄청났음에도, 고발은 최대한 자제했다. 직접 고발 13건, 수사의뢰 50건 정도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인터넷언론사의 중립성 의무와 관련된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언론사로서 권익을 보장할 필요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립성 등의 의무를 강제할 필요도 있다. 언론사를 규정할 기준이 애매했는데, 선관위의 기본 방향은 자율적으로 등록하게 하고, 등록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실명제는 선거기사를 다루는 섹션의 댓글에만 한정해서 적용하면 되도록 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많은 방식으로 도입되었는데, 선관위의 원래 의견대로 다시 개정 의견을 제출하겠다. 인터넷 신문사를 규제하면 블로그도 규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사실 어려운 질문이다. 충분히 고민해보겠다.
법 개정을 통해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이 단축되더라도 인터넷 상의 여론조사 공표는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모집단, 표본추출방식, 오차율 등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상의 여론조사는 원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아래는 종합토론의 내용입니다.
김태일 : 허위사실유포나 후보자비방 관련 조항을 인정하더라도, 보완하기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선관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고발된 사례에 대해서도 민간 전문가 그룹의 사전 심의를 거친 후 사법처리 과정을 밟는다면, 선의의 피해자나 인권침해 사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김용희 : 좋은 제안이다. 안 그래도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패러디 게시물에 대한 자문단을 두는 방안을 생각했다.
이진우 : 허위사실/비방 등의 경우 경찰의 자체 인지수사가 더 문제가 된다. 선관위만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청중 :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를 자율등록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 인터넷 언론사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엘리트와 풀뿌리의 분리를 낳은 방식은 아닌가 의문이다.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박동진 : 인터넷 언론사가 왜 법적 보호를 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언론사 뿐 아니라, 선거법에 왜 언론사 규정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신문사는 사익 집단이다. 그러니 특정 집단을 지지해도 할 말이 없다. 선거법이 사익집단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후보자 토론은 언론사 뿐 아니라 누구나 개최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인터넷 언론사라는 규정은 불가능한 규정이다. 법제는 결코 기술 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오히려 선거법 상의 언론사 규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창호 : 인터넷 언론사들이 정간법 상의 신문사로 등록하는 것이 옳은지는 논의해봐야 할 문제이다. 다만, 인터넷 언론사의 입장은 정간법 상의 언론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불이익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이를 시정하겠다던 선거법은 정작 혜택은 안 주고 규제만 늘려놓은 형국이다.
김용희 : 우리 선거법에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 규정이 불가피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선거법은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언론사로서의 권리와 중립성의 의무를 모두 실현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강원택 : 기본적으로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좋은 정보를 전하고 싶을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돈과 권력을 통해 전달되어왔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7대 총선을 계기로 그런 문제는 상당할 정도로 불식된 것 같다. 이제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더 원활하게 유통시키는 것을 고려할 때다. 17대 총선은 정당구조 뿐 아니라,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도 획기적 변화의 계기가 된 선거인 것 같다.
Tweet 박동진(한백연구재단 연구실장, 정치학 박사) : 4·15 총선은 정치적으로 대선같은 총선이었다. 이번만큼 거대 담론에 의해 후보자의 개별적 특성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주의의 보수화 현상이 종결될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16대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 후보자들의 웹사이트 개설 비율은 현격하게 증가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급조되기는 했어도 나름의 전략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유권자의 참여를 유발시키기 위한 노력은 매우 빈약했다. 예컨대 토론방의 경우 의제 설정이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후보자들이 의제 설정을 하는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빈도 역시 매우 낮은 편이었다. 접전지역들조차도 기대 이하의 트래픽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후보자의 웹사이트가 트래픽이 높음에도 당선되지 않는 후보들이 많았다. (추미애 후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당 사이트의 경우도 한나라당 사이트가 열린우리당 사이트보다 이용빈도가 높았으며, 정치인의 경우도 유시민 후보를 제외하면, 박근혜 대표의 사이트나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사이트가 정동영 의장 사이트보다 이용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이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반면, 전자적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탄핵심판론, 민주주의 위기론, 투표부대 등의 온라인 담론이 노풍, 거여견제론 등 오프라인 신문 중심의 담론을 압도했다. 조·중·동의 웹사이트는 접속률 면에서는 월등했지만, 영향력은 약했다. 반면, 서프라이즈나 노사모 등 지지자 사이트의 경우, 정당 사이트들에 비해 월등한 트래픽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열린우리당의 인터넷 선거는 서프라이즈, 노사모 등 지지자 사이트에 의존한 대신, 당이나 개별 후보 차원의 준비는 매우 형식적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외곽 지원세력은 미약했으나, 당과 후보 차원에서는 열린우리당을 따라잡은 셈이다. 그러나, 정당 사이트의 경우도 사이트 내 커뮤니티 개설 숫자나 활용 면에서 볼 때는 열린우리당이 앞선 편이다.
