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시민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선거와 관련한 글을 쓸 때 반드시 인증서를 통해 실명인증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입니다.
기득권을 침해받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자유로운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막는 정개특위의 안을 환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정치,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막는 장벽를 쌓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은 자유롭고 광범위한 네트워크입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주인이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인터넷은 개인의 자율과 자유, 창조성이 발휘되는 공간이며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공간입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인들에게는 인터넷이 가능성의 공간이 아닌 그저 두려움의 대상인가 봅니다.
시민들에게 한숨만 안겨주는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투명성이 신장되어 부패구조가 완화되고 건강한 상식이 사회의 규범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곳에서든 표현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하며, 참여의지를 가진 시민들을 위한 참여공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론, 인터넷에는 명예훼손, 인신공격과 같은 역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참여의지를 막는 통제정책으로 그 역기능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문제가 된다면 기존 법으로 처벌하면 됩니다.
선거에 관한 말을 하기 위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밝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증서까지 받아야 한다는 상식 밖의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정치권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알 수 있는 하나의 단면입니다. 다행히 정개특위의 실명확인제 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오늘 민주당에서도 이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합니다. 뒤늦게나마 시대의 흐름을 쫓아오는 것 같아 천만 다행입니다. 정개특위는 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합니다.<끝>
2003. 12. 26
시 민 행 동