한편, 선거법 개정에 의해 이미지 정치의 경향이 더욱 증가했으며, 선거전문가 정당으로의 경향도 강화되었다. 선거법 상의 제약으로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는 것이 축소되었다. 현행 선거법은 대중정당으로의 발전 경로를,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선거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선거에 미칠 수 있는 행위'라는 선거운동 규정 역시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돈선거와 흑색선전을 차단하는 조항들 이외의 규제 조항들은 과감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작동되지 못했거나 현실성이 없는 인터넷실명제 조항이나 인터넷 언론사 규정 조항도 재고되어야 한다. 만일 인터넷 언론사를 규제한다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블로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진우(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 입후보자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주로 불법선전물 배포, 금품제공 등 과열·혼탁선거의 전형적 사례들과 관련된 반면, 일반유권자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는 주로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을 문제삼고 있다. 주로 문제가되는 법조항은 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제250조), 후보자비방죄(제251조), 부정선거운동죄(제255조), 각종제한규정위반죄(제256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비방목적명예훼손죄(제61조) 등이다. 할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아주 세세하게 규제하면서, 불법선거운동 관련 조항은 아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일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 부정선거와 관련하여 선관위가 게시물 삭제요청을 한 것이 6,806건, 고발 8건, 수사의뢰 41건, 경고 81건, 주의 105건, 이첩 5건 등 총 7,046건에 달한다. 경찰 쪽은 더 문제다.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것은 41건에 불과한데, 경찰이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거의 10,000건에 달해서, 신공안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선관위와 경찰 사이, 선관위 내부와 경찰 내부에서도 일관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패러디 사건 관련해서는 라이브이즈닷컴 운영자 외 2명이 기소된 상태이며, 하얀쪽배, 마구너쓰 등 여러 아마츄어 작가들이 입건된 상태이다. 라이브이즈 닷컴과 관련하여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처벌의 대상인지, 작가가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해외에서도 패러디물 문제가 저작권·상표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된 적은 있으나, 선거법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으므로, 법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발표자가 보기에 패러디물은 사실을 풍자한 것이므로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 어려우며, 후보자와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으므로 선거운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후보자(및 가족)에 대한 비방은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경우보다는 경찰이 자체인지수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에게 지지자와 반대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정치인이라는 존재의 성격상 공격적 표현을 감수해야 할 의무가 일반인들보다 더 크다. 비록 표현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해도 선거를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선거법에서는 허위사실유포죄와 후보자비방죄를 모두 삭제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천넷이라는 웹사이트 운영자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이다. 조선닷컴, 인터넷한겨레 등 대형 사이트는 선관위의 주의·경고 조치로 끝났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 선관위 역시 이 조항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현재 기소된 네티즌에 대해서는 법조항이 개정된 이후 면소판결이 선고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창호(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 inews24 대표) : 법적용 방식을 두고 네티즌들이 '온라인 긴급조치법'이라고 부른다. 댓글이든, 인용이든, 패러디든 컨텐츠 형태를 가리지 않고 규제한다. 펀글처럼 보급 방식도 규제한다. 심지어 실명을 밝히고 쓰라면서 인터넷실명제까지 실시한다. 규제의 대상도 광범위하고 적용방식도 엄격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토론에 참여할 때, 알게모르게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사실상 올 총선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원년이었기 때문에, 선관위나 사법당국이 인터넷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이런 무리한 단속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처럼 저비용 선거와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된 것은 없다. 앞으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라는 네거티브한 접근법보다는 이런 긍정적 측면을 얼마나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포지티브한 접근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라이브이즈닷컴 대표) : 10여년 전에 겪은 일과 똑같은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 고발된 후 하루도 발뻗고 잔 적이 없다.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진실만 얘기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이 맹렬히 싸워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이번에 선관위와 검·경은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도둑을 도둑이라고 부르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제약을 받다니. 이번 선거법 개정의 취지도 '입은 풀고 돈은 묶는' 것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실제 적용되면서는 선관위 직원들조차도 입을 묶으려 들었다. 또, 경찰이나 선관위의 직원들도 개인적인 정치적 지향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표현물에 대해서는 과민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일선 선관위와 사법당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관위가 무엇을 했는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생각과 국가에서 녹을 받는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선관위와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과연 이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회의가 들었다. 공직자들이 너무 게으른 것 아닌가? 곧 6월에 지자체 보궐선거가 있다. 이번 총선 당선자중 선거법 위반자들에 대한 보궐선거도 곧 열릴 것이다. 이 상태라면, 올 해 내내 네티즌들은 정치에 관해서는 아무말도 못하게 된다.
한 번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정치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시사프로가 인기 있다고 한다. 투표율이 증가했다. 선관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네티즌들이 스스로 참여한 결과이다. 네티즌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이다. 4·15총선특집 사이트에서 보여지듯이 선관위도 노력했던 것 같다.
선관위 내에 인터넷 문제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선관위 사이트를 가장 재미있는 선거포탈사이트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주기 바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혹자는 선거"간섭"위원회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주기 바란다. 네티즌들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 내용 없고 근거없는 글은 당사자가 아무리 열심히 올려도 저절로 사라진다. 재미있고 내용있는 글은 단 한차례만 올려도 저절로 퍼져나간다. 굳이 선관위의 역할이 있다면, 선거운동 방법을 안내해주는 일이 아닐까?
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선거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큰 것 같지 않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의도된 선거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고령자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좌절이 인터넷에 대한 신화를 낳은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자 사이트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은 이미 정치적 성향이 명확한 사람들이었다. 지지후보 사이트나 반대후보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기존 신념을 재강화하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인터넷은 이성적 공간이라기보다는 감성적 공간이며, 논리적 토론이 잘 이루어진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네티즌들의 정치적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단속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도록 내버려두어도 별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에서의 투표율은 아젠다 설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지난 16대 총선때 핵심 의제는 낙천·낙선운동이었다. 이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이번 총선은 탄핵에 대한 찬반이라는 감성적 이슈가 핵심 의제였다. 지난 대선 때도 효순이 미선이 사망 사건이라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주된 이슈 중 하나였다.
선거운동 차원에서 보면, 인터넷 사이트가 선거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보통 수요자와 공급자가 중간 매개나 해석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양상을 보면 오히려 해석·연계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 유저가 스스로 누군가에 대해 알려하기보다는 흥미를 가지게 될 때 찾아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홈페이지가 얼마나 의미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이번 선거법에서 지구당이 없어졌는데, 사실 지구당이 있든 없든 유의미한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오프라인 정치의 하부구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기술적인 것만으로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노사모는 오프라인 정당과 유사한 조직 형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인터넷과 관련하여 정보획득보다도 중요한 특징은 놀이공간이라는 특징이다. 재미없는 곳은 안 가게 된다. 정동영 의장보다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 접속률이 높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모가 성공한 것 역시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 흥미를 주지 못한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패러디 규제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김용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 미국 같은 선진국들도 끊임없이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더욱 격렬한 변화를 겪는 것 같다. 좋은 의견들에 감사하면서 몇 가지 변명과 상호 이해를 위한 이야기를 하겠다.
라이브이즈닷컴의 경우, 주로 특정정당을 대상으로 비방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자주 게시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다. 또, 고발된 시점이 지난 해 12월이었다는점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가 적용된 것 같다. 친일청산법 반대 의원 명단 유포 혐의도 추가되었는데, 만일 명백한 사실이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명단 유포 당시에는 표결을 한 것이 아니라 입법 발의 상태였다. 구체적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을 뿐인데도 반대 의원으로 분류된 경우가 있어서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되었다.
후보자 홈페이지들의 접속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법제 차원에서 보면, 선거운동 목적의 인터넷 광고가 허용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포탈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 의견을 낼 생각이다.
인터넷이 전자적 공론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인터넷 상에서는 사전선거운동 개념을 없애야 할 것 같다. 선관위가 냈던 개정안도 그랬다. 선거운동 기간을 정하는 것은 과열/고비용선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선거 운동은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소위 '알바'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정 효과에 맡기거나 별도의 규제 조항을 둠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터넷이라고 해서 후보자비방죄나 허위사실공표죄를 면제하기는 곤란하다. 구체적 적용 기준을 보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선관위가 직접 패러디를 고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도저히 정상적 비판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악의적 비방 게시물을 몇 건 고발한 적은 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삭제요청이 된 경우도 있고 안 된 경우도 있는데, 역시 '악의'의 정도 차이에 따라 결정되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모든 법률에 이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법원 판례가 인터넷 게시물을 '인쇄물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답답해보이더라도 법 집행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15일까지 12,000여건을 삭제요청했다. 피해 당사자들의 불만이 엄청났음에도, 고발은 최대한 자제했다. 직접 고발 13건, 수사의뢰 50건 정도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인터넷언론사의 중립성 의무와 관련된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언론사로서 권익을 보장할 필요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립성 등의 의무를 강제할 필요도 있다. 언론사를 규정할 기준이 애매했는데, 선관위의 기본 방향은 자율적으로 등록하게 하고, 등록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실명제는 선거기사를 다루는 섹션의 댓글에만 한정해서 적용하면 되도록 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많은 방식으로 도입되었는데, 선관위의 원래 의견대로 다시 개정 의견을 제출하겠다. 인터넷 신문사를 규제하면 블로그도 규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사실 어려운 질문이다. 충분히 고민해보겠다.
법 개정을 통해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이 단축되더라도 인터넷 상의 여론조사 공표는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모집단, 표본추출방식, 오차율 등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상의 여론조사는 원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아래는 종합토론의 내용입니다.
김태일 : 허위사실유포나 후보자비방 관련 조항을 인정하더라도, 보완하기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선관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고발된 사례에 대해서도 민간 전문가 그룹의 사전 심의를 거친 후 사법처리 과정을 밟는다면, 선의의 피해자나 인권침해 사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김용희 : 좋은 제안이다. 안 그래도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패러디 게시물에 대한 자문단을 두는 방안을 생각했다.
이진우 : 허위사실/비방 등의 경우 경찰의 자체 인지수사가 더 문제가 된다. 선관위만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청중 :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를 자율등록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 인터넷 언론사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엘리트와 풀뿌리의 분리를 낳은 방식은 아닌가 의문이다.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박동진 : 인터넷 언론사가 왜 법적 보호를 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언론사 뿐 아니라, 선거법에 왜 언론사 규정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신문사는 사익 집단이다. 그러니 특정 집단을 지지해도 할 말이 없다. 선거법이 사익집단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후보자 토론은 언론사 뿐 아니라 누구나 개최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인터넷 언론사라는 규정은 불가능한 규정이다. 법제는 결코 기술 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오히려 선거법 상의 언론사 규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창호 : 인터넷 언론사들이 정간법 상의 신문사로 등록하는 것이 옳은지는 논의해봐야 할 문제이다. 다만, 인터넷 언론사의 입장은 정간법 상의 언론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불이익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이를 시정하겠다던 선거법은 정작 혜택은 안 주고 규제만 늘려놓은 형국이다.
김용희 : 우리 선거법에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 규정이 불가피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선거법은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언론사로서의 권리와 중립성의 의무를 모두 실현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강원택 : 기본적으로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좋은 정보를 전하고 싶을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돈과 권력을 통해 전달되어왔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7대 총선을 계기로 그런 문제는 상당할 정도로 불식된 것 같다. 이제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더 원활하게 유통시키는 것을 고려할 때다. 17대 총선은 정당구조 뿐 아니라,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도 획기적 변화의 계기가 된 선